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올해는
어린아이를 키우다 보니 직장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때가 많았다. 갑작스럽게 아침에 반차를 써야 하는 일이라던가, 오후에 급하게 조퇴해야 하는 일들 말이다. 환절기와 날씨가 더울 때, 날씨가 추울 때마다 있었다. 그렇다. 사계절 내내 있는 것이었다.
휙
달력을 넘기면서 보니 평균 한 달에 세 번 이상은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을 연차 쓴 날도 있었다.
양가 부모님은 눈이 잘 보이지 않으시고 고관절에 염증이 있으신 데다 두 시간이 넘는 거리에 있다.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을 때, 그러니까 전염병으로 일주일 넘게 등원이 안 될 때 겨우 하루씩 부탁드린다. 올해를 돌아보니 맞벌이 직장인인 아내와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것에는 온통 주변에 죄송할 일이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렇지 않으면 참으로 힘든 일인 것이다.
아내와 나 모두 어쨌든 아등바등 지금까지 육아의 공백 없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계를 유지해 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에 불평할 수가 없다. 불평할 틈이 없다. 또 언젠가 육아를 이유로 주변에 부탁하고 직장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것이 뻔하니 내가 시간 될 때는 먼저 나서서 일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고 이런 동료들과 이런 직장이 없다면서 주변에 만족스럽고 고맙다는 말을 자주 했다.
지금 직장 상조회 총무도 맡고 있는데 연초에 다들 꺼려하길래 냅다 내가 한다고 했다. 경조사 참여로 갑작스럽게 시간을 빼야 할 일은 여전히 부담스럽지만 나도 급할 때 부탁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적립식 투자하는 셈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 동료를 욕하거나 직장에 대한 불평을 이야기하면 상황을 피하거나 가볍게 웃으면서 넘기곤 했다.
나도 뭐 동료나 직장에 대한 불평을 찾으려면 찾을 수 있겠지만 그러한 것이 지금의 내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해악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고 직장을 비난해서 얻는 직장에서 좀 돼 보이는 사람처럼 보이기 것쯤은 아이가 아플 때 병원에 제때 데려가고 전염병에 걸렸을 때 따뜻한 집에서 보육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주변에 만족스럽고 감사하다고 표현하면서 생활하다 보니 달력을 넘기며 올해를 회상해 보니 정말 만족스러운 한 해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인센티브도 상위 고과를 받았다.
이래저래 올해는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