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행을 하다 보면 수많은 강을 접하게 된다. 중국에 '장 강', '황하 강'을 경험했고, 인도에선 '갠지스 강'이 인상적이었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강을 접했고 그 강이 흐르는 마을에서 며칠을 머무르기도 했었다. 오늘 이야길 꺼내고자 하는 강은 이집트의 '나일 강'이다. '나일 강'은 전혀 새로운 느낌의 강이었다.
지금도 어린이들이 보는 지식백과에는 나일강이 지구상에서 가장 긴 강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나일강은 그만큼 이집트와 아프리카 대륙에서 없어선 안 될 큰 영향력을 주는 강으로 존재한다. 주기적으로 강이 범람하는 특징이 있는데, 강이 단순히 범람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강의 범람으로 농사의 풍흉년을 예측할 수 있으니 농사 기반의 시대를 살던 사람들은 강이 곧 삶이 된다.
이집트는 이 강을 전략적으로 사용한다. 여전히 인구 대부분이 나일강 유역에 살고 있는데, 농사를 짓기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한강 뷰 아파트 가격이 높은 것과 비슷한 논리인지 몰라도 나일강 유역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집트의 나일강 위엔 많은 유람선이 떠 있다. 유람선은 많은 관광객을 싣고 나르는 역할을 하는데, 우리는 다양한 유람선 중에서도 '아스완'에서 '룩소르'로 향하는 여정의 배에 올랐다.
물을 쉽게 볼 수 없는 지역에 살고 있는 나는 물을 보는 것이 기분이 좋다. 바다를 보아도 강을 보아도 물이 고여 있는 저수지를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하물며 배를 물 위에 띄워 2박 3일을 다닐 예정이니 세상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베트남을 여행했을 때 '하롱베이' 투어를 했을 때 생각이 났다. 하롱베이 투어는 서로 다른 투어사를 이용해 모객이 된 사람들이 한 배에 올라 여행을 하는 스케줄인데 이 부분이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누가 배에 오를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작은 배에 오를 수 있는 승선 인원은 10-20명 내외의 다소 적은 인원이다. 소수 인원의 승선원은 타기 전까지 아무도 모른다. 어떤 사람인지 어떤 관계가 있는 사람들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마주하게 된다. 그게 여행의 낭만이었다.
저녁이 되면 나와서 맥주를 나누어 주고 가벼운 안줏거리를 하나씩 주는데, 그걸 받아 들고 갑판에 올라서면 보이는 모습이 넋을 빼놓게 만든다. 우리와 같은 유람선의 배들에서 나오는 가지가지 색들의 '전구 빛' 그 빛을 배경 삼아 배에 오른 사람들끼리 맥주병을 기울인다. 서로의 나라에 대해 소개도 하고, 여행 일정에 대한 이야기도 주고받으면서 배 위에서의 드림팀을 만들어 낸다.
나일강 위에 우리 배는 또 다른 낭만이 있다. 베트남 여행에서 모르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낭만이었다면 우리 배에서 낭만은 아는 사람들과의 낭만이었다. 우리는 다합에서부터 함께였고, 즐거운 일과 슬픈 일을 함께 겪었던 사람들이다. 이들과 함께 항해를 하면서 보내는 시간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친한 사람들과의 유람선 여행은 간헐적으로 생기는 장기 여행의 묘미다. 낭만 여행의 끝에서 오늘을 또 즐겨보는 것이다.
유적지는 '룩소르 편'에서 적었듯이 생각해 보면 다시는 못 올 것 같은 곳에서 보고 느낀 점이 대단히 많으나 그걸 다 설명하기엔 글 솜씨가 부족하고, 설명을 하고자 하면 지식이 부족하다. 인생에서 한 번이라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몇 번이고 볼 수 있는 기회라면 그 또한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게 내가 이 글을 쓰고 남기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