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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어블릭 Aug 19. 2019

파이팅! 우리는 너를 믿을게

독일의 8월 입학 풍경

Schultüte 슐튜테라고 하는 입학식 주머니는 아이들 학용품부터, 작은 선물로 채워져 있다.

아, 내가 떨려....


8월은 우리가 지난 몇 개월 동안 학수고대한 달이다. 바로 우리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

독일의 8월은 굉장히 분주하다.  

초등학교, 고등학교 입학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독일은 초등학교 4년제, 그리고 바로 고등학교로 이어진다. 또한 같은 반 친구, 담임선생님까지 쭉 4년 동안 함께 하며, 4학년이 되는 해, 진로가 결정이 된다.


나 역시 난생처음 아이를 입학시키는 것이고,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의 초등학교가 아니라 이곳에서 시작되는 초등학교이기 때문에 굉장히 긴장하고 있었다. 몇 주전부터 아들의 아기 사진부터 지금까지의 사진을 보며 콧물을 훌쩍훌쩍 되며, '아.. 이렇게 조그맿는데... 아, 이렇게 아기아기 같았는데..'라며 혼잣말을 하며 청승스럽게 밤을 보냈다.


두 달 전부터 아이가 메고 다닐 책가방을 구입에 대한 상담을 받았다. 독일의 책가방은 굉장히 크다. 그리고 책가방에 대한 규격이 있다. (독일에는 규격이 없는 것이 거의 없다. )

형광빛의 보호띄가 장착이 되어있어야 하며, 척추와 골반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하며, 성장에 알맞은 어깨띠와 허리띠 조절이 가능해야 한다. 인터넷쇼핑의 발달로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부모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아이의 체형에 걸맞는 책가방 구입을 위해 꼭 매장에서 전문상담가에 상담을 받고 구입을 한다.

그런데 그 가격에 혀를 두르게 된다.

한화 20만원에서 40만원 사이...

난 남편에게 몇 달 전부터 아이의 책가방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기야, 애 책가방 40만원 정도까지 예상해야해..테스트 결과 좋은 건 그정도 가격이래."

"장난하지마, 무슨 애들가방이 명품도 아니고 가격이 그래?"

그리고 인터넷 급검색...

"뭐야!! 왜 가격이 이따위야!!!!"

거봐, 비싸다고 했잖아.




부모님들 소집하세요!

입학 3개월 전에 저녁 부모님들 소집이 있다. 그때 담임 선생님들이 소개가 되고, 수업하게 될 교실들이 소개되며, 한 학급에 배정될 아이들의 부모님들을 알게 될 기회가 생긴다.

그 모임에서 준비해야 할 준비물 리스트,  그리고 아이들과 입학 전에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소개가 된다. 여기서 학부모들에게 제일 강조시키는 것은 아이들이 방학 동안 가정에서  스스로,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것을 입학 전 충분한 연습을 시키라는 것을 강조한다.  



아이들이 입학 전에 반드시 부모님과 연습하는 것이라면,


1. 입학식 전 아이들과 등굣길, 하굣길을 연습할 것.


독일의 경우는 아이들의 등하교를 첫 일주일은 부모님이 돕는다. 등굣길과 하굣길을 일주일간 동반을 한 뒤, 그 후는 아이들이 혼자 한다. 보통 부모님들이 아이들 그룹을 정해 적게는 2명, 많게는 4-5인조를 하여서 등하교를 함께 한다. 독일은 초등학교는 12시 반,  오후 2시 반, 오후 4시 반이 있고, 학교에 따라 틀리겠지만 꼭 이 시간을 지켜야 한다. 아이들이 길을 헤매거나 잃어버리지 않게 충분히 방학 전에 연습을 해두도록 한다. 이 또래 아이들은 시간 감각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꼭 시계를 채우고, 시계를 보는 법을 연습을 시킨다. 그리고 약속한 시간까지 학교에 도착하도록, 그리고 하교 시 집에 도착하도록 강조한 후, 약속한 시간대로 도착을 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가정으로 연락이 오거나, 부모들이 아이들 수색이 시작된다.;;;


나도 첫 일주일을 아이들을 등교시킨 후, 괜히 불안한 마음에...(엄마니까?) 아이들끼리만 하교하는 날 몰래 아이들을 뒤따라가 제대로 집으로 돌아오는지 감시를 하다 아이들에게 들켜버리고 말았다. 아들은 "엄마! 나 혼자 할 수 있는데 왜 미행하는 거양~~!"라고 앙탈을 부렸다.



