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seuN 쓴 Jan 26. 2024

울릉도를 지켜주세요.

'수토'란 수색 하여 무엇을 알아내거나 찾기 위해여 조사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울릉도의 치세를 살피는 한편, 불법으로 거주하는 조선 주민과 벌목. 어로 행위를 하는 일본인을 수색하고 토벌하는 정책이다. 즉 정기적인 울릉도 순찰을 통해 군역, 공납을 피해 도망친 조선 주민을 쇄환 시키고, 왜구의 수탈로부터 조선의 영토를 보호하기 위한 의도로 시작되었다., 이는 당시 조선의 영토인 울릉도를 지키기 위한 국토방위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수토 역사 전시관


어쩌면 따분하고 지루한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 시간이 소중했다. 여행지에서 무엇인가를 배워 간다는 생각이 들면 여행이 조금 더 가치로워진다. 술만 먹다가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여행이 아닌 하나라도 배우고 알게 되는 그런 여행이야 말로 내가 좋아하는 여행이다. 


우리는 극명하게 2:2로 갈렸다. 친구들 네 명이 같은 건물로 들어왔지만 나오는 시간을 각기 달랐다. 조금의 차이가 아니라 거의 패싱을 하듯 지나가 버린 두 명과 정독을 하고 나가는 두 명의 시간차 생겼다. 


원래 이곳을 들어올 생각은 아니었다. 여기에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다. 검색을 할 때는 밥을 먹기 위해 유명한 유투버가 울릉도에 왔다가 먹고 간 그 집을 찾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곳을 찾게 된 이유는 그 유튜버가 아니었다. 울릉도가 고향인 친구의 지인이 이 집을 소개해 줬는데, 검색을 하고 나서 보니 그 유튜버가 다녀간 곳이었다. 


아무튼 이 동내를 들어서는데, 가게를 발견하기도 전에 아주 큰 건물에 배 모형을 전시하고 있는 수토역사 전시관을 먼저 보게 되었다. 마침 주차장도 넓었고, 사람들도 없었던 터라 우린 망설임 없이 입장을 했다. 당시 근무하시던 직원분들이 계셔 허락을 받고선 바로 들어갔다. 

역사 전시관은 역독적인 에너지는 없다고 봐야 한다. 정적이며 학구적이다. 내용이 심오할 때가 있고, 침묵과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곳도 있다. 


친구와 대만을 여행하면서 박물관에 간 적이 있었는데, 단순히 역사적 물품을 전시하는 것이라 아니라 시대별로 쓰임에 따라 분류를 해 놓았기 때문에 볼거리가 너무나 많이 있었다. 해설 가이드를 따로 챙기지 못해서 인터넷으로 하나하나 검색하면서 보느라 세 시간을 그 안에서 보냈다. 


가끔 한국에서 단체 여행을 오 시분 분들의 가이드를 따라 걸으면서 듣기도 하고 우리와 속도가 안 맞으면 우리끼리 보기도 하면서 서로 본 것에 느낌을 말하다 보니 시간이 그렇게 지나간 줄도 몰랐었다. 그렇게 보면서 걸으니 여행 중에 가장 많이 걸어 다녔던 날이 되었다. 

우리 둘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사전에 조사를 하고 들어온 곳이 아니라서 이곳의 기원에서부터 역사적 역할까지 하나하나 읽으면서 걸어 다녔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른 두 명의 친구들은 먼저 나간다고 우리에게 이야길 하고 서둘러 빠져 나갔고, 남은 우리 둘은 역사적 기록을 읽으면서 천천히 관람할 수 있었다. 


만약에 혼자 이곳에 남았다면 절대로 이걸 다 보고 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내용이 많았고, 자세히 보면 의미가 큰 부분도 있어 쉽게 나갈 수 없었다. 울릉도를 지키기 위한 조상들의 기록이 있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인지 모르지만 여행을 시작하면서 기록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컴퓨터를 없는 곳이나 핸드폰을 사용할 여력이 되지 않는 곳에선 메모를 하면서 여행을 하는 습관 때문에 기록을 보면 무심하게 지나치지 않는다. 조선 이전에도 이곳은 있었지만 조선시대에 와서 울릉도를 수호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커졌다는 것을 있었다. 


지금 그 일을 알 수 있는 것도 다 그때의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찰하러 온 감찰사는 울릉도의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돌에 새겨두어 잊힐 염려가 없이 적기도 했다. (지금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그리고 문헌들도 많이 남아 있다. 울릉도를 방문하는 것이 개인적인 여행에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곳을 들어오기 전에는 나라에 신고를 하고 허가를 받아야만 들어올 수 있었다. 


