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행복권 Jun 02. 2024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기들

한참만에 결혼식이라 오랜만에 대학교 동기들은 만났다. 대학 입학한 지 20년이 되니, 남자들은 살이 올라 얼굴이 넙데데해졌고 여자들은 얼굴이 더 보기 좋았다. 가로로 뻗은 예식장 조명은 대리석 바닥에 바코드처럼 비치고 있었고, 신랑은 신부를 위해 기타 연주를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은 비슷한 주제에서 반복되는 안부를 묻곤 했다. 미혼은 기혼에게 결혼 생활이 어떤지에 대해 부럽다는 듯이 물었고, 딩크는 부모에게 아이 사진을 보여달라며 육아에 대해 관심을 표현했고, 전세 거주자는 자가 소유자에게 대출 금리를 물어보며 대단하다고 했다. 나는 기혼에 아이가 있으며 자가 소유자였으므로, 모든 부러움과 관심과 칭찬을 받았다. 왠지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갑자기 얼굴이 달라 올랐다.

'나는 왜 다른 사람들이 알아 봐주길 원하는 것들에 대해 애써 모르는 척하려 했을까?‘

박사를 딴 동기에게, 머리를 길러 존 레넌처럼 변한 동기에게, 외제차를 타는 동기에게, 피티를 받아 몸선이 생긴 동기에게 부럽다고 대단하다고 이건 진심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전 01화 오늘 최고의 아빠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