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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uN 쓴 Feb 16. 2024

울릉도 막걸리래. 그런데...

아.. 

어떻게 이야길 시작해야 할지 감을 못 잡겠다. 일단 이 사진은 울릉도 막걸리 만드는 할머니가 계시는데, 호박막걸리를 한잔 주셔서 그걸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찍어둔 사진이라 설명할 수 있겠다. 

이 막거리 사진엔 사연이 많이 들어 있어서 이 글을 쓰면서도 몇 번이나 지우고 다시 쓰길 반복했다. 말 그대로 조금은 힘든 글쓰기라 이야길 풀어내기가 힘들었다는 이야기다. 글재주가 이리도 없으니 아직은 출판작가 지망생이지 라는 생각도 해본다마는 능력이 모자라는 나 자신에게 조금은 화가 나기도 한다. 이야길 조금이라도 풀어 보면 이렇다.


우선 나는 요즘 막걸리 맛에 빠져 있는 중이다. 막걸리라는 것이 시중에 파는 유통기간이 길고 맛이 획일화된 것도 있지만 각 지방 양조장에서 만들어 그 맛이 빚는 사람에 따라 다르며 그 지역 물 맛에 따라 막걸리 풍미가 다르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그러다 보니 막걸리는 어느 것 하나 같은 맛이 없고, 심지어 작은 양조장의 경우 발효 항아리마다 맛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있다. 


전통적인 방식의 막걸리는 단맛을 내는 설탕을 첨가하지 않아 그 맛이 지금 시중에 팔고 있는 막걸리와는 전혀 다른 맛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입맛도 변했고 지금은 구하기 쉬운 재료이니 안 넣을 필요가 없어졌다. 지금은 설탕 혹은 아스파팜이 틀어가 재품이 시중에 많이 있는데, 이런 막걸리에 길들여진 나는 조금 특색 있는 막걸리를 알아보게 되었다. 


작은 양조장을 찾아가 보면 막걸리는 빚는 재료에서 단 맛을 뽑아내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울릉도 막걸리도 그러한 이유에서 찾게 된 것이다. 호박엿으로 유명한 울릉도에서 막걸리 재료로 각광을 받는 것이 바로 '호박'이다. 호박은 재료 본연에서 단 맛을 가지고 있으며 단맛을 따로 많이 첨가하지 않아도 쉽게 맛을 내는 식재료이기 때문에 막거리도 호박으로 빚는다.


하지만 어느 시대에서 변화의 바람을 이기긴 힘들다. 차츰 변화하는 사람들의 입맛에 대중적인 맛을 고민하며 그 방식을 전통의 방식에서 일반적인 방식으로 바꾸어 놓았다. 심지어 기반시설이 거의 없고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지 않은 울릉도의 특성상 공장이 이곳에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포항에 호박 막걸리 양조장이 있다. 


호박 막걸리 양조장을 찾은 이유는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본연의 맛을 보고 싶었기 때문에서였다. 그래서 물어보고 찾아보고 해서 이곳에까지 오게 된 것이다. 호박 막걸리를 빚는 할머니는 가게이자 집인 그곳에 계셨다. 이 앞까지 와서 어딘지 몰라 주변에 물어물어 이곳을 찾았는데, 안 계시면 어떡하나 걱정도 했었다. 다행스럽게도 할머니는 가게에 계셨고 나는 막걸리를 사러 왔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때부터 할머니께서는 막걸리에 대한 설명을 하시기 시작했다. 니도 처음엔 호기심에 듣다가 점점 여기가 예사로운 가게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자 가게를 나오고 싶었다. 하지만 한번 이야길 시작하신 할머니는 이야기를 마칠 기미가 없었고 당신이 울릉도에 들어오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시는데, 태어난 이야기부터 시간순서대로 이야길 시작하셨다. 


그러다 보니 밖에서 내가 돌아오길 기다리던 친구들은 시간이 차츰 지나자 걱정이 되었고, 한 명의 친구다 더 내려 가게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나를 데리러 나온 친구도 처음엔 이야길 듣고 있더니 나중엔 차를 빼야 한다면서 나를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 


내가 가게를 들어온 지 1시간이 다 되어 갈 시간이었지만 아직 내 손에는 막걸리 병이 들려 있지 않았다. 그나마 종이컵에 맛을 보라고 주신 막거리는 수많은 약재를 쓰시며 호박을 직접 달여서 만든다며 한 잔을 가득 주셨다. 시중에 파는 막걸리 맛과 전혀 다른 맛이었고, 낯선 맛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호박 맛과 향은 있었고, 약간 시큼하면서 탄산은 없는 맛이었다. 달콤하진 않은데, 특유의 단 맛은 있었고, 약초 맛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몇 가지의 맛도 느껴졌다.


오랜 시간 붙들려 있기만 했던 나를 데리러 나온 친구 덕분에 나는 막걸리를 살 수 있었다. 친구가 차를 옮겨야 하는데 내가 안 와서 못 옮기고 있으니 빨리 나가야 한다고 일부러 재촉했다. 그랬던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내가 주문한 세 병의 막걸리를 봉지에 담에 주셨다. 사 들고 나오면서 기다리던 친구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의도치 않게 차에서 시간을 보낸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나는 한참 말을 이을 수 없었다. 


할머니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나는 외할머니 손에서 오랫동안 자라서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그래서 할머니들만 보면 마음 한편이 아린 느낌이 든다. 오죽하면 이야길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나같이 타지에서 온 사람에게 당신의 태어난 시기부터 현재까지를 알리고 싶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레시피도 말씀해 주셨지만 그때는 친구와 같이 있어서 오랫동안 집중을 할 수 없었다. 


듣는다고 만들어 먹을 수는 없는 막걸리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말씀을 조금이라도 기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산 세 병의 막걸리는 바로 먹지 못하고 대구 집에서 먹었는데, 아쉽게 세 명 모두 다른 맛이라 어떻게 맛을 표현할 수 없다. 다만 마시는 동안 할머니의 가게 안이 생각나면서 다 마시고 나니 맛 평가보다는 그저 할머니의 안부가 궁금한 채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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