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seuN 쓴 Oct 27. 2024

1. 완벽한 루틴의 지루함

친구랑 편의점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길 하다가 나온 이야기다. 

"넌 언제 흥미를 가지면서 일을 해?"

"나?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그러니까 지금 생각해 봐. 언제 재미도 있고, 흥미도 있는 일을 해?"

"음.. "

잠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곤 내가 먼저 말을 이었다.

"나는 말이야. 일이 들어졌을 때 그 일을 수정해 나가고, 부지런히 고쳐나가면서 재미를 느껴. 그러니까 일이 수월하게 흘러가거나 원래 계획대로 흘러간다면 별로 재미가 없는데,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기거나 내가 예상한 결괏값이 나오지 않을 때 새로운 힘이 생기고 도전정신이 생겨."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전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남은 캔 맥주를 입안에 털어 넣고선 나의 이야기를 받아 주었다. 


"나는 요즘 너를 보면 신기해? 어떻게 그런 많은 일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는 말이지. 원래 하던 일에 새롭게 시작하는 일까지. 거기다 다시 시작할 일까지 더하면 도저히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일이라도 넌 그걸 다 해낸다는 말이지. 참 신기해."


나도 남은 맥주를 입 안 가득 넣고 꿀꺽하고 삼킨 뒤, 육포 한 조각을 입안에 넣으며 이야기했다. 


" 나는 내가 이 일을 모두 계획하고 했다면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길 했을걸? 엄두도 안 나고, 뭐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하지만 계획하지 않게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 찾아왔다면 나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찾고 말이야. 그렇게 시간과 방법을 모두 찾았다면 이제 그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거야. 누구나 한정된 시간과 체력을 가지고 있어. 모든 걸 다 해낼 수는 없다는 말이지. 그러니 뭐라도 하고 싶은 일 먼저 할 수 있게, 즐거운 일을 가장 잘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


친구는 한참을 생각에 빠져 있다가 새로운 맥주를 사러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후 우린 다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일상 중에 꼭 빼먹지 않고 하는 일이 나에게도 있다. 바로 아침 수영이다.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수영장을 가기 위해 준비하는 일이다. 물론 즐거운 마음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나름 오랜 시간 수영을 해왔지만 아직까지 수영 가는 시간이 힘들기만 하다. 일어나는 건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고 생각 헸지만 눈을 떴다고 벌떡 일어나 수영장을 갈 수 없으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같은 차를 타고 같은 수영장에 들어가 운동을 하다 보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겹기도 하다. 


아침 공복 수영이 나의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운동을 한다는 사실이 흥미롭고 즐거워서 하는 일은 아니니까 다른 의미를 부여해야만 한다. '건강' 때문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말이다. 


즐거운 일을 하면 어떤가?

루틴이 있을까? 


나에게 재미있고 신나는 일은 루틴보다는 돌발이 더 어울리는 단어 같다. 매일 출근하는 길이 아닌 휴가를 얻어 공항으로 가는 길은 마치 발바닥이 땅에서 5센티미터나 떠있는 것 같이 사뿐하고, 가볍다. 차를 타고 매일 다니는 길이 지겨워 다른 도로를 달려 출근을 하면 그나마 다른 풍경으로 재미를 느낀다. 


아마 나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나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매일 같은 강의를 듣는 것보다. 한 번쯤 생긴 휴강이 더 신나고 즐거운 일이 아닐까 싶다.


모두가 돌발상황이 즐겁거나 재미있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대체로 일하는 부분에서만큼은 순리대로 흘러가길 바라는 사람이 많다. 특히나 협업처럼 다른 이와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겐 돌발이 뜻밖의 상황을 만들어 불편한 환경을 조성하니 되도록이면 안정을 찾는다. 


퇴근하고 샤워하고, 맥주 한 캔 들고 소파에 앉아 안보는 텔레비전을 켜고, 인스타를 엄지로 휘리릭 넘기는 것이 하루 루틴이라면 가끔 새로운 일은 해보는 것이 어떨까?


루틴에서 조금 벗어나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보면 평소와 다름에서 오는 적절한 긴장감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이 반드시 따라온다. 그게 내일을 기다리게 만드는 소풍날 같을 거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