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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선 Sep 10. 2023

나를 구성하는 첨가물

자아성찰 시리즈를 시작한 이유

오랜 친구와 놀던 중, 재미있는 걸 하고 싶다며 사격 원데이 클래스는 어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것 참...... (..)

어린 시절 오락실에서 하우스 오브 더 데드며, 타임 크라이시스와 같은 총 게임을 함께 하던 죽마고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온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던 때가 있었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직업 상 이젠 좀(내가 일단 그래도 평화 활동가거든)"이라는 농담으로 간단히 거절하지는 못했고,

최근 피스모모에서 뭉치가 얘기해 줬던 '친환경 탄약'과 군수산업/군사활동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까지 골고루 긴 이야기가 나왔다. (어쩌다 보니 무기 자체의 폭력성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코미디.)


이른바 '폭력적인 게임'이 사람을 폭력적으로 만든다는 이야기에는

전혀 아니라고 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크게 동의하기도 어렵다.

총칼들고 직접 사람을 죽이는 게임이 아니더라도

폭력적인 요소가 전혀 없이 놀이공원을 건설하도록 설계해 놓은 롤러코스터 타이쿤과 같은 게임을 할 때에도

의도적으로 놀이기구가 충돌하게 만들어 손님들을 학살하는 방식으로 플레이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렇게 놀던 아이들이 다 자라서 살인자나 범법자가 되었냐?

나 같이 평화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도 있지 않냐 이거다.


친구가 돌아가고 나서도 한참 동안 앉아서 그런 생각을 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바꿔 놓았을까?


나는 나 자신을 여러 가지로 정의한다.

평화 활동가, 보드게이머, 오타쿠, 그림쟁이, 쌈닭, 성소수자, 정신질환자, 아동 학대/학교폭력 경험자, 탈 소수 종교인,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마치 식품에 들어있는 첨가물인양 뒤로 갈수록 나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는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건 내 생각이고. 실제로는 저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나를 구성하고 있을 테다.


지금과 전혀 다른 구성물로 이루어져 있던 '나'를 되짚어 보다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변화의 가능성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의 가장 적은 부분을 구성하고 있기를 바라지만,

실제로는 가장 오랜 시간 영향력을 미쳐왔던 부분들부터 다뤄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을 알면 엄마가 당장 뒤로 넘어가 삼박사일 앓아누워도 모자랄 판국이다.

동생은 "네 인생 쓰는 것은 자유지만 엄마 돌아가시고 해라."라고 극구 말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쓰려는 이유는 데미안의 한 구절로 설명 가능하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 보려고 했다."


싱클레어처럼, 나는 그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덕분이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는 것들에 대한 기록에 용기 내도록 응원해 준 모든 좋은 친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림 링크는 이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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