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어블릭 Jul 23. 2019

특이한 게 아니라 특별한 거야.

아이는 특별하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엄마는 외국인이야?

라고 하루는 첫 째가 뜬금없이 묻는다.

유치원 졸업 삼아 친구 가족들과 함께 그릴 파티를 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오더니,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럼, 엄마가 외국인이지. 외국에서 왔거든."

"아, 외국에서 왔다고 외국인이야?"

"그렇지, 파비오 아빠는 이탈리아서 왔고, 파울은 레트 란드에서 왔었지? 독일 밖에서 온 사람들을 외국인이라고 말해."

......

"율리우스가 엄마 보고 중국인이래."

"엄마가 어느 나라에서 왔어?"

"한국"

"그럼 엄마는 어느 나라 사람이야?"

"한국사람"

"율리우스에게 말해줘. 아시아에는 굉장히 많은 나라가 있다고. 여기 유럽처럼 말이야."

나름 침착하게 대답을 해준다고 해줬지만,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처럼 어린 나이에는 편견도 없고, 선입관도 생기지 않은 아이들은 나의 대답을 있는 그대로 단순하게 받아들인다.  우리가 아이를 가질 때 정말 많이 고민했던 것 중에 하나가 다문화가정에서 자라게 될 아이들의 느낄 소속감과 이질감의 갈등이었다.  


독일에는 정말 다문화가정이 많다. 

한국사람들이 독일이란 나라에 가진 그림이 부지런하며, 정직하고, 심심하고, 무뚝뚝하고, 2차 세계 대전의 인물들일 것이다. 

그러나 독일은 의외로 다른 문화의 수용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나라 중에 하나이다. 의외로 다른 나라에 대해 편견이 없는 나라라는 것이다. 

전쟁난민도 2015년에 100만 명이 넘는 인원을 수용한 나라 중에 하나이다. 

60년대 초에는 터키 직업 난민, 70년대에는 베트남의 보트피플, 그리고 우리나라 간호사들까지 지금까지 엄청난 외국인들이 머무르는 곳 중에 하나가 독일이란 나라이다. 

이웃건너 이웃이 다문화 가정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10킬로미터만 가면 룩셈부륵이고, 조그만 더 지나면 프랑스이다. 

외국인이 없다는게 이상하지 않은가? 



정상의 기준을 벗어나면 특이한 거? 

나는 내가 처음 이곳에 유학을 왔을 2005년을 기억한다. 

수많은 유럽인들 아메리칸들 아시아인들 사이에서 어학을 했을 때부터 과수업을 받았을 때까지..

초반에 말을 이해하지 못 해 주눅든것도 있었지만, 완벽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완벽하지 못하게 독일말을 하는 것, 다른사람과 틀리게 생겼다는 것 등등등) 나는 의기 소침해져있었다. 


나는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두달간은 접시 닦기를 했었다. 

다른일은 찾아보지도 않았고, 그게 눈에 띄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었던것 같다. 

말도 제대로 못하고, 누가 아시아인들을 고급 레스토랑 에서 써주겠냐는 생각으로..(고급 바나 레스토랑은 팁으로 지낼수 있을정도로 부수적인 수입이 있었다. ) 


그때 한 친구가 나에게 말을 했다. 그 친구는 이곳에 오래 사는 불가리아 친구였다. 

"니가 얼마나 이쁘고 매력적인데. 왜 그런생각을 해? 말이야 배우면 되는 거고., 도전도 안해보고 어떻게 아는 거야? " 

그때였던것 같다. 그 날 나는 내가 일하고 싶던 고급카페에 가서 혹시 일할 수 있겠냐고  질문을 했다.

그때 사장님은 "웃는게 참 이쁘네요. 다음주부터 일할래요?"라고 말을 하셨다.  

난 한국에서는 참 차갑게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웃는게 이쁘다!"라니...

그래 그때부터 난 정말 자주 웃기 시작했다. 


난 한국에서 25년간 교복 치마 이외는 치마를 입어본 적이 없었다. 내 다리는 한국에서 말하는 미끈한 다리가 아니라 산악과 운동으로 단련된 일명 "부레옥잠 다리"였다. 근육이 엄청난...

하루는 크리스마스 시즌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같은 대학에 다니던 남자 친구들을 만났다. 그 친구들은 "와~니 다리 근육 거의 축구 선수 수준이네~~!"라며 낄낄거리고 웃는 것이었다. 

"야~꺼져버려~!"라고 웃으며 대답했지만 그 이후에 다시는 치마를 입지 않겠다고 나에게 다짐했었다. 


