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 동안 출장을 다녀왔다. 신경 쓸 게 많은 출장이라서 그랬는지, 2인실에서 숙면을 못 취해서 그랬는지, 운동을 안 해서 그랬는지, 호텔에서부터 재채기와 콧물이 났다. 지저분하게 쌓인 쓰레기통을 보고 있자니 내 몸이 지금 이렇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점은 쓰레기통은 비우고 깨끗하게 씻으면 되지만, 내 몸은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건강하게 산 날이 더 많았으니 다시 깨끗해지는데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지는 않았다.
과거를 회상해 봤다. 예전에는 알레르기나 염증은 나와는 관련 없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환경이 바뀌면 몸이 먼저 알아차리고 티를 냈다. 식당 음식을 자주 먹거나, 안 좋은 공기를 마시거나, 땀이 안 나는데 찬 음료를 마시거나 하면 오른쪽 코에서 콧물이 났다. 왼쪽은 괜찮은 것을 보면, 아직 몸이 반만 상한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벌써 반이나 상해버린 걸까?’.
친절한 이비인후과 의사가 말하기를, 몸에서는 항원으로 인식되는 물체가 들어오면 히스타민을 준비해서 혈관의 문을 여는데, 이때 각종 분비물들이 나오면 그게 콧물이고 재채기라고 했었다. 몸이 약해지면 면역반응이 광범위하게 나오니 푹 쉬고 앞으로는 건강하게 살라고 했다. 담배를 피운다면 무조건 끊고, 술을 마신다면 반성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먹으면 아주 졸린 1세대 항히스타민제인 액티피드를 처방해 줬다.
약을 먹으니 잠이 왔다. 잠이 오는 건 약의 분자가 뇌신경에 영향을 미칠 만큼 작아서라고 하던데, 인간이 우주라면 액티피드 분자 크기는 미세 먼지쯤 되려나? 졸리니 평소 절대 하지 않던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푹 자고 내일부터는 건강에 좋지 않은 것들에 대항하는 인간 항히스타민제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