항로라는 개념이 없었을 것이고 먼바다를 항해하는 기술이 온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위험한 상황도 분명 여러 번 있었을 텐데, 국가의 임무를 완료하기 위해 그 험한 길을 헤치고 이곳에 닿게 된다. 한두 번의 방문이 아니었다. 


정기적이며 때론 비정기적으로 이곳을 다녀가게 되었다. 일본의 사용이 보인다 싶으면 군을 이끌고 오기도 했다.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어쩌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일이다. 변방의 작은 섬에 사는 사람이 누군지 이름도 모를 텐데, 단지 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지키기 위해 군대가 일본을 물리친 역사를 기록해 두었다.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말라는 의미로 말이다. 

기록의 힘은 결코 작지 않다. 사람들이 그 기록을 보고 배우기도 하고, 기록을 통해서 행동하기도 한다. 여행의 기록을 보고 따라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고, 요리책을 따라 음식을 만들어 먹는 사람도 있다. 이 외에도 기록의 중요성은 무궁무진하다. 


짧은 여행기를 쓰면서 별 잔소리를 다한다 싶지만, 혹시 울릉도를 방문할 계획이 있는 분이 이 글을 읽는다면 꼭 이곳을 빼먹지 말고 들렀다 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이야기다. 


기록을 잃고 내려와 출구로 향하니 옛날 이곳에 방문할 때 썼던 배 모형이 있었다. 내가 타고 들어온 울릉크루즈 배의 구명선 정도의 크기의 배로 파도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승선감으로 울릉도에 도착했다고 생각하니 한 번 더 존경심이 생겨난다. 


우리보다 먼저 내려간 친구들은 입구에 고양이가 볕을 쬐고 있었는데, 우리에게 시선 한번 주지 않는 고양이에게 관심을 구걸하고 있었다. 다시 네 명이 합류하게 되면서 원래 목적지인 식당으로 향했다. 


우진이네-물회를 드시나요?


경상도가 고향인 우리들은 물회가 낯설지 않다. 더운 여름에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가을이나 겨울에 더 많이 먹는 음식이다. 물을 부어 먹는 음식처럼 보이지만 그 나름의 방법으로 먹는 음식이다. 심지어 같은 지역이라도 집집마다 만드는 방식이 달라 맛이 다르다. 


우리가 다녀온 가게인 '우진이네'는 심지어 내가 알던 그런 물회의 방식이 아니었다. 양념이 채소와 회 위에 뿌려져 나오는 스타일이고, 거기에 물을 부어서 양념을 희석해서 먹는 음식이었다. 


포항에서 먹은 물회의 경우에는 육수에 양념이 섞여 있고, 냉동고에 미리 넣어두어 주문이 들어오면 아주 차가운 상태로 채소와 회 위에 부어주는 음식이다. 달고, 신맛이 적절하게 배어있고 같은 양념이 들어가 있는 육수를 쓴다. 보통 물회라 하면 양념이 조금씩 다를 수 있어도 주문하면 보통 같은 방식으로 나온다. 


이곳에서 먹은 음식은 진짜 물회를 말한다. 물을 부어서 먹는 것도 그렇고, 양념을 내가 스스로 양념의 양을 조절해서 먹는 느낌이라 색다른 맛이 느껴졌다. 깔끔한 맛에 푸짐한 회를 먹으니 시원하고 청량감이 느껴졌다. 

네 명이라 장점은 두 그릇의 물회와 2인분의 오징어 두루치기를 시켰는데, 개인적으론 이렇게 조합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이렇게 먹으면 물회의 시원한 맛을 느낄 수도 있고, 익은 채소와 오징어의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오징어 두루치기는 양념이 과하지 않았고, 약간 단맛이 있었는데, 아마 양파에서 나오는 느낌의 단맛이라 거부감이 없이 깔끔하게 먹었다. 친구 중에 한 명이 물회를 못 먹겠다고 해서 오징어 두루치기를 시킨 거였는데, 주문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이 그릇에 바로 밥을 넣고 비벼서 친구들이 숟가락을 다 넣고 퍼먹었다, 양념까지 삭삭 긁어먹고 나서야 볼록하게 나온 배를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누구 유명한 사람이 이곳에 왔다더라 하는 이야길 듣고 온 게 아니라 기대 없이 왔었고, 울릉도에 사는 토박이가 추천해서 다녀온 식당이라 실패가 없었던 것이다. 

여행에서 음식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된다, 먹기 위해서 여행을 하는 건 아니지만 여행에서 음식은 관광지 못지않은 중요도를 가진다.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을 먹는 것만큼 행복한 시간은 없다. 우리도 행복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울릉도의 전망을 보기 위해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이전 12화 안녕하세요. 독도 주민입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