나는 내가 지난 25년간 한국에서 나름 거부한다고 거부했던 "정상의 기준"을 무너뜨리기 위해 이때부터 엄청난 노력을 했던 것 같다. 

내 키에 맞는 정상적인 체중, 정상적인 머리스타일, 정상적인 교육 수준, 정상적인 친구관계 등등..

이 정상적인 기준을 벗어나기 시작하면 "특이한 아이"가 되어버리는 이 습관을 버리기 위해 노력을 했다. 


와, 정말 멋진 다리네요.

이 말은 내 복장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빈말이었을지 몰라도, 내가 일하는 카페의 한 손님 중에는 무용을 하시는 분이 계셨다. 날씨가 너무 더워 용기를 내어서 반바지를 입고 왔었는데, 나에게 어떻게 그렇게 멋진 근육을 가진 다리를 가졌으며 어떤 운동을 하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매끈하고 근육 없는 긴 다리가, 이 유럽인들의 기본적인 매끈한 다리와 비교가 되었나 보다. 

나의 특이한 다리가 어느 순간 특별한 다리가 되는 마법이 걸린 것이다. 

그 이후부터 나는 정말 열심히 치마와 반바지를 입고 다녔다. 한없이~~~~~~~



나는 아시아인이다. 

이곳에 사는 이상 한국인도, 중국인도, 일본인도, 태국인도, 베트남인들도 한 다발로 묶어 우리는 아시아인이거나 중국인이다. 

우리가 예전에 유럽인들을 "미국인"으로 묶어서 표현했던 것처럼...

이들의 평균 기준인 큰 눈도, 금발도, 긴 다리도, 큰 가슴도 가지지 않는 아시아인들이다. 

우리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에게 자주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왜 너네 엄마는 중국인이야? 왜 너네 엄마는 아시아인이야?"라고...

키가 작아서, 공부를 너무 잘해서, 뚱뚱해서, 부모의 소득이 평균에 못 미쳐, 입고 다니는 옷이 메이커가 아니라... 이유는 수백 가지다.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것을 아이들은 "특이한 질문"이라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아이가 "특별하다"라는 것을 인지 시켜야 한다. 


난 너무나 아쉽게도,

나의 특별함을 뒤늦게 인지하게 되었다. 

나는 어렸을 때 내가 너무 차갑고 도도하게 생긴 것도, 너무 튼튼한 것도, 쉽게 까맣게 타는 것도 모든 것이 콤플렉스였다. 이곳으로 유학을 오면서 주위의 영향을 극도로 적게 받게 되면서 나를 스스로 인식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곳에 나의 외모로, 말투로 나에게 "충고 같지 않은 충고"를 하는 이들이 적었기 때문이다

나는 독립된 존재이고, 내가 특이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특별하다"라는 것을..

우리 아시아인은 유럽인들이 그렇게 부러워하는 까맣고 튼튼한 머리카락을 가졌으며, 주름도 덜 생기는 부드러운 피부와, 어떤 것을 하더라도 열심히 한다는 강점을 가졌다. 

우리는 아시아인의 외모를 콤플렉스로 생각하지만, 생각 외로 우리의 외모가 특별한 아름다움을 가졌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부모로서 우리의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할 메시지인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가진 약점을 인식시키되, 강점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지도를 자주 보여주며 설명을 해준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는 한국은 어디 있어? 이렇게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야 하는 곳에 너는 친척들이 있어. 얼마나 좋아? 그리고 한국어는 비밀언어야. 너처럼 한국인 엄마 아빠를 가진 아이들만 이해하는 말이잖아."


특이함이 특별함으로 바뀌는 순간,

언젠가는 누군가가 왜 그렇게 한국어를 가르치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아이들과 독일말만을 한다고 내가 한순간에 독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나는 영원히 "독일인"이 될 수 없다고. 외모에서부터 내 생각까지..

우리 아이들은 "뿌리"를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고..

머리색을 바꾸고, 옷을 바꿔 입는 다고 다른 사람이 되지 않는다. 자신을 제대로 인식한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것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 순간이 "특이한"것이 "특별함"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나는 우리들의 아이가 혼혈이란 사실을 바꿀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은 평생 "혼혈아"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독일에서도 한국에서도 그들은 "혼혈아"로 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아이들에게 인식시킬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그들만이 가진 강점으로 인식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내가 있건 없건,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아이들로 발달했으면 한다. 

나는 24시간 아이들을 감시하며 쫓아다니는 엄마의 역할을 하기는 싫다. 

어디에 가 서건 아이들이 스스로 누구인지 본인이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 인식하길 바란다. 





오늘 우리 아이들에게 한번 말해볼까?

"너는 특별한 아이야"라고..








이전 05화 그럼요. 내 자식이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