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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Apr 01. 2024

그 우물


엄마가 계신 시골집 윗마을 한가운데에는

우물이 하나 있다.


수도가 없던 시절에 마을에는 집집마다 물 항아리를 하나씩 가지고 있었는데


밭일을 나가시는 엄마가 비어있는 물독을

채워놓아라 말하지 않아도


학교에 다녀온 나는 항아리가 비면 가득 물을 채워놓았다.


그 우물에서 주말이면 나는 일주일간 모은 빨랫감이나 운동화를 씻곤 하였는데


바람이 차갑게 불어대는 어느 차가운 겨울날,


그날도 찬물에 손을 담근 채  옷을 씻는 모습을  동네 아주머니는


에고 쯧쯧하며 빨갛게 터진 내 손등을 보시고는 등치도 조그마한 아이가 장갑도 없이 빨래를 한다며 끌끌하며 혀를 다.


여름에는 우물가 옆에 검불을 모아 모기향을 피워놓고 산마루에 반짝이는 반딧불을 바라보며  언니들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곤 하였는데


물을 길어 집으로 나르고 옷과 야채를 씻으려면 두레박을 한참 내려야 했던 수심 깊은  우물을 


오며 가며 가끔 들여다보노라  요즘은 무엇을 씻는 사람이 없는지 항상 물이 차올라 있었다.


내가 고향떠나온 지도 어언 삼십여 년,


그 오랜 세월 옛사람은 사라지고 향 사람 얼굴이 바뀌 인심 또한 많이 변하였는데


우물만이 망부석처럼  그렇게 홀로 자리를 지키며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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