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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uN 쓴 Jan 31. 2024

이렇게 푸르다니, 울릉도

향목전망대


차를 돌려 목적지로 정했던 곳은 바로 향목전망대라고 부르는 울릉도의 절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를 선택했다. 이곳의 장점을 꼽자면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간다는 점과 모노레일을 내려서 전망대까지 걸어 올라가는 길이 짧지 않다는 점이다. 


때론 전망대나 산 정상에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게 되면 내리자마자 바로 전망대가 보이면서 카메라를 들고 연신 셔터를 누르다가 다시 내려오는 케이블카를 타게 된다. 그럼 내가 뭘 하러 이곳을 올라왔는지도 모를 채 다시 내려가게 된다. 물론 눈앞에 보이는 절경은 말도 못 하게 아름답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향목전망대는 나름 적절한 비율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지 않아도 등산로가 있기 때문에  걸어 올라갈 수 있는 길도 있다. 우리는 흔하게 타 볼 수 없었던 모노레일을 타기로 하고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자 날이 더워지고 태양이 뜨거워졌다. 표를 구입하고 대기실로 들어서니 시원한 바람이 공간을 채워주고 있었다. 에어컨 바람에 흘렸던 땀을 식히고 뜨거워진 피부가 차츰 식어갔다.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앉아 있었는데, 우리끼리만 있던 대기실에 다른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오자 머쓱해지며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타이밍 좋게 올라갔던 모노레일이 내려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탑승할 땐 음식을 들고 올라탈 수 없어서 대기실엔 먹다 남은 커피들이 가득했다. 요즘 버스에서 커피를 마실 수 없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다가 버스가 들어오면 그대로 버스 정류장에 놓고 간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이 부분은 조금 생각해 볼만한 문제 이긴 하다. 

모노레일을 타 본 경험이 적다. 대구에 지하철 3호선은 지상철이 모노레일처럼 되어 있다 점 말고 모노레일이라는 게 익숙하지 않다. 심지어 자가용이 있으니 지상철을 타는 경우도 흔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가 들어오는 모노레일에 한참을 넋을 놓고 봤다. 직육면체의 파란색 상자가 레일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신기했다. 심지어 레일을 타고 내려오면서도 기울어짐이 없도로 수평을 유지하면서 내려오는데, 청룡열차를 타는 느낌을 없을 것 같았다. 


모노레일의 탑승객실은 레일 위에서 수평을 유지하고 있었다. 기울임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내리막을 내려오고 있었다. 작은 성량갑처럼 생긴 상자가 우리 앞에 다사 서자 컨테이너 집처럼 크게 보였다. 그 상자의 문이 열리면서 산 위에서 내려오던 사람들이 내렸고, 산을 올라가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싶으면 앞자리에 앉으면 좋고, 겁이 없으며 높은 곳에서도 대화가 가능한 사람은 뒤쪽 자리에 앉으면 좋다. 


올라가는 길에도 창밖으로는 많은 나무와 풀들이 지나간다. 등산로인지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길인지 모를 작은 오솔길도 보였다. 만화 영화처럼 토끼나 사슴과 같은 동물 친구들이 인사를 해 줄 것만 같지만 평온한 모습의 작은 언덕의 모습만 볼 수 있었다. 


모노레일의 종착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열차칸에 올라탄 지 수 분이 지나자마자 바로 도착해 버렸다. 

다행스럽게 우리가 올라가는 차를 보내고 막 도착한 시간이라 대기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가장 앞자리에 앉아서 갈 수 있어서 좋았다. 레일의 모습만 보겠지 하는 예상과는 달리 오르막을 오를 때만 그랬지 막상 올라오고 나니 꽤 좋은 전망을 볼 수 있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을 올라와 객차에서 내리고 나선 전망대로 향하는 하나의 길로 발을 내디뎠다. 우리가 가야 하는 방향 외엔 길이 없으니 찾기도 싶고 고도의 차이가 심하게 나는 것도 아니라서 걸음을 가볍게 옮길 수 있었다. 


완만한 길이 이어졌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온 정도의 시간을 걸어서 이동했다. 우리가 이동하는 곳은 향목전망대라고 하는 곳이었다. 딱 한 번 가는 길에 갈림길이 있는데, 흰색 등대 가는 방향이라고 적혀 있는데, 보면 바로 보이는 곳에 등대가 있어서 따로 들어가 보진 않았다. 


