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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전 Nov 04. 2019

해군 장교 이야기 #22 5년 차 전역

후회는 없다

5년 차 전역

  사관학교 출신 장교는 국비지원을 받아 4년간의 장교 양성과정을 거치 때문에 기본적으로 장기 자원으로 분류된다. 장기 자원인 사관학교 출신 장교의 의무복무 기간은 10년이다. 대다수의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은 군 복무를 계속하지만, 전역을 희망하는 장교들을 위해 의무복무기간인 10년 이전인 5년 차에 한 번 전역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나는 5년 차 전역을 했다.


  나는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삶을 기대하며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했다. 안정적인 진로와 나라를 지키는 명예로운 직업이라는 점 또한 군인이라는 직업의 매력이기도 했다. 실제로 내가 경험했던 군생활은 기대처럼 명예로운 직업이자 나 자신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나는 해군 생활을 통해 끊임없이 문제와 부딪히고 이를 해결해나가기를 반복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더욱 알아가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떤 것을 하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나는 직접 내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도전하고 시도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해군 생활은 내 기대와 어긋나지 않았다.


  나는 소위로 임관하면서 장교 5년 차를 마무리하며 전역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5년 차의 기로에서 전역을 결정할 때에 경제적, 능력적인 요인이 전역을 하지 못하게 되는 현실적인 변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 목표는 5년 후 군생활을 마무리하더라도 문제없을 준비와 자신감을 갖추는 것이었다. 전역을 하지 않더라도 내가 준비한 요소들과 자신감은 내 삶과 군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었다.


  나의 이런 노력은 경제에 관심을 가지고 재무적 지식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삶을 살도록 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했다. 그리고 어떤 삶을 살게 되더라도 선순환과 성취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격과 성품, 업무능력, 인간관계, 삶의 태도, 건강,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전역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내 군생활을 더욱 알차게 만들었고 성장할 수 있는 여러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도전하는 삶

  우리는 직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하며 삶의 가치를 배운다. 그만큼 직장은 개인의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어떤 일을,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도 변화하게 된다. 해군은 나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켜주었다.


  나는 해군 생활을 하면서 해군이 계속해서 개선되고 발전하는 과정을 경험했다. 다양한 자리에서 노력하는 훌륭한 동기, 선후배, 전우들이 해군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하면서 나는 해군에 대한 비전을 느꼈다. 그래서 해군 생활은 항상 즐겁고 감사한 나날들이었다.


  나는 군인으로 복무하면서 내 삶을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 자신을 계발하는 과정 속에서 나라는 사람의 가치가 세상에서 얼마만큼 통할 수 있을지 도전해보고 싶었다. 한 번뿐인 삶, 최선을 다해 살아보고 싶었다. 이런 생각들은 전역을 마음에 품고 있던 나에게 확신을 가져다주었다.



전역을 한다면

  전역에 대한 생각을 품으니 사회에 나가게 되면 어떤 일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뒤따라왔다. 나는 이 고민을 하면서 다양한 직업에 대해서 관심이 생겼는데, 요즘 인기가 많은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전문직 등등 다양한 직업들을 고려해보게 되었다. 내가 해군을 전역해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면, 내가 해군으로서 명예로운 직업이라 생각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새로운 일 또한 내게 그런 직업적인 사명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해군은 가치있는 직업이다.


  하지만 어떠한 직업도 군인만큼 명예롭고 가치 있는 직업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직접 가치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직접 일을 만들고 나로 인해 도움을 받는 사람이 생기고 긍정적인 에너지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스스로의 다짐

  내가 성공과 행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경제적 요소, 인격과 성품, 건강과 습관, 태도와 생각, 지식과 도전은 각자 독립적인 요소가 아닌 상호작용하면서 더욱 발전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삶의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주체는 나 자신이며, 행복 또한 내가 만드는 것이다.


  나를 둘러싼 모든 사건은 나를 성장시키는 좋은 기회다. 좋은 경험은 있는 그대로 좋고 행복한 기억으로 내 자존감과 행복을 형성할 것이며, 앞으로 내 인생을 살아가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 반대로 힘든 기억은 교훈을 주고 내가 부딪힐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나의 능력을 키워줄 것이다. 나는 내 삶과 환경에 항상 감사한다.


  내가 목표를 설정하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간다면 그에 상응하는 기회와 행운이 찾아올 것으로 믿는다. 그것이 가시적인 결과물이 아닐지라도 얻을 수 있는 것은 반드시 있으며, 이러한 결과들은 내 삶을 더욱더 주도적이고 발전하는 삶을 살도록 도와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목표와 이를 위해 노력하는 기쁨, 성취는 내 삶을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선순환을 만들 것이며, 같은 시간을 살더라도 상대적 시간의 측면에서 더 길고 유익한 삶을 살수 있록 만들 것이다.

 

  내가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한 것, 그리고 내 인생의 일부를 해군으로서 살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자 행복이었다. 전역을 하게 된 지금 미래에 내가 뭘 하고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어떤 삶의 형태를 영위하며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끊임없는 부딪힘 속, 나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내 삶의 방향성은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우며,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방법이 보인다.' 이는 나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자 내가 앞으로 나아가도록 만드는 힘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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