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나무 초록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신비한 힘
누가 정확하게 계절을 언급하지 않아도 자연이 이미 말해주는 것이다.
초록과 이 꽃들의 화사함이 주는 긍정의 힘은 정말로 대단한 것 같다.
단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커피 한잔 마셨을 뿐인데,
그냥 아이들과 정원에서 같이 잡초를 뽑은 것뿐인데,
작은 정원에 기어가는 달팽이 한 마리를 발견한 것뿐인데,
이런 작은 것들에 우리는 행복함을 느끼니 말이다.
이런 작은 일들에 우리는 함께 꺄르륵하고 웃으니 말이다.
우리는 야생화와 야생동물의 차이점을 안다.
그냥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야생 그대로 자라는 식물과 동물인 것이다.
정원과 자연산림의 차이는 바로 그것과 동일하다.
정원은 가꾸어야 한다.
나무의 가지도 계절에 따라 쳐줘야 하며, 땅에 거름도 줘야 하며, 시든 꽃잎은 때 줘야 한다.
옆에 나무가 빽빽이 있는 숲은 위로만 자란다. 허허벌판에 있는 나무는 옆으로 가지가 퍼질 수 있다.
함께 꽃을 심어 잘 자라는 꽃이 있는가 하면, 같이 한 땅에 심어서는 안 되는 꽃의 종류가 있다.
이렇게 틈틈이 자연에 대한 공부를 하고, 몇 번의 실패를 거쳐 우리가 원하는 정원의 모습이 이루어진다.
몇 번이나 키우는 식물이 시들어 죽고, 왜 그런지 수백 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자 우리는 대답을 얻을 수 없다.
서적을 뒤지고, 인터넷을 뒤져서 왜 그런지 원인을 파악하고,
그제야.. 아 내가 몰랐구나, '이게 우리 나무에 해가 되었구나 '라는 답을 얻게 된다.
독일에서는 농담으로 "남편이 정원일을 좋아한다"라고 하면 주위 부인들을 쯧쯧하고 혀를 찬다고 한다.
그만큼 독일인들은 특히나 남성들은 정원일을 정말로 열심히 한다. 한국에서는 꽃 가꾸기, 나무 재배가 여성의 취미로 인식되어있지만 이 곳에서는 정원일은 "남성의 취미"로 인식되어진다.
주말이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바우 마크 Baumarkt 건축용 자재 시장 "이나 "바움 슐레 Baumschule-식물원" 같은 곳에 들러 정원용 자재와 식물들을 고르며, 햇살이 좋은 날은 어느 집이나 잔디 깎기 소리가 들리며, 정원용 가위를 들고 나무 가지 치기를 한다.
내 남편 역시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며 간단하게 우리에게 인사를 한 뒤 정원으로 직행하여, 잡초를 뽑고, 시든 잎들을 모으며, 그곳에서 옆집 아저씨와 함께 퇴근용 맥주를 한잔 마신다. 와이프들은 앞마당에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
언젠가 내가 농담으로 "정원이 더 컸으면 어쩔 뻔했어? 남편 얼굴도 못 볼 뻔했잖아"라고 던져보았다.
남편은 정원일이 그렇게 좋다고 한다.
하루 종일 사람들을 상대하다 지쳐 집으로 돌아오면,눈앞에 보이는 정원이 너무 좋다고 한다.
정원일을 하면 마음이 안정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스트레스받았던 하루 일과가 잊힌다고 말이다.
그리고 매일매일 본인이 쏟아 부운 정원일의 결과가 눈에 보이니 너무 행복하다고 말이다.
나는 정원을 남편에게 넘긴 대신 나에게 주는 선물이 있다.
매주 금요일은 내가 나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는 날이다.
시장에 들러 내가 좋아하는 계절용 꽃으로 골라 꽃다발을 선물한다.
그 꽃다발을 들고 집으로 오는 길을 너무나 행복하다.
나에게 단돈 15유로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행복을 선사하는 것, 이것만큼 일주일을 기분 좋게 마무리하는 것이 어디 있을까, 나에게 굳이 명품백, 해외여행을 하지 않아도 내 능력안에서 누릴수 있는 여유이다.
원예치료는 지적, 사회적, 신체적, 정서적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꽃과 나무를 가꾸면서 책임감을 느끼며, 시든 꽃을 잘라내면서 불안과 분노조절 효과를 배우며, 식물을 조합 기술을 배우며 지적 효과를 배운다고 한다.
또한 몸을 움직이며 작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운동효과 역시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