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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토일 Jan 29. 2024

사이의 존재

요즘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말들을 곰곰이 생각해 볼 때가 많다. 시간이 많고 무료하기 때문에. 불안 같은 것들이 나를 잠식할 때 나는 책을 통해 불안을 잠재우려고 애쓴다. 유튜브나 쇼츠를 보면 생각을 안 할 수는 있어도 생각은 없앨 수 없고, 책을 통해서는 불안한 생각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은 무기력에 관한 책으로 하타노 기요오, 이나가키 기요코 작가의 <숨은 붙어 있으니 살야겠고>라는 책이다. 무기력의 심리학이라는 책이다. 내게 가장 위로를 많이 준 책이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도 버거워 몇십 권의 책들을 사놓기만 하고 싸아두지도 않고 택배상자 그대로 현관 앞에 놓아뒀다가 이틀 전에 이 책이 담긴 상자만 열어 간신히 책 한 권을 꺼냈다. 


테이블 위에 하루 동안 놓아두고 제목만 몇 수십 번 보다가 드디어 책을 펼쳐 들었다. 책에는 동물실험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와 읽기에는 조금 거북스럽다(인간을 위해 희생된 동물들에 감사를). 어떤 존재는 다른 존재를 위해 희생될 수밖에 없는 것은 필연인 걸까.  


그러는 와중에 나는 희생된 동물들에 대해 생각하다가 테이블 위의 독서대로 눈길을 돌렸다.  독서대 위에는 한 챕터만 간신히 읽은 인간의 조건이라는 책이 놓여있다. 요즘은 나라는 존재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인간은 人間 "사람 사이"라고 읽는데 시간에도 사이 간(間) 자를 쓴다. "때의 사이", 인간은 시간의 영속성에 귀속되어 있다고 볼 수 있고 사람들 사이 때의 사이에 있는 존재다.  사람과 사람, 때와 때. 그것이 인간이라면 그 사이에 만들어지는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 그 틈에서 무엇인가 만들어진다. 세계라고 부르는 거대한 것은 그 틈에서 만들어진다.


존재를 위한 희생이 필연이라면 나를 위한 누군가의 존재가, 누군가를 위한 나의 존재가 우리 사이가 결국은 그것 아닐까. 무엇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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