향목전망대로 걸음을 딛고 다니다 보니 약간의 땀이 나는 정도로 몸이 달아올랐다. 해도 뜨거운 8월의 여름이었지만 오랜만에 좋은 공기를 맡으며 걷는 시간이 오랜만이 살짝 몸이 데워졌다. 딱 그 무렵쯤 전망대에 도착을 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절경은 감히 말하지만 울릉도에서 가장 좋은 경치를 보고 왔다고 할 수 있었다. 나름 외국 여행도 다녀보고 전망대라고 이름 된 곳도 많이 다녀왔었다. 그곳 또한 매력적이고 경치은 풍광을 가지고 있지만 이곳에서 보는 울릉도 앞바다와 울릉도의 불규칙적인 바위들의 모습이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불어오는 바람도 좋았다. 걸어 올라오느라 약간 예열된 몸이 순싯간에 식어 버렸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자신의 앞머리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뒤집어지는 치마를 붙들어 놓으려 한참을 씨름했다. 다른 곳 같았으면 바람이 불다가 그치면 사진도 찍고 옷매무새도 볼 텐데, 이곳을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 주기가 있는 바람도 아니고 살살 부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목적이 없이 흔들어대는 바람만 가득했다. 


그 와중에 드론을 가지고 온 사람이 있었다. 특별히 전문 촬영을 하고 있진 않았지만 기체를 높이 올려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가끔씩 멀리 보내어 사진을 담기도 했었는데, 조금만 친화력이 높았다면 사진을 보내 달라고 하고 싶었다. 아쉽지만 나는 그 정도로 친화력이 있던 사람은 아니라 그저 부러움이 가득 담긴 눈 빛을 보내는 것으로 만족했야만 했다. 


올라오는 것 같이 올라왔지만 서로의 시간을 보냈다. 왼쪽의 모습을 보러 갔다가 오른쪽의 모습도 봤다가 난간에 서서 불어오는 사람을 맞으며 시원하게 시간을 보냈다. 

답답한 일도 없었지만 기분이 상쾌했다. 바람을 맞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음을 느꼈다. 생각보다 별 것 아닌 것에 생각보다 많은 고민을 하고 사는 인생이다. 때론 바람을 맞으며 날려 버려도 될 만큼 아주 사소하고 중요하지 않은 그런 일들 말이다. 


내려오는 길은 한결 더 가벼워진 말걸음이다. 길도 익숙해 셔 다 아는 길이고, 내리막길이라 편하게 내려왔다. 정류장에 부스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선풍기 바람을 쐬며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그렇게 덥진 않았다. 


올라갈 때와 마찬가지로 내려오는 차의 앞에 앉아 내려왔는데, 눈앞에 보이는 바다 덕분에 내려오는 길이 전혀 심심하지 않았다. 사실 이곳 전망대에서 보내는 시간 내내 눈 호강을 했다고 할 정도로 좋은 경 치과 좋은 환경을 보고 내려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별로 크게 돈을 들이지 않아도 사실은 쉽게 마음이 좋아질 수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더 좋은 것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과 욕심이 만들어낸 가짜 뉴스 같은 거 아닐까? 호캉스나 휴양지의 휴가에서만 자유를 느끼거나 돈 쓰는 맛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매표를 하는 곳에 내려와 차에 올랐는데, 차를 회차하기 위해 전진하고 보니 작은 동굴이 나왔다. 얼마나 튼튼한지 알 수 없어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벽을 이루는 돌의 색에 반했다. 안쪽으로 깊게 색이 뻗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조금은 들어가 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으나 호기심에 목숨을 걸 수 없으니 차를 돌리긴 했다.


전망대도 그랬고, 내려와서도 그렇고

생각보다 울릉도의 곳곳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아름답다는 표현보다는 경이롭다는 단어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지만 경이로움이 아름다움을 더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냥 아름답다는 단어를 쓰기로 했다. 


이 글을 쓰는 목적도 울릉도를 소개하는 것이지만 소개를 넘어서 꼭 모두가 한 번쯤은 울릉도를 다녀와 보는 것도 추천한다. 

이전 14화 그저 그런 시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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