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주안점을 중심으로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 미국에는 약 80개의 상담심리학(counseling psychology) Ph.D. 프로그램과 약 90개의 상담사교육(counselor education) Ph.D. 프로그램이 있다. 이 많은 프로그램 중 어디에 지원할지 결정하려면, 원서를 접수하기 전 각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에서 입시와 관련된 정보를 미리 수집해야 한다. 프로그램 서칭이라 불리는 이 과정은 대개 유학 준비를 시작할 때부터 원서 접수 마감 직전까지 죽 이어지게 된다.
프로그램 서칭의 첫 단계는 인준(accredited) 프로그램 목록을 확인하는 것이다. 상담심리학은 미국심리학회(APA), 상담사교육은 상담 및 관련 교육 프로그램 인준 위원회(CACREP; K-crab이라고 읽음)에서 각각 별도로 인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APA 인준 프로그램 서칭 페이지에서 Start Your Search 버튼을 누른 후 필터를 적용한다. Ctrl 키를 누르고 클릭하면 필터를 여러 개 선택할 수 있는데, 이때 Substantive Area에서 Counseling Psychology만 선택하지 말고 Combined 중 Counseling Psychology가 포함된 필터까지 전부 선택해야 한다.
결합(combined) 프로그램은 임상, 상담, 학교 세 분과 중 두 분과 이상이 합쳐진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지원 단계에서부터 세부전공을 정하고 들어가는 경우가 대다수라, 단일 분과 프로그램과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CACREP 인준 프로그램 목록에서 FILTERS 버튼을 누른 후 Doctoral 아래 Counselor Education and Supervision 전공을 선택한다. 단 이름은 같더라도 해당 프로그램의 석사과정에 어떤 세부전공이 설치되어 있는지에 따라 해당 전공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내용이 달라지므로 각 프로그램 홈페이지에서 이를 살펴야 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노가다 시작이다. 관심 가는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메뉴를 하나씩 눌러보며 정보를 수집한다. 학교마다, 프로그램마다 홈페이지가 중구난방으로 설계되어 있으므로… 인내심을 갖고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도 연구 관심사가 맞는 교수가 하나도 없으면 말짱 꽝이다. 그러므로 다른 정보를 확인하기 전 교수 소개 페이지부터 살펴보는 것을 권장한다.
학생 선발 여부. 학생 선발 여부가 적혀 있지 않은 곳도 있고, 적혀 있는 곳도 있는데… 나와 있는 곳이라면 학생을 선발할 예정이라고 적혀 있는 교수만 학생을 선발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 교수의 연구 관심사를 살피는 것은 말 그대로 시간 낭비다.
키워드. …만 보면 안 된다. 키워드는 해당 교수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색하기 전, 최소한의 핏 여부를 확인하는 정도로만 활용하는 것이 좋다. 해당 교수의 현재 연구 관심사와 동떨어진 것도 키워드로 제시되어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므로, 키워드만 믿지 말고 해당 교수의 최근 연구 동향을 반드시 살펴야 한다.
최근 논문. 읽을 필요까지는 없고, 최근 논문이 나의 연구 관심사에 잘 부합하는지 살피면 된다. 홈페이지가 업데이트되어 있지 않은 경우 구글에 교수 이름을 검색해 Google Scholar나 ResearchGate와 같은 사이트에서 최근 논문을 찾을 수 있다.
프로젝트.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이미 종료된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확인한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이름과 내용을 잘 기억해두면 면접 때 이를 바탕으로 어필할 수 있다. (예: 이러저러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던데, 이에 내가 이러저러하게 기여할 수 있다)
이미 종료된 프로젝트: 최근 논문과 연결 지어 보면 도움이 된다. 최근 논문과 종료된 프로젝트 사이에 관련이 적거나 없을 경우, 교수의 현재 연구 관심사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만약 핏이 잘 맞다고 생각했던 근거가 되는 논문이 이미 종료된 프로젝트로부터 나온 것이라면, 근거가 될 만한 다른 논문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수에 따라 랩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운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랩 홈페이지가 있다면 이를 꼭! 살펴봐야 한다.
랩 소개. 해당 랩이 어떤 것을 중요시하는지, 어떤 연구를 진행하는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등이 나와 있다. 이를 잘 기억해두면 면접에서 답을 구성할 때 큰 도움이 된다.
학생의 연구 관심사. 해당 교수가 어떤 연구 관심사를 가진 학생을 주로 선발하는지 알 수 있다. 교수와 100% 연구 관심사가 일치해야만 하는지, 그렇지 않아도 넓은 범위에서 결이 같다면 괜찮은지 등을 확인한다.
학생의 논문. 학생이 쓴 논문의 저자 목록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학생이 주도적으로 논문을 써야 하는 곳인지, 교수와 학생이 협업을 많이 하는 곳인지, 다른 랩과 협업하는 것이 가능한지, 오로지 교수 이름이 들어간 논문만 쓸 수 있는지 등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교수와 핏이 잘 맞는 것 같다면, 프로그램의 지원 요건을 확인한다.