2. 본인의 물건, 본인의 과제라는 것을 가르칠 것


학교에서는 강조한다.

첫 1년은 부모들의 숙제가 될 거양~~~!!라고..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혼자 할 수 있을 때까지 수십 번을 집에서 연습시켜야 하고, 본인들의 물건, 본인들의 과제를 챙기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등교 첫날 아이를 픽업하고 갔을 때, 아침에 입고 있었던 재킷이 안보였다. (독일은 여름에도 추운 날이 많다. ;;) 옆에 짝꿍은 헬멧이 안 보인다.

"재킷은? "

"아, 깜박 잊었네~"

"자, 교실로 가서 찾아와야지~~~"

"아, 엄마가 찾아와 주면 안 돼"

"내가? 아니, 네가 찾아와야지. 네 거니까.."

"힝~오케이"

이쁜 아들내미가 엄마에게 애교를 부리면서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고 싶다. 그러나, 습관! 이 습관을 위해서 우리는 이쁜 앙탈도 애교도 참고 혼자 하게 둬야 한다.


과제라는 것이 한국의 부모님들이 보면 피식하고 웃어버리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숫자 1을 쓴다는 것? 아니면 선 긋는 연습을 한다는 것? 예를 들어 본인이 사는 주소를 외운다는 것? 한국에서는 이미 유치원 때 배운 것들이 고 아는 것들이다. 이런 간단한 과제들을 내서 아이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시작을 한다. 나는 주위의 아시아계 부모님들에게 초등학교가 어떻냐고 많은 질문을 했었다.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가 시에서 공부 엄청 시키는 학교로 소문난 학교였기 때문이다.

한 중국인 엄마가 하는 말은

"아, 독일 초등학교가 많이 시켜봤자지. 푸하하하. 일 년 동안 A, B, C, D"를 배우고 있잖아. "

정말이다. 1년 동안 알파벳, 덧셈, 뺄셈 정말 간단한 것을 배운다. 첫 1년은 진득이 앉아있고, 시간의 흐름을 배우고, 학교에 적응을 시키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뒷 날 수업을 위한 책가방을 쌀 때도 과제가 끝난 후 바로 아이와 준비한다. 그리고 아이가 아이의 책가방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기억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왜냐? 내 책가방이 아니라, 바로 내 아이가 필요한 책가방이기 때문이다.

이 것이 습관화가 안된 아이들은 고학년이 되어서도 퇴근하고 돌아온 부모가 다른집에 전화를 걸어 일일이 확인을 하고 허겁지겁 챙기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아이들은 느긋하고 부모들은 다급해진다.

그래서 첫 1년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습관! 이 학교생활의 첫 습관말이다.

본인들의 과제를 챙기고, 본인들의 물건을 챙기고, 본인들의 시간표를 챙기는 것 말이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가야한다는 것도 배워야 하며, 아침식사를 해야 오전이 배고프지 않다는 것도 배워야 하며, 자켓을 챙겨야 그 뒷날 입을 자켓이 생긴다는 것도 말이다. ;;


3. 아이들에게 학교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줄 것


하교를 하면 우리는 점심을 먹으며 학교에 대한 질문을 한다.

그 질문은 아이의 입에서 긍정적인 대답이 나올 수 있는 질문들이다.("뭘 배웠어?"이런 거 말고 말이다. )

"쉬는 시간이 몇 번 있었어? 와, 그렇게 쉬는 시간이 많은 거야? 좋겠다" 

"과제도 다 기억해? 와 너 기억력 좋다"

"어떤 친구랑 노는 게 재미있었어?"

