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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전 Oct 28. 2019

해군 장교 이야기 #21 해군 생활의 끝에서

해군 생활을 마무리하며

전역을 앞두고

  어느덧 간은 러 바다와 함께했던 나의 해군 생활은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해군사관학교를 포함한 9년간의 해군 생활을 통해 얻은 교훈들과 좋았던 기억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면서, 소중한 추억들과 감사한 사람들, 성장한 나 자신을 기록하기 위해 내 해군 생활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무작정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 남는 대로 기록된 글은 어느덧 긴 문장과 여러 쪽의 페이지가 되었고 글을 적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과거의 내가 경험했던 사건들과 그 상황 속 감정을 다시 한번 느끼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 안에는 기쁨과 슬픔, 감사함과 안타까움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당시의 다양한 감정이 교차했던 것과는 다르게 현재는 모든 것들이 좋게만 기억되고 있었다.


내 해군 생활을 정리하며 조금씩 적었던 글은 어느새 긴 문장이 되었다.


  과거의 나는 시간이 흘러 현재의  자신이 되었다. 나는 스무 살의 가입교 생도에서 어느덧 스물아홉의 해군 대위가 되어있었고 9년 간의 해군 생활을 하며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은 내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교훈과 성찰의 시간 속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보다 조금 더 깊은 생각과 넓은 마음을 가진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었기를 희망한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축적된 산물이다. 이는 미래의 나 자신을 위해 내가 현실에 더욱 충실하고 노력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며, 나중에 기억으로 돌이켜볼 때 좋았던 추억과 교훈,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현재의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문제가 아닌 것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수많은 고난과 역경에 마주치게 된다. 이러한 삶의 장물들은 주로 우리에게 고민과 스트레스로 작용하며,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윽고 다시 장애물은 나를 찾아는 과정을 반복한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문제를 마주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성숙하게 된다.


문제에 부딪히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성장한다.


  우리는 마주한 장애물을 해결하고 극복하기 위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고민과 노력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민과 노력은 지속적인 자아성찰과 반성, 의식적인 노력을 요구하며 개인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과정은 당연히 스트레스와 힘듬이 수반되기에 회피 또는 무기력의 반응을 통해 대응하기도 하지만, 장애물을 회피 및 무기력으로 대응할 경우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우리는 삶의 또 다른 영역에서 또다시 비슷한 문제에 부딪히고 다시 또 회피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다.


  힘들지만 자아성찰과 의식적 노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문제 해결 능력과 통찰력, 직관을 기를 수 있다. 나중에 그 원인이 비슷한 것으로부터 기인하는 비슷한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면, 이미 해결했던 문제이기에, 과거의 장애물은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게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는 이런 상황을 경험할 때마다 내가 성장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행복을 느끼며, 장애물과 부딪혀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경우에는 이를 해결한 나 자신을 떠올리며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 우리가 고난을 마주했을 때, 고난을 회피하고 무기력으로 대응할 경우 사람은 더욱 약한 사람이 되지만, 이를 이겨낼 경우 사람은 더욱 단단해지며 마음의 여유를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는 앞으로 내 삶에 수많은 장애물과 고난, 역경이 있을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성찰의 과정을 통해 교훈을 찾고 성장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과거, 현재의  장애물이 미래에는 더 이상 장애물로 느껴지지 않는 나 자신이 될 것이라는 사실도 안다. 나는 아직 부족하기에 앞으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수많은 장애물들과 직면하겠지만, 이를 통해 나라는 사람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을 기대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는 성장의 기쁨은 내가 더욱 현실에 충실하도록 만드는 자극이자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노력하도록 만드는 동기가 된다.


   나라는 사람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은 문제와 직면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성숙한 나 자신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성숙한 사고와 성품은 곧 자존감과 자신감으로 승화된다. 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마음의 여유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관심, 존중으로 표출되며 삶의 선순환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 믿는다.



해군에서 만난 인연

  해군사관학교를 포함한 해군 생활을 돌이켜보면, 국에 남은 것은 나 자신과 해군 생활을 하면서 만났던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다. 내가 경험한 추억들을 함께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경험과 추억, 감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며 나 자신 또한 다른 사람의 추억의 단편으로 남을 수 있는 의미가 된다.


