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시작한 지 한 달째
회복되지 않는 체력과 몸매에 절망하며 정말 살려고 시작한 운동이었고
요가를 시작하고 며칠간은 정말 내 몸이 녹슬었구나를 여실히 느꼈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그래도 맨손운동 정도라도 꾸준히 운동을 해 왔고 요가도 수련했었던 적이 있어서 금방 몸이 익숙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감을 잡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3년 만에 꺼내 입은 레깅스는 마치 압박붕대처럼 운동하는 내내 내 몸을 조여왔다.
요즘은 10년이 아니라 3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세상.
3년 동안 내 몸이 그대로일 거라 생각했었다니...... 이 얼마나 오만 했던가...
요가를 하면 깊은 심호흡과 함께 마음까지 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지 못한 번뇌가 찾아왔다.
요가하는 동안은 전면 거울 덕에 보기 싫어도 내 몸 구석구석 붙어 있는 군살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을래도 자연스레 내 눈은 요가를 온 다른 사람들의 몸과 나를 비교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쩜 요가는 몸매에 자신감 넘치는 사람들만 하는 운동인가 싶을 정도로 강사님 뿐 아니라 함께 수업을 받는 사람들의 몸도 날씬하고 매끈했다.
특히 내 자리에서 강사님 동작을 보려면 위치상 자꾸 쳐다볼 수밖에 없는 대각선 앞자리에 앉은 회원이 눈에 띄었는데 그녀는 이상한 동작으로 남이 보면 흉할 법한 자 세를 취할 때 마저 짤막한 크롭 티셔츠와 레깅스에서 풍겨져 나오는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싱그러운 예쁨이 뿜어져 나왔다.
게다가 나이까지 어려 보였으니 그녀에 대한 옹졸한 부러움이 꺼지지 않았다.
실례인 줄 알지만 자꾸만 내 시선을 뺏는 그녀를 보며 나도 한 때는 저렇게 예뻤다는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는 위안을 하고 그랬었다.
하지만 수업을 받은 지 한 달쯤 되고 보니 대각선의 그 예쁜 회원이 생각보다 유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 거울로 비치는 나를 유심히 보고 있다는 것도....
살집은 불어도 유연성은 아직 살아남아 있었는지 나는 강사님의 동작을 제법 잘 따라 하는 수강생이었다.
그러자 대각선 그녀보다 거울 속의 내가 조금 더 골반을 잘 움직인다는 것 , 몸이 더 많이 꺾을 수 있다는 것 , 그런 사소한 것들에 못난 우월감이 샘솟는 게 아니겠는가
솔직히 그것은 상대가 알아챌까 부끄러우면서도 어쩐지 스스로에게 위로가 되는 은밀한 기쁨이었고 참 음숭한 마음이었다.
이상한 자아도취에 빠져 그 이후 한동안 요가 수업에 가면 내 온몸을 찢고 벌리고 누르는 데에 온 힘을 끌어다 쓴 것 같다.
그리고 결국 나는 심한 몸살을 않게 되었고 관절과 근육이 끊어지는 고통을 으껴야만 했다
3년간 멈춰있던 몸을 가혹하게 몰아붙인 대가였다.
나의 이런 유치한 경쟁심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를 대각선의 그 예쁜 회원은 내가 없는 시간에도 그 숨겨도 숨길 수 없는 젊고 예쁜 몸을 단련하기 위해 요가 수업에 출석할 것이다.
이런 내가 웃기고 슬프지만 이게 다 젊음을 질투하고 감히 과시하고. 싶었던 나의 죗값이라 생각한다.
요가를 하면서 마음의 수행까지 했어야 하거늘 질투심과 자격지심에 오기를 부리다니.... 예견된 결과
어쩌겠나... 다음 수업부터는 절대 무리하지 않겠다 결심해 본다. 요가 할 때는 욕심까지 버려야 한다.
자리를 바꿔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