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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uN 쓴 Jan 23. 2024

공. 품.아. 집 앞이 공원이라면,

역세권 : 지하철 역이 가까운 곳

스세권 : 스타벅스 가까운 곳

초품아 : 초등학교가 있는 아파트 단지 


이처럼 내가 살고 있는 곳에 편의 시설이 있다면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편의시설이 있다는 것이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숙소를 정하는 기준도 가까운 곳에 역과 터미널에 있으면 조금 더 좋은 숙소로 평가를 받게 된다. 혹은 주변에 랜드마크가 있어서 여행을 하게 되면 꼭 들러야 하는 곳 근처에 있다면 훨씬 좋은 위치에 숙소가 있다고 말한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의 목표는 휴식과 쉼이다. 거기에 맞춰 숙소를 정해둔 것은 아니지만 숙소를 정하고 보니 바로 앞에 울릉자생식물원이 바로 앞에 있었다. 지난밤까지만 해도 캠프 온 것 같은 기분에 취해, 독도 소주와 막걸리에 취해 이불에서 일어날 생각이 없었다. 


울릉자생식물원


햇살이 좋은 아침에 눈을 뜨니 어제의 게을렀던 생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싶어 운동화 끈을 다시 묶고 밖으로 나왔다.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숙소는 산 허리쯤에 위치하고 있는 3층짜리 건물이다. 밖에서 보면 문이 많이 있는 3층짜리 추택 같이 보이는데, 그 문 하나가 방 하나가 있다고 보면 된다. 


숙소가 위치한 산은 울릉 자생 식물원을 같이 품고 있었다. 숙소에서 나와 굽어진 도로를 따라 산 허리에서 해안도로가 있는 방향으로 바다를 보며 내려오게 되면 식물원 입구가 바로 보인다. 5분 정도의 거리를 걸어 내려왔고, 길은 오롯하게 한 길로 나있으니 헤맨다면 운전면허증을 반납해야 할 정도다. 


아침 일찍 일어난 친구는 아미 아침으로 해장 라면을 끓여 먹고 담배를 피우고 들어오는 길에 나가는 나와 마주쳤다. 다른 두 친구는 자고 있었기에 나는 조용히 숙소 건물을 빠져나와 식물원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원래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챙겨 온 에어팟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내려가는 길이 심심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차를 타고 오르내리며 봤던 풍경은 이곳의 표지라고 한다면 내가 걸어가면서 보고 있는 고양이와 작은 들풀들, 눈앞에 보이는 바다와 잔뜩 초록을 머금고 있는 나무와 풀들이 진짜 내용이었다. 거기다가 바람과 풀들이 만나 만드는 시원한 소리가 바닷가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는 음악을 들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귀에 소리를 담아 주었다. 심지어 바람이 살 곁을 지나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기분은 산책을 더욱 귀한 시간을 기억시켜 주는 필요조건이 되었다. 

숙소를 나와 얼마 걷질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별 안 가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엔 매표소도 없고 작은 사무실 건물만 있었는데, 상주하는 직원이 있어 보이긴 했지만 일요일이라 직원들은 보이질 않았다. 식물원 쪽으로 방향을 돌려 산책로의 시작점에 섰다. 


이곳은 울릉도의 식물자원을 전시, 증식, 연구, 보전하고, 울릉도의 아름다운 식물세계를 알리기 위해 조성되었다. 울릉도의 희귀 식물의 유전자 보호 및  증식기능으로 종 다양성 목적에 기여하고 있는 곳이다. 식물원 자체의 면적이 작지 않아서 지도를 참고해서 보고 싶은 곳을 정했고, 그 부분을 따라 걸었다. 

처음에 식물원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해 본 적이 없었다. 우리 숙소가 해안도로에서 조금 거리가 있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 바다를 보고 오려면 조금 힘들겠다는 생각만 했었다. 바다를 앞에 두고 있으니 바다에 하루라도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우연히 지도를 보다 보니 공원으로 표시된 이곳을 알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아주 좋았다. 아무도 없는 공원이라 좋았고, 식물원 자체적으로 소소하게 보유하고 있던 연구지를 구경해 볼 수도 있었다. 작게나마 표지판을 세워 두었기에 그 내용을 읽으면서 식물원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꼭 공부를 하면서 다녀야 했던 건 아니었다. 그저 구름이 없는 하늘 아래에서 점점 뜨거워지는 태양 볕을 받으면서 산책을 하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다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초록의 싱그러운 식물원을 볼 수 있었다. 마치 둘레길을 연상시키는 산책로는 거리가 짧지 않아서 운동이 생각도 안 날 정도의 거리였다. 


잘 닦인 길이 보면이 경보로 딸리 걷기가 자갈이 깔린 길을 보면 자락자락하는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걸어 본다. 공원면적의 절반 정도가 지나서야 시간이 오래 흘렀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고요함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그저 걷기만 하고 사진을 찍기 바빴던 모양이었다. 

마침 광복절을 하루 남긴 날 아침 무궁화를 보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돌아가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돌아가 무궁화를 사진에 담았다. 독도를 다녀오면서 다시 한번 느낀 것인데, 애국심이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가끔 몰입하는 시간이 있다. 


어제처럼 독도를 다녀온 다음날도 그렇지만, 국가 대항 스포츠가 있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고취되어 버린다. 여행을 할 때면 태극기를 보기만 해도 애국이 생긴다. 20대에 호주에서 거꾸로 달려 있는 태극기를 바로 잡는데, 손짓과 발짓을 다 써가며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생각보다 잊고 사는 것 같더라도 우리나라를 생각하는 경험이 잦은 편이다. 좁은 나라에 아웅다웅 살고 있지만 싫으니 좋으니 해도 결국은 우린 모두 우리나라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길가에 핀 작은 무궁화 한 송이에도 고취되어 어쩔 줄 몰라하는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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