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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자반 Dec 17. 2021

수학? 클릭하세요

수학) 수학과 4학년이 말하는 '수학' 즐기는 법


수학 : 대부분의 중고등학생들이 아주 싫어하는 것. 심지어 다수의 성인들 또한 거부감을 느낀다.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고 있는 수학과 4학년으로서, 오늘은 수학에 대한 그 어떠한 옹호도 하지 않을 것이다.

'수학은 알고 보면 쉬워요! 해보실래요?'라고 하는 것은 30분 후면 들통날 진실을 감추려 애써 거짓말하는 5살 어린아이의 행동과도 같다. 수학은 99.99%의 사람들에게 똑같이 어렵고 골치 아프다. 그리고 물론 나도 위의 99.99%에 속한다.


아마 이 글을 클릭해서 들어온 독자분들의 연령대는 유-초등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는 40-50대의 학부모님들, 다시 수학을 공부해보고 싶은 대학생 이상의 성인들 혹은 '해석학 잘하는 법' , '수학 못해먹겠네'를 검색하여 들어온 소수의 수학과 1-2학년일 것이다. 그렇다면 집중하라, 오늘은 이러한 독자들을 위해 '수학'즐기는 법을 전파하는 글이다. (수학 시험을 잘 보고 싶은 중고등학생들에게는,, 아쉽게도 다음 기회에 더 유익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다.)




1. 자신을 프레임 속에 가두지 말자.


수학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생뚱맞게 웬 프레임이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수학을 지금 당장 잘해서 시험에서 100점 맞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수학을 '즐기기' 위해서는 이 1번 항목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 업계의 바이블, 루딘의 PMA

처음부터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 물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만이 수학을 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고등학교 수학 시험을 잘 못 봤지만 해석학과 대수학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도 있고 수학과 전공학점이 낮은 대학생이 대학원에 가서 포텐이 터지는 경우도 꽤 있다. 심지어는 박사 졸업 후에 탁월함을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위대한 수학자 데데킨트의 박사 학위 논문은 평범 그 자체였다고 한다. 


이 무수한 경우들을 보며, 만약 그들이 '나는 수학을 못한다', '수학은 내가 하기에는 너무 어렵다'라는 생각을 갖고 수학을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수학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공평하게 어렵다. 또한 아직 두각을 드러낼 시기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자기 자신을 '못한다'라는 프레임에 가두지 말자. 



(비슷한 느낌으로, 수학 내의 특정 분야를 못한다는 프레임도 아주 해롭다. 예를 들어 '나는 확통을 못한다' 대학생이라면 '나는 위상수학에 재능이 없다'라고 생각하는 행위를 말한다. 사실 확통, 미적분, 기하, 위상수학, 미분기하학 등 학문을 나눠놓은 것은 그저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 편의에 의해 나눠 놓은 것이다. 그들이 공유하는 부분 어마 무시하게 많다. 그러니 구태여 부정적인 생각을 할 필요는 전혀 없다.)   



2. 수학 역사책을 읽어보자.


수학을 생각하면 보통 평면 기하(삼각비 등)나 방정식, 미적분을 많이 떠올린다. 물론 그 셋이 수학을 대표하는 주요 분야임은 맞지만 생각보다 수학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 분야 또한 다양하다. 수학 교과서에서는 극한 -> 미분 -> 적분 의 순서를 가진 서술 방식을 택하지만 사실상 수학의 역사는 그 반대라는 것이 믿어지겠는가? 정수의 개수와 자연수의 개수가 같다는 사실은 어떠한가? (***하단 참고)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가 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은? 사각형과 똑같은 넓이의 원을 그릴 수 없다는 것은? 찻잔과 도넛이 똑같은 '모양'으로 간주된다는 것은?


위의 예시들은 구미가 당기지만 동시에 머리도 지끈거리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수학적으로 증명하려 했을 때 복잡해지는 것이지, 수학이 아니라 역사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꽤 흥미로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위의 예시들을 보며 단 한 가지라도 '왜 그렇지?'라는 의문이 들었다면 지금 당장 도서관에 가서 수학의 역사를 다룬 교양서적을 빌려보자. '수학사'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생각보다 많은 책들이 있을 것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는 옛날이야기를 보는 느낌으로 가볍게 읽어보자. 읽다가 특히 흥미로운 인물이나 분야, 질문이 있다면 한번 기억해보자. 그것이 바로 우리의 두 번째 걸음이다.



3. 생각을 확장시켜보자. 그리고 잘 모르겠으면 받아들이자.


흥미로운 부분들을 기억했다면 그것을 노트에 적어보자. 한 개, 두 개, 세 개로 늘어나면서 그것들의 공통점이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또 도서관에 가서 그 분야에 해당하는 책을 빌려보자. 인물이어도 좋다.

2단계에서 가졌던 의문들이 몇 가지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새로운 의문들이 생길 것이다. 어쩌면 조금 더 심화적일 수도 있다. 3단계까지 왔다면 당신은 '수학자'라고 불려도 손색없는 사람이다. 어떤 한 분야에 관심과 의문을 갖고 그 의문을 해결하려 달려드는 사람, 그것이 바로 수학자이다. 


어려움에 부딪힐 수도 있다. 아니, 어려움에 꼭 부딪힌다고 보아야 맞는 말일 것이다. 수학은 누구에게나 어렵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흥미로운 역사책으로 접근했지만 갖가지 의문이 생기고,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찾은 책은 어려운 용어로 뒤덮여 있다면 말이다. 그래도 '역시 난 수학을 못해'라는 프레임에 빠지지 말고 천천히 들여다보자. 그래도 잘 모르겠으면 그냥 받아들이자. 생각보다 쿨하게 '응 그래~ 그렇지~'라고 받아들였던 것들이 나중에 가서 갑자기 이해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첨언을 하자면, 약간 이런 식이다.


***나) 자연수랑 정수랑 개수가 같다고요? 왜요? -> 책) 그것은 자연수와 정수의 농도(cardinality)가 같기 때문입니다. 자연수와 정수는 같은 무한이라는 뜻이죠. -> 나) 농도가 뭔가요? 그럼 실수의 개수도 같나요?


바로 이때 이상한 용어들이 가득 찬 설명들이 나온다. 


책) 실수의 '개수'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실수는 자연수, 정수의 개수와 같지 않습니다. 사실 실수의 '개수'는 정의할 수 없습니다. 실수 set R은 uncountable, 즉 셀 수 없기 때문이죠. 반면에 정수 Z와 자연수 N은 infinite 하지만 countable 합니다. 수학적 용어로는 at most countable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이 이하로 더 많은 질문과 답의 과정이 있을 것이다. 어느 선에서 지치고 머리가 터질 것 같다면 그냥 받아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누군가 시험을 보고 평가하는 것도 아니니, 편하게 받아들이자. 다음 의문에 대해서 또 고민해보자. 그리고 즐기자. 이 모든 과정을. 그것이 나는 '수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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