어학 성적. GRE 점수가 필요한지, TOEFL 점수 커트라인이 몇 점 인지, 커트라인과 별개로 TOEFL 점수가 낮은 경우 추가로 이수해야 할 영어 프로그램이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내야 할 서류. 학교마다, 프로그램마다 천차만별이다. 대개 SOP, Writing Sample, 추가 에세이, 성적표(학위 공증) 등에 관한 정보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학위 요건. 석사학위 유무에 따라 지원 여부가 갈리지는 않는지, 학생 선발 유형이 달라지지는 않는지 확인한다. 특히 CACREP 프로그램은 상담 관련 전공 석사학위를 갖고 있어야 지원할 수 있다. 석사학위에 찍힌 전공명에 따라, 더 나아가서는 석사과정에서 들은 과목에 따라 지원 여부가 갈릴 수 있기 때문에… 헷갈린다면 학과에 메일을 보내 지원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프로그램 데이터.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APA 인준 프로그램은 Student Admissions, Outcomes, and Other Data, CACREP 인준 프로그램은 Program Evaluation이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각종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잘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지원자라면 짚고 넘어가야 할 정보가 차고 넘치므로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APA 프로그램에서 살펴야 할 내용은 1) 졸업까지 평균적으로 얼마나 걸리는지(평균, 중앙값), 2) 중도 탈락(attrition)이 얼마나 되는지, 3) 평균 졸업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 4) 인턴십 배치율과 자격증 취득율이 얼마나 되는지 등이 있다. 한편 CACREP 인준 프로그램에서 살펴야 할 내용은 1) 졸업자 수 및 자격증 취득율, 2) 졸업자 설문 응답 등이 있다. 이 데이터는 인준 프로그램이라면 좋든 싫든 반드시 공개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공개된 자료의 행간을 잘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위에 제시된 데이터를 살펴보면, 졸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7.42년, 중앙값마저 7년이다. 5년 만에 졸업한 학생은 10년간 총 6명으로 10%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학생이 6년 또는 7년 만에 졸업한 것으로 보인다. APA 프로그램은 보통 졸업까지 5-6년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어떤 이유에서든) 졸업하는 데에 더 긴 시간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핸드북. 핸드북(handbook)은 프로그램과 관련된 대부분의 정보를 담고 있는 일종의 가이드북이다. 양이 방대한 만큼 이것까지 봐야 할 이유는 없지만, 면접을 준비하거나 SOP 등을 쓸 때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지원 단계에서 무시할 래야 무시할 수가 없는 요소, 랭킹… 그러나 단언컨대, 학교 랭킹은 프로그램 서칭은 물론 진학할 프로그램을 결정할 때에도 최소한으로만 고려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익히 들어 아는 아이비 리그나 사립대학에 상담 관련 전공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에,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랭킹을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기가 더욱 어렵다.
미국에서 가장 공신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대학 랭킹 중 하나가 바로 USNews다. 상담 관련 프로그램 랭킹은 Best Student Counseling Programs라는 이름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이 랭킹에는 몇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CACREP 프로그램과 APA 프로그램이 혼재되어 있음
석사과정만 설치되어 있는 학교가 랭킹에 들어가 있음
선정 방식이 매우 주관적임
해당 프로그램이 속해 있는 단과대학의 랭킹을 참고할 수도 있다. 대개 사범대학(College of Education) 또는 심리학과(Department of Psychology) 안에 속해 있으므로, 소속에 따라 사범대학은 Best Education Schools, 심리학과는 Best Psychology Programs를 확인하면 된다.
구글에 counseling psychology ranking으로 검색하면 가장 위에 나오는 곳이다. APA 프로그램만 제시되어 있는데, 그 기준이 무려 1994년, 30년 전이다! (이 정도면 유물 내지 사료에 가깝다) 랭킹 안에 이미 사라진 프로그램마저 다수 포함되어 있으므로, 어떤 프로그램이 역사가 깊은지 확인하는 선에서만 참고하기 바란다.
프로그램 서칭은 긴 시간을 요구하는 작업이므로, 나중에 몰아서 하기보다 준비 과정 전반에 걸쳐 틈틈이 해두는 것이 좋다. 다만 너무 일찌감치 서칭을 시작할 경우 현재 상황이 홈페이지에 반영되어 있지 않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처음에는 관심이 가는 프로그램을 추려내는 정도로만 훑어본 다음 본격적으로 지원할 프로그램을 결정할 때 다시 들어가 자세히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하면, 정보를 수집하는 데에 드는 시간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찾은 정보를 그때그때 엑셀 등을 활용해 잘 정리해두면,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몇 번씩 홈페이지를 다시 찾아들어가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구글에 phd admission spreadsheet으로 검색하면 관련 양식이 쏟아지므로, 이를 입맛에 맞게 고쳐 활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