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21개월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봤다. 자기 계발, 돈벌이, 인간관계에 쫓기지 않으며 아이만 바라봤다. 아이의 반응에 호응하며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해줬다.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서 뒹굴거리는 아이에게 “아가야 아직 잘 시간이야 더 자자.”라는 말 대신에, “잘 잤어? 배가 고파서 일어났어?”라고 물으며 내 몸을 벌떡 일으켜 아이를 안아줬다. 아이는 배시시 웃으며 내 손을 잡고 우유가 있는 부엌으로 쫑쫑 뛰며 하루를 시작했다.
아이는 우유를 먹고도 단 게 먹고 싶어 요미요미 주스가 있는 곳에서 나에게 보챘지만, 나는 아이에게 재미있는 책을 읽어주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관심을 돌렸다. 그리고 전날 만든 황태콩나물 국을 데워 밥과 함께 주었다. 아이는 그 어느 때보다 맛있게 밥을 먹고 더 이상 단 것을 찾지 않았다.
밥을 다 먹고 나서, 아이를 칭찬하며 요미요미 주스를 주었다. 아이는 기쁘게 춤을 추며 내 무릎에
앉아 주스를 마셨다. 쪽쪽 빨아먹는 소리가 그 어떤 리듬보다 흥겹고 사랑스러웠다.
점심을 먹고도 힘이 넘쳐 장난감 이것저것을 만지고 노는 아이에게 “이제 낮잠 자야지, 지금 안 자면 무서운 곰돌이(아이는 곰을 제일 무서워한다.) 잡아간다.”라고 공갈치는 효과적 방법 대신에 책장에서 책을 고르게 했다.
아이가 가져온 ’구둣방 할아버지와 요정들‘이라는 책을 백번 가까이 읽어주며, “다시”라는 말을 검지 손가락을 드는 것과 함께 알려주었다. 수차례 반복하니 아이는 “에에에”라고 떼쓰는 대신에, 손가락 하나를 반복해서 들었다. 아이는 평소보다 삼십 분 일찍, 편안한 표정으로 잠에 들었다.
아이가 낮잠에 들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설거지를 하고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조리가 간단하지만 따뜻하고 그럴듯한 음식물인 라면 대신에, 황태콩나물국에 생당근 그리고 네스프레소 커피를 먹었다, 평소 한 시간 반쯤 자는 아이인데, 나는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도 삼십 분이나 남았다. 무엇보다 식곤증이 오지 않았다. 몸이 너무 가벼웠다. 정신도.
삼십 분 동안 감자채를 볶았다.
아이는 편안하게 잠들어서인지, 한 시간 반이 지나도 깨지 않았다. 잠든 자세 그대로였다. 나는 아이
옆에서 누워 아이에게 오늘 오전에 함께 한 카드 맞추기의 사물들을 이야기로 만들어 들려주었고, 중간중간레 비지엠으로 노래도 불러줬다, 이내 아이는 앞으로 엎어져 엉덩이를 들더니 “아빠”라고 부르며 일어났다.
아이에게 전날 끊인 보리차를 먹였다. 점심은 전날 만든 밥에 김을 싸주고 감자채를 먹었다. 아이는 스스로 식판에 놓인 김밥괴 감자채를 집어 먹고 있았다. 최고의 아빠가 되기 위해 전날부터 부지런했던 것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이는 성장하고 있었고 아빠도 성숙하고 있았다.
월요일은 문화센터에서 15시 20분에 트니트니 수업을 듣는 날이다. 아이의 이를 닦이고 세수를 시키소 머리를 양갈래로 묶였다. 지금 차를 타고 가면 딱 맞을 시간이었다. 전날 따로 준비한 움직이기 편한 옷을 입히고 현관문을 나서려 했다. 15시였다. 차를 타고 가면 정확히 도착할 것이었다.
고소한 냄새가 났다
아이가 똥을 쌌다. 나는 시계를 보는 대신 아이를 안아주었다. 기저귀가 있는 화장실을 가리키며, “저기 가서 가벼운 기저귀로 갈고 가자.”라고 말했다. 아이는 방긋방긋 웃었다. 화장실에서 기저귀를 벗기고 샤워기로 엉덩이를 씻어주었다. 내가 기저귀 냄새를 맡으며, “아이! 향기롭다.”라고 말하니, 평소 자신의 똥을 보며 손가락질하며 싫다는 소리를 내는 아이도 냄새를 맡는 시늉을 했다.
여전히 시계를 안 봤다.
시동을 걸고 아이를 태우고, 차량 디스플레이에 있는 15시 15분을 보았다. 트니트니 체조 노래를 틀고 출발했다. 아이는 뒤자리 카시트에서 들썩이고 있었다.
아이는 트니트니 수업에서 뛰어나녔다. 강사 말도 유심히 들으며, 해야 할 과제를 차분히 했다. 비눗방울 비를 맞지 않기 위해 우산을 잘 써야 하는 우산을 직접 써본 적 없고 비눗방울을 좋아하는 아이로서는 꽤나 이해하기 힘든 과제였는데, 곧잘 했다, 한 손으로는 내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우산을 던지며 울고 있는 옆자리 친구에게 과자도 하나 나눠주었다.
수업을 마치고 홈플러스 매장으로 내려갔다. 색이 너무도 고와 검은 점이 잘 보이지도 않는 새빨간 딸기는 9900원으로 할인하고 있었다. 아이는 딸기를 가리키며, “이거 이거”라고 말했다. “알겠어, 사줄게.”라고 말하며 딸기를 집는데, 그 옆에 할인하지
않는 14900원 딸기가 있었다. 색이 더 먹음직스럽세 곱고 큰 딸기였는데, 그 색이 얼마나 고운지 딸기에 박힌 검은 점이 보이지도 않았다.
고민 없이, 14900원 딸기를 샀다.
아내가 퇴근하고 왔다. 아이는 나와 아내를 번갈아 보면서 활짝 웃었다. 아내는 아이의 웃음을 따라 하며, 나를 보며 말했다.
“엥? 오늘 아기 왜 이래? 기분이
엄청 좋아 보인다.“
나 오늘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