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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uN 쓴 Nov 05. 2024

나. 여길 못 떠날 것 같아


이제 더 이상의 '다합 라이프'라고 하는 단어를 쓸 수 없다. 처음 다합에 들어오던 날 아무것도 모르고 방도 구할 수 없었던 어리바리했던 나는 이곳에서 꽤 않은 사람들과 만나고 친해졌다. 나 보다 먼저 들어와서 일정 상 먼저 나간 사람들도 있고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충분히 친해지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떠나는 날 나의 추억 속 모든 이들이 함께 시간을 해줬다. 


다합에서 지낸 모든 친구들은 다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한국이 아닌 곳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며 지낸 인연은 조금 특별하기도 하고, 소중하기도 하다. 반짝거리는 시기에 만난 우린 늘 반짝임으로 기억될 것이다. 매일 부스스한 머리하고 밖으로 나와 바다에서 세수를 했던 우리들이었다. 한창 물놀이가 끝나고 점심으로 코샤리 리어카를 만나면 마치 네 잎 클로버를 만난 것처럼 기뻤다. 그런 하루의 연속이었다. 


딱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좋은 곳, 그저 쉼이 여행이 될 수 있는 행복한 곳이 바로 이곳의 풍경이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친구가 되고, 함께 지내던 친구를 떠나보내는 날은 하루쯤 슬픔에 젖어 맥주를 찾아 빈 병이 될 때까지 입에서 병을 떼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여행에선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임엔 틀림이 없다.


지내는 동안 특별한 욕심은 없었다. 반찬이 얼마 없어도 함께 먹는 함이 맛있었고, 조용하고 잔잔한 바다에 친구들과 함께 몸을 담그는 일도 행복이다. 때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바닷가 카페에 앉아 물에 떠 있는 부이를 보여 차 한잔 마시는 시간도 결코 나쁘지 않다. 


다합은 이집트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원했다. 사막에 모래를 늘 밟고 살아야 할 것 같지만 버다가 더 가까운 곳이다. 축구를 하고 싶으면 풋살장을 빌려하면 되고, 달리고 싶으면 포장이 잘 되어 있는 도로를 달리면 된다. 사막의 모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잘 닦인 도로다.


친구를 만나고 싶으면 그저 밖으로 나오기만 해도 친구를 반날 수 있고, 맥주 한잔을 마시고 싶으면 전말이 좋은 펍에서 감자튀김에 맥주 한잔을 마실 수도 있는 곳이다. 돼지고기를 먹기 힘든 곳이라 한 번씩 먹고 싶어지는 날엔 파티원(동행)을 모집해서 택시 예약하고 '뉴웨이바' 지역으로 이동하면 푸짐하게 삼겹살을 맛볼 수 있다. (술을 따로 가져가야 하는 곳)


바닷물이 너무 짜서 민물에서 수영을 하고 싶다면 '샴 엘 세이크' 올 인크루시브 리조트로 가면 된다. 먹을 것부터 놀거리까지 포함한 이 숙소는 수영장이 있어 따로 어딜 나갈 필요가 없이 즐 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성경에 모세의 연못이라고 하는 작은 우물도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


떠나는 날을 한 주 남겨 놓고 지내던 이들과 인사를 했다. 밥도 같이 먹고 사진을 찍어 놓기도 했다. 처음 해외로 여행을 떠났던 호주에선 특별한 메신저가 있거나 SNS가 있던 게 아니라 만났던 사람들의 연락이 끊겨버렸다. 그렇게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잃고 나니 다시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서로의 연락처를 공유하고 인스타그램 팔로우도 잊지 않았다. 


떠나기 전날엔 다합 골목에서 인사를 나누기도 했는데, 결국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는 친구가 있었다. 사실 지금 헤어지면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기도 힘들고, 같은 느낌으로 만날 수 없으니 이곳에서의 만남이 끝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으리라. 울고 있는 친구를 보니 나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짐을 느꼈다. 아쉽지 않을 정도로 놀았고, 즐겼고, 쉬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나 보다.


다합에 있으면서 어딜 가고 싶다거나 무엇을 하고 싶다면 주저하지 않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심지어 상상도 못 해본 체육대회라도 말이다. 꿈의 여행 중인 세계여행을 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의 정거창 또는 휴게소 같은 이곳은 여행의 중간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든 여행을 처음 하는 사람이든 마치는 사람이든 중요하지 않다. 그러 여기에서 우린 함께 했고, 즐거웠다. 가장 반짝이는 시기에 우린 함께 있어 더욱 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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