엄마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32개월 아이 이야기
32개월 된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일주일에 3번 하는 영어 수업을 따라 한다.
어설픈 말투로
"아임 헝그리 아임 타이어드" 등 이런 말을 하며 수업을 시작한다. 영어가 끝나면
"엄마 나와보세요. 이거 붙여보세요"그런다. 어린이집 영어 시간에 아이를 한 명씩 호명하면 스탠드보드에 카드를 붙인다. 아이는 스탠드보드가 없으니 방바닥에 낱말카드를 붙이라는 시늉을 한다. 아무 카드나 집어서 바닥에 놓으면 카드 위를 손으로 탁탁 치면서
"이렇게 해야지"그런다. 그러면 나도 똑같이 카드 위를 손으로 두 번 친다. 그러면
"굳"이런다. 내가 끝나면
"다음 사람, 누가 할까요?"라며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다가
"토끼 나오세요"
이런 식으로 집에 있는 인형, 양말, 사물 등 주변에 있는 것들은 소환하며 영어선생님 놀이를 한다.
아이는 요즘 들어
"엄마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예를 들어 물건을 달라고 할 때 던지면서 주면
"누가 던지래? 공손하게 줘야지"라고 하면
"엄마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라고 말하는 식이다. 가끔 혼낼 때 이런 말을 반복적, 형식적으로 로봇처럼 말한다. 아무래도 혼날 때 잘못했다고 말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나 보다.
얼마 전에는 나에게 뭔가 기분 나빴을 때
"야. 너." 이런다.
"야. 너?"
어린아이의 말에 황당했던 나는
"하은아. '야. 너' 어디서 배웠어?"
그러니 못 들은 척하며 대답을 안 한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누가 하는 말을 따라 하는 걸까?'
어린이집 영어 수업을 그대로 따라 하니 이 말 또한 따라 하는 것이리라.
'난가?'라는 생각이 스쳤다. 아이와 가장 많은 대화를 하는 건 나일테니 말이다. 그런데 난 "야"라는 말을 잘 안 쓴다. 그런데 또 곰곰이 생각해 보니 혼낼 때 보통
"너, 누가 그러래? 누가 이렇게 하래?"라고 하긴 한다. 어쩌면 "야"도 하는데 인식을 못하는 걸 수도 있다.
혼낼 때 내 언어를 주의해야겠다.
아이가 주변 말이나 행동을 보며 스폰지처럼 익히는 게 눈에 보인다. 아이가 커 갈수록 언행을 조심해야 하는데 오늘 아침에도 감기약을 먹지 않고 버리는 모습에 또 화를 냈다. 육아가 정말 어렵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