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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두 살, 쓰레기 치우는 게 직업입니다

워터밤부터 블랙핑크 콘서트까지, 93년생의 분투기

by 송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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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단, 소속 없이 자신을 설명해 주세요!


93년생 권세은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축제와 친환경 사이의 접점을 찾다가 친환경 행사를 기획하고, 설계하는 회사를 직접 창업했어요. 저는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환경운동도 힙하고 트렌디할 수 있다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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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에도 물, 대기 등 분야가 다양한데요. 저는 그중에서도 폐기물을 담당하고 있어요. 멋지게 유니폼 차려입고 쓰레기를 치웁니다. 최근에는 워터밤과 블랙핑크 투어에서 환경미화를 담당하기도 했어요. 몇만 명의 관중 사이에서 질서를 만드는 멋진 전쟁을 치른 셈이죠.






Q. '힙한 환경운동가'가 탄생하기까지, 어떤 일을 거쳐오셨는지 궁금한데요.


원래는 정치인이 되고 싶었어요. 학부에서 정치학과 국제관계학을 전공했거든요. 실제로 국회의원실에서 2년간 근무했어요. 이후에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선거란 선거에는 다 참여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3년 정도 각종 선거캠프에서 일했죠. 대선, 총선, 지방선거…. 그중에서도 도지사와 시장, 교육감, 지역구 의원까지 정말 모든 캠프를 다 경험해 봤어요.


당시 전공을 살려 정책이나 홍보 관련 일을 주로 담당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나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캠프 구성원으로서 직접 환경 단체에 연락해 보기도 했죠. 그런데 정치권에서 환경은 항상 뒷전이에요. 제가 아무리 좋은 사안을 가져오더라도, 결국 후보의 뜻과 맞지 않으면 내세울 수 없거든요. 이슈에서 자꾸만 밀려나는 걸 볼 때마다 안타까웠죠. 그래서 정책 일도 좋지만,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후 ESG 시민단체로 이직해서, 환경 관련 연구를 진행했어요. 수많은 환경단체와 네트워킹을 하고, 각종 스킬을 기를 수 있었죠.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회사 '미닝에코'를 창업하는 기반이 되었어요.






Q. 왠지 범상치 않은 성장기를 보내셨을 것만 같은데요.


저는 놀기도 잘 놀고, 공부도 잘하는 학생이었어요. 중학생 때까지 전교 2등을 한 적도 있었어요. 그리고 고등학교를 사이판으로 진학했죠. 미국에도 일종의 지역 균형 전형이 있는데, 당시 부모님은 제가 사이판을 거쳐 아이비리그에 가기를 원하셨거든요.


처음에는 여러모로 쉽지 않았어요. 영어 회화에 그리 능숙하지 않았던 탓이죠. 그런데 그 힘든 환경에서도 한 가지 배운 게 있어요. 정말 제대로 노는 법! 학교 바로 앞에 해변이 있었는데요. 교복 안에 비키니를 입고 가서, 학교 끝나면 옷을 벗어던지고 바다에 뛰어들곤 했죠. 친구들과 모여서 농구도 하고요.


KakaoTalk_20250728_130350927.jpg 사이판에서, 바다거북과 함께


사이판의 자연환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해변에서 석양을 보거나, 다이빙하며 바다거북을 만나고, 누워서 별을 보는 날들이 이어졌어요. 그냥 가만히 바닷가에 누워만 있어도 좋았죠. 환경에 대해 본격적으로 접한 것도 그때의 일이에요. 적십자에서 진행하는 사이판 비치클린에 참여했거든요. 주말마다 해변을 걸으면서 쓰레기를 주웠어요.


그러다 사정이 생겨서 예상보다 일찍 유학 생활을 마쳐야 했어요. 귀국 후에는 출석 일수가 애매해져서 1년을 유급해야 했고요. 영어 실력도, 한국어 실력도 애매해진 상태로 대안학교에 입학했어요. 그래도 친화력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학생회장까지 됐죠.


당시 학교 친구들을 만나 제가 요즘 환경 일을 한다고 말해주니, 그리 놀라지 않더라고요. 학교 분리수거장에 상주하던 제 모습을 기억한대요. 그때 학생들이 쓰레기를 마구 버리면, 청소노동자 한 분이 그걸 하나하나 다시 분리 배출하셨어요. 음료나 음식물 같은 걸 분리하지도 않고 그냥 버리는 경우도 많았는데, 저는 그게 옳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애초에 조금 더 신경 써서 버리면 되잖아요. 그래서 분리수거장에 터를 잡고 친구들이 버리는 쓰레기를 하나하나 검사하기 시작한 거죠. 지금 생각해 보면, 특정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계속 환경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 같네요.






Q. 환경에 대한 관심이 스타트업 창업으로까지 이어지다니 대단해요.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저는 페스티벌이나 축제를 좋아해요. 하지만 그런 행사가 한 번 열릴 때마다 탄소 배출량이 어마어마하다는 게 늘 마음이 쓰였죠. 세상에서 행사가 사라질 수는 없겠지만, 조금 더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수는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마침 코로나가 잠잠해져서 행사가 부흥하던 시기였고요.


