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물놀이 말곤 일주일에 한 번씩 풋살을 차는 일이 전부인 다합에선 딱히 물에 안 들어가면 할 일이 없다. 전날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고 놀다가 늦은 시간에 잠이 들어 버리면 다음날 점심 때나 되어서 일어나 '코샤리 수레'를 찾아다니는 일이 다반사인 곳이다. 시간은 어찌나 빨리 지나는지 블루홀, 시슬곰, 일가든, 등대 등등 많은 곳의 바다를 둘러보고 헤엄치다 보면 두 달이 훌쩍 지나게 된다.
바다에 들어가는 것도 슬슬 따분해질 무렵이었다. 다합에서 머무른 지 한 달이 넘어가면서 친해진 많은 사람들이 생겼다. 바다를 나가지 않아도 아침에 일어나 빵을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며 바닷가 가게에서 밥 하나 시켜 먹으며 다이빙을 마치고 나온 친구들과 함께 수다를 떠는 게 일상이 된 어느 날이었다.
H5, 우린 왜 여기 이러고 있는가
다합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어 어떤 그룹에 들어가더라도 심심하지 않다. 내가 다이빙을 할 때만 해도
다이빙 버디들이 그룹을 이루면서 다양한 샵을 다니며 다양한 바다를 볼 수도 있었다. 프리다이빙을 시작하면서는 강사님 가족이랑 내 버디와 함께 모여 밥도 해 먹고 훈련도 같이 받았었다. 이제 바다 나가는 일이 예전보다 적어지니 나와 비슷한 시기에 와서 할 일이 더 이상 없는 친구들이나 원래부터 바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 만남이 길어졌다.
다합생활이 지겨워진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다합생활이 생긴 것에 익숙해졌다. 처음엔 같은 스케줄을 가지고 있는 몇 명의 사람들이 모이는 것 같더니 나중엔 사람의 수가 점점 늘면서 나의 두 손을 다 펴도 셀 수 없을 만큼 모이게 되었다. 밥을 먹고 한창 뜨거운 시간엔 에어컨이 잘 나오는 방에 모여 '마피아'와 같은 게임도 하고 카드게임을 하기도 한다.
맥주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과자 하나를 사 와서 안주삼아 맥수를 마시는데, 부족한 안줏거리는 각자의 여행 이야기로 채우면서 저녁시간까지 시간을 보낸다. 저녁이 되면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는데, 낮에 물에 갔던 사람들이 돌아올 시간이라 강사로 나간 이들이 돌아왔다. 이들이 돌아오면 다시 새로운 게임이나 맥주 한잔을 먹고 자기 전까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뭐 하면 재미있을까?
"우리 뭐 하면 재미있을까? "
비자까지 연장해 가며 이집트라는 나라에 머무르던 나는 연장한 비자까지 만료가 다가왔다. 다른 나라를 가기 위해 다합의 생활을 정리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는 중이었기 때문에 짧은 다합생황이 조금 더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던진 이야기였다.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럼 우리, 사람도 많은데 체육대회 한번 할래?"
"네?"
"그걸 여기서 한다고요?"
"응, 사람도 많고 여기 서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거기에다가 사람들이 다 운동을 좋아하니까 승부욕이 장난이 아닐 텐데?"
"오~ 재미있겠다. 커서는 그런 거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맞는 말이다. 우리가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운동장에서 모래바람 날리며 운동을 해보는 경험이 딱히 없다. '피구'는 오랜 옛날 라테의 게임이 되었고, '발야구'는 언제 마지막으로 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심지어 요즘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체육을 하지 않고 강당에서 하는 바람에 단체 게임을 해 본 경험이 적다.
체육대회 준비 시작!
우선 고민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1. 인원은 몇 명이나 참석할 수 있을까?
2. 종목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
3. 어디에서 할 것인가?
4. 진행 및 관리는 누가 할 것인가?
등등 위의 4가지를 제외하고도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제대로 된 체육대회를 할 수 있다.
인원은 몇 명이나 올까?
인원을 모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으로 시작하는 행사인만큼 사람들이 관심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모집이 잘 될까 싶기도 하면서 설렘반 두려움 반으로 시작했다.
인원 모집은 체육대회 날까지도 받으면 되니까 인원 모집의 고민보단 종목을 잘 만들어서 즐거운 체육대회가 될 수 있게 준비를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역시나 회의는 H5에서 해야 제맛.
집주인의 의견은 무시하고 모두들 바다에 다녀오거나 운동을 다녀오면 모두 H5에 모여 앉았다. 흔하게 나오는 종목은 피구, 2인3각, 줄다리기, 번외 게임으로 여자친구 맞추기, 신문지 위에 올라가 버티기 같은 게임으로 준비했다. 이 프로그램이 통할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왕 시작하기로 한 거 단단히 준비서 사람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