등등 말이다.

이런 질문을 하면 아이들은 신나게 대답을 한다.


어느날은 아이아빠가 "학교서 뭐 배웠어?"라고 질문을 한다.

속으로는 '배워봤자 숫자 배웠겠지. 뭔 질문이 저래?'라고 했지만 본인도 뭘 질문을 하고 싶어하는 거 같으니 가만히 내버려뒀다.

아이는 "1!" 라고 대답을 한다.

"뭘?"

"1"

"숫자 1을 배웠다고? 그걸 네시간동안 배웠다고 그게 다야?"

그리고 아이는 어깨를 으쓱한다.

난 대화를 지켜보다 아이에게 말을 건냈다.

"옆에 친구 이름은 어떻게 알게 되었어? 니가 물어본거야?"

아이는 "아니, 선생님이랑 팝콘 게임을 했어. 뜨거운 팝콘 냄비가 오면 냄비를 받은 사람이 이름을 말하고, 옆에 친구한테 건내는거.."  이렇게 신나게 설명을 해준다.

"와, 그래서 너희들이 냄비를 받은거야?"

이렇게 대화가 이어진다.

자, 남편아. 이렇게 대화를 하는 것이다.



4. 변화에 대한 감정은 어떻게 건 표출이 된다.


내가 더 설레었던 입학식을 뒤로하고, 이제는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나에게 등굣길 인사를 하고 집을 떠나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뭉클해진다.

처음은 다 서툴다. 우리도 어렸었고, 우리도 서툴렀다. 어느 순간 그 시기가 오며 배우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글을 읽게 되는 시기, 친구를 사귀는 방법, 좋아하는 사람들의 호감을 얻는 방법, 싫지만 해야 하는 것들 등 말이다. 이제 아이는 그 첫발을 내밀었다.

 우리 부모에게는 긴 여정이 될 것이다. 이제는 아이의 인생에 직접적인 아니라 간접적인 참여가 시작되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친구도, 여가활동도 부모가 주가 되었지만 입학이 시작되는 순간, 이제 아이의 몫이 된다.


글자를 잘 못 쓰는 아이들 보면, 동그라미도 거꾸로 그리고 연필도 쥐는 방법도 틀린 아이를 보면 그럼 우리는 막 고쳐주고 싶을 것이다. 지우개로 지우고 싶고, 나의 방법을 알려주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가 그 방법을 먼저 찾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아이들에게 첫 학교생활은 설렘과 긴장의 연속일 것이다. 새로운 친구,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환경 말이다.

아이들은 이 환경의 변화를 몸소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 변화에 대한 아이들은 순간순간 때로는 작은 공포, 어떤 날은 실망감, 외로움, 화남 등의 감정을 느낄 것이다. 이 나이 때의 아이들은 감정표현에 익숙하지 못하다.

이 감정표출이 초반에 우리 부모에게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이유 없는 짜증 이런 것 말이다.  (내가 뭘 했다고?)

작은 아이들이다. 아직 그 배움에 서툴고, 아직 몸에 익숙하지 못하다. 다 받아주고, 기다려주자. 그리고 대화를 시작하고 설명을 해주자.

어떤 아이는 덩치가 크고, 어떤 아이는 똑똑해 수업에 잘 따라갈 것이며, 어떤 아이는 수줍음이 많을 것이다.

그 아이들 속에서 우리 아이는 이제 막 시작을 했다. 그 차이를 인지하고, 본인의 장점을 찾는 과정을 우리는 지켜보고, 응원해 줘야 하지 않을까?


긴 항해가 시작되었다.

나는 이제 지켜보고 응원하는 입장에서 아이의 하교를 기다린다.

어디에서나 엄마의 마음은 비슷하겠지만 좋은 친구를 사귀고, 좋은 친구가 되길 바라고, 나쁜 경험보다 좋은 경험을 더 많이 하길 바라면서 말이다.


파이팅, 너도, 우리도!!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게. 입학을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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