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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유채 Mar 08. 2024

결핍 없는 삶이 주는 사무치는 결핍

오후 1시쯤 일어나서 2-3시간은 텔레비전을 보다가 드문드문 내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구나 나는 쓸모란 없구나 그런 생각들을 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움직이고 분주한대 나는 멈춰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취업을 기다리는 곳에서는 연락이 없고, 휴대폰 번호를 쉬운 것으로 바꾸고 나서부터는 주식을 투자하라느니 다가올 선거에서 어느 당을 찍으라느니 하는 연락만 수두룩 하다. 정말이지 사람들은 열심히 산다. 뭔가를 끊임없이 하고 해낸다. 


어제의 내 삶을 반추하며 나는 하루를 온전히 사는 것이 아니라 이틀을 한 번에 사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어제는 오전 7시에 일어나서 2-3시간은 글을 쓰고 오후에는 운동도 가고 장도보고 음식도 해 먹고 부지런히 살았는데 오늘 오전을 무기력하게 버리고 말았으니. 후회와 자책, 불규칙한 삶으로 다시 나를 던진다. 어쩌면 불안으로 내 삶을 계속 몰아가는 것은 아닐까. 


의욕이 솟구치질 않으니 가만히 있을 수밖에. 요즘은 별로 의욕적이 되기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정도면 다 살았다 싶은 생각이 든다. 스무 살 때부터 쉰 기간을 빼면 대략 15년을 쉼 없이 일했다. 3040 노화는 이전 세대보다 가속화되었다고 한다. 역시나 노화의 가속이 나를 빗겨가지는 못했다. 덜컥 암까지 걸리고 나니. 정말이지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것 같다. 맨바닥에 가만히 누워 천장을 응시하다가 눈을 감길 반복 하다 보니 하루가 가버렸다. 아주 깊이깊이 가라앉았다가 멀리멀리 달아나 버린다. 양손을 찔러 넣은 주머니에는 아무것도 없다.  삶도 없고 죽음도 없다. 마음이 이럴까, 왜 이렇게 사무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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