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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uN 쓴 Feb 17. 2024

도동 방파제(거친 파도)

아쉽게도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아 버렸다. 늘 시간이 아쉽고 지나간 시간을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마지막 날까지도 열심히 울릉도를 달려본다. 사실 시간 순서대로 글을 쓰는 건 맞지만 모든 여행을 기록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물놀이를 몇 번이나 했음에도 독자의 마음을 위해 나의 기억에만 남긴 것도 있다. 음식을 먹을 때도 같은 마음이다. 나도 먹는 시간을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식사에 대한 글을 쓰진 않는다. 그래서 반복적이지 않고 특별해서 소개를 하고 싶은 곳에 대한 글을 쓰는 중이다. 


여기가 그렇다. 


도동방파제


이곳은 도동방파제라고 하는 곳이다. 원래 우리는 오늘 독도를 들어가는 계획이었지만 좋은 날씨와 타이밍 좋게 표를 구할 수 있게 되면서 독도 방문을 이르게 다녀왔다. 심지어 마지막 날이라 늦게 일어나기도 했도 날씨까지 좋지 않음을 보고 울릉도 다녀옴을 너무나 자랑스럽게 여기는 중이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어디를 가볼까 하면서 집을 나섰는데, 마지막 날이라 챙길게 많았다. 그래도 며칠 연박을 하던 숙소라 금세 익숙해졌고, 시골 할머니 집을 다녀온 느낌마저 들 정도로 운치와 정감이 있는 숙소였다. 별 탈 없이 숙소에서 지내는 동안 정리 안된 숙소를 아침에서야 정리하다 보니 늦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를 포함 아침을 먹는 사람들의 아침도 먹고 나와서 더욱 그랬다. 

물놀이를 다니고, 주변 해안도로도 다니면서 시간을 보냈던 우리는 막상 산책을 해 본 경험이 적었다. 나리 분지 정도를 산책했었고, 그 외에는 차로 이동하면서 울릉도를 돌아보느라 걸은 적이 별로 없었다. 친구들 모두 걷기를 싫어하진 않는다.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는 매일 저녁 산책을 하고, 운전하는 친구는 축구를 오랫동안 하고 있다. 물론 나와 다른 친구도 운동을 하는 중이라 걷는 건 거부감이 없는데, 일정상 울릉도의 많은 곳을 다니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니 산책의 경험이 적었던 것 같다. 


도동방파제는 길이가 길어 걷기 좋은 구조물이었다. 끝에 다다르면 등대도 있어 사람들이 산책을 많이 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차를 입구 한쪽에 세워두고 걷기를 시작했다. 우리가 울릉도를 나가는 다음날부터 울릉도에선 축제를 하는데, 각종 부스설치와 무대가 이곳에 설치되고 있어 차량이 많은 편이었다. 


주차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서 친구들이랑 등대를 향해 걷어 나갔다. 밖으로 나가는 길이 보기엔 멀어 보였지만 막상 걷고 보니 조금 아쉬울 정도로 짧은 느낌이 들었다. 날씨가 험하고 바람이 불어 방파제 안에 묶여 있는 배들을 실에 달린 연처럼 팽팽히 묶인 줄을 당겼다가 놓았다를 반복하며 밀려오는 파도에 따라 울렁거리기를 하고 있었다. 


바람이 있었고 파도가 높아 돌아가는 배가 뜰까 하는 걱정도 잠시 들었지만 워낙의 큰 배를 타고 천천히 돌아가는 배라서 잘 갈 수 있겠다 싶어 걱정하길 멈췄다. 사실 적정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말이다. 

울릉도는 생각보다 바다나 육지에 많은 바위들이 있었다. 화산으로 만들어진 섬의 특성이지 싶은데, 그 외형이 하나 같이 같은 모습이 아니라 보이는 것마다 셔터를 눌렀다. 지금 와서 보면 무슨 모양이지 모를 바위들이지만 그 앞에서 바위를 직접 보고 있으면 이름 붙은 바위의 모양이 그 이름과 닮아 있음을 느낀다. 


코끼리 바위, 남근 바위, 물새암, 곰바위, 작은 구멍 바위처럼 크고 작은 바위들이 저마다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 거북바위는 울릉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뉴스에서 연일 보도가 된 이름이었다. 울릉도의 바위가 부서지는 사고에 대해 기사가 난 적이 있었는데 그게 거북 바위였다. 나는 그 자리에 있지도 않고 단지 영상을 보는데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안타까워 몇 번이나 영상을 돌려보곤 했었다. 우린 그저 바위 하나라고 생각할 있지만 울릉도의 지형을 바꿀만한 소식이었다. 

날씨가 맑지 않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지 않아서 분주하진 않았다. 평소 같으면 바로 앞에 식당에 버스가 줄을 지어 주차하고 있었을 것이고, 오징어와 호박엿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는 사람들로 붐비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특별히 조용한 시간을 허락했다. 


파도가 높기도 했다. 바람이 있으니 파도도 심했다. 다행스럽게 방파제를 넘는 파도는 없었고 산책하는 동안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었다. 얼마 안 되는 이 시간이 울릉도에서 걷는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작은 섬이었지만 차를 타고 들어가야만 했고, 차에서 내리면 곧장 우리가 가야 할 곳으로 가기만 해서 그런지 걸어 다닌 시간이 많이 있진 않았다. 


그래서 걸어 다니는 얼마 안 되는 이 시간이 여행에서 중요한 시간이 되었다. 울릉도를 떠나기 몇 시간 전에서야 여행을 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 졌다는 것에서 아주 중요한 시간이라 할 수 있었다. 

배를 타러 가기 전 몇 시간 남지 않은 이 귀한 시간에 울릉도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유일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서 좋았다. 다시 오게 될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날엔 다시 여길 걸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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