모든 일은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요. 측정되지 않으면, 개선하거나 관리하기도 힘드니까요. 그래서 탄소 배출 모니터팅을 시작했어요. 예를 들어 참가자들이 어떤 교통편을 이용하며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했는지,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한다면 탄소 배출량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계산하는 거죠.


KakaoTalk_20250731_120434316.jpg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페셰'와 함께한 비치클린 캠페인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는 폐기물 무게를 직접 달아봐야 해요. 또 쓰레기를 마구 섞어서 재는 게 아니라, 적합하게 분리해서 재야 하죠. 그래서 자연스레 환경미화 역할까지 맡게 됐어요. 행사장에서 관객들에게 분리배출을 안내하고, 그 폐기물을 처리하는 일까지 모두 담당하는 거죠.


한국인들은 집에서 분리배출을 정말 잘해요. 그런데 밖에 나가면, 그냥 막 버리게 되잖아요. 이유는 간단해요. 쓰레기통이 하나뿐이니까. 시민의식이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분리배출 시스템을 구축해 놓지 않은 탓이죠. 가끔 큰 쓰레기통 하나만 놓인 행사 현장에 가보면, 사람들이 페트병이나 캔 같은 재활용 쓰레기를 통에 넣지 않고, 바닥에 따로 쌓아놓은 장면을 발견하게 돼요. 거대한 쓰레기통에 모든 걸 때려 넣기에는 마음이 불편한 거죠. 그러니 어디에,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제대로 안내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은 게 달라집니다. 행사 운영 측에서 더 신경 써야 할 문제예요. 미닝에코는 그 과정을 돕는 역할을 하는 거죠.






Q. 쓰레기를 치우는 일, 정말 쉽지 않을 텐데요. 각종 어려움에 대해 들려주신다면?


쓰레기를 치우다 보면 음식물도 많이 나오고, 더운 여름에는 벌레도 꼬이니 정말 쉽지 않아요. 그런데 이상하죠. 이렇게나 힘든 일인데도 불구하고, 청소와 환경미화는 너무 쉽게 무시당해요. 실제 행사 현장에 가보면, 다른 팀에는 다 선풍기를 지급하면서 자연스럽게 환경미화팀에는 선풍기를 안 주는 일이 빈번해요. 보통 어르신들이 이 일을 많이 하시거든요. 정말 속상하지 않나요?


저는 석사 과정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며 AI 비즈니스 전략을 다뤘는데, 그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많이 공부했어요. 초단기 근로가 그 대표적인 예시인데, 그중에서도 환경미화는 대체하기 정말 어려운 인력이에요. 저희는 이런 사실을 널리 알리고, 청소나 미화 일을 천대하는 인식을 바꾸고 싶어요.


KakaoTalk_20250731_122440360.jpg 워터밤 현장에서, 쓰레기통에는 물총 쏘시면 안 돼요!


쓰레기라는 게 그리 멀리 있지 않잖아요. 지금 내가 손에 쥐고 있는 종이컵도, 바닥에 내려놓는 순간 쓰레기라고 인식하게 되죠. 중요한 건 인식의 변화예요. 그러니까 저희는 손 안의 컵과 바닥의 쓰레기, 그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는 사람들이에요. 쓰레기를 쓰레기답게 만드는 일을 하죠.






Q. 환경미화에서 출발해 점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다고요. 미닝에코는 어떻게 성장했나요?


처음부터 영리 기업을 지향했어요. 힘이 있어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예산이 커지는 만큼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할 수도 있고요. 저희의 주 고객은 기업이나 큰 행사 운영처예요. 공익적인 사업을 하면 의뢰 비용도 저렴하리라 생각하는 경우가 흔한데, 미닝에코는 그렇지 않아요. 친환경 행사에 대한 컨설팅부터 실행까지 A to Z를 모두 책임지고 진행하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가격을 받습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잖아요. 저희 사업도 그에 따라 빠르게 성장했어요. 처음에는 탄소배출을 측정하기 위해 행사 현장에 갔지만, 지금은 행사 문화를 바꾸는 일에도 일조하고 있다고 느껴요. 단순히 쓰레기를 치우는 걸 넘어, 대체 불가능한 인력을 양성하고 연결하는 거죠.


2556.jpg 미닝에코의 요원들


행사를 진행할 때마다 초단기 인력을 많이 구해요. 그 과정에서 행사 아르바이트에 대한 니즈가 많다는 걸 알았죠. 행사 주최사도 믿을 만한 사람을 구하는 걸 힘들어하고요. 그래서 최근 행사 아르바이트 매칭 서비스 '엑스파일'을 론칭했는데, 반응이 정말 뜨거워요.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서, 오픈한 지 1개월 만에 1,500회가 넘게 다운로드 됐을 정도예요.


지금은 구인 플랫폼처럼 보이지만, 곧 하나의 커뮤니티로 성장할 거예요. 저희는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을 '요원'이라고 부르는데요, 각 요원의 프로필을 유의미하게 정리하는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어요. 보통 초단기 근무 경력은 이력서에 정리하기 어렵거든요. 하지만 이런 초단기 근무 영역에도 경력직, 프로는 있어야 해요. 그래야 행사 문화도 더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Q. 요즘의 일과가 궁금해요. 나에게 보통의 하루란?


매일 같은 하루를 보내지는 않아요. 저는 발로 뛰는 외부 일정이 정말 많거든요. 그래서 멋