내 첫 근무지였던 강감찬함에서, 장교들과 함께


  해군 생활 속 다양한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지만, 특히 나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던 것 같다. 관학교 생활을 즐겁게 마치고 졸업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동기, 선후배들과 함께했기 때문이며, 바쁜 장교 생활과 고된 환경 속에서도 즐겁게 생활할 수 있었던 것 또한 마찬가지로 내가 만났던 좋은 동료들 덕분이었다.


내 마지막 근무지였던 2함대 계획참모실에서,  동료들과 함께


  나는 해군에서 만났던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장점을 보면서 그 멋진 모습을 닮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들의 존중과 배려를 느끼며 나 또한 존중과 배려를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내가 그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 항상 감사해하며 행운이라 느꼈던 것처럼, 나 또한 그들에게 만날 수 있었던 사람이라는 사실이 감사하고 행운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는 이런 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는 삶을 살았다. 앞으로도 해군 내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과 인연을 지속하면서 감사함을 표현하는 삶을 살고 싶다.


  언제나 멋지고, 감사했던, 그들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해군 생활의 끝에서

  나는 고등학생 시절,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하며 선후배, 동기들과의 우정, 존중과 배려가 넘치는 학교생활을 기대하며,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 통해 건전한 사고, 튼튼한 체력을 쌓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실제 사관학교 생활은 처음엔 예상과 기대와는 달리 회의감의 연속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예상하고 기대했던 사관학교 생활을 즐겁게 마무리하며 장교로 임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단체생활의 과정 속에서 인생에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인간관계를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생도 시절, 장교 임관을 앞두고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장교생활을 기대했으며, 실제 장교생활은 내게 다양한 사건들과 감정의 경험치를 제공해주었다. 모든 것은 내가 마음먹고 하기에 달렸다는 사실을 배웠다.


해군은 내게 다양한 경험과 교훈을 주었다.


  길다면 길었고 짧다면 짧았을 4년간의 생도생활과 5년간의 장교생활 속에서 내가 경험할 수 있었던 다양한 사건들과 감정은 절대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해군사관학교는 일반 대학이 아니었기에 대학생의 삶과 생활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반대로 해군사관학교 생도였기에 내가 배우고 정립할 수 있었던 가치들 또한 많았으며, 오히려 해군사관학교라는 희소한 환경 속에서 더 많은 생각과 풍부한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마찬가지로 일반인이 아닌 해군 장교의 삶을 통해 군인만이 경험 가능한 다양한 일들을 겪을 수 있었다.


  내게 해군에서의 9년은 상당히 긴 시간이었다. 학생이었던 내가 성인이 되어 처음 경험하게 된 수많은 사건들과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 속에서, 나는 계속해서 새로운 장애물들과 마주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군 생활을 되돌아봤을 때,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는 것은 해군 생활 속 나의 노력과 성찰의 과정이 내 삶을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생각에 감사함과 보람을 느낀다. 나는 가입교 시절을 거쳐 생도가 되었고 장교로 임관하여 수상함과 잠수함, 특수부대와 사령부, 조선소 생활을 경험했다. 길게 느껴지기만 하던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고 나는 어느덧 전역을 앞두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는 추억이 된 내가 경험하고 느꼈던 사건들과 감정의 배경에는 항상 바다가 있었다. 나는 내 20대를 바다와 함께했다.


내 20대는 항상 바다와 함께였다.


  나는 내 20대를 바다와 함께하면서 글로 다 적지 못한 수많은 사건들을 경험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다. 그리고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들은 내게 훌륭한 경험이 되었다. 과거에 문제였고 고민이었던 부분들은 어느 순간 해결되어있으며, 나는 조금 더 성장해 있었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나 자신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깨닫고 변화한 나의 삶에 대한 태도는 내 삶을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었다. 9년의 시간은 내게는 명예로웠던 시간이자 내가 수많은 가치를 정립하고 느끼며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양분의 시간이었다. 나는 해군에서의 세월이 전역 후 더욱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단단한 기반과 뿌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 이제는 이를 바탕으로 사회에 나가 열매를 맺기 위해 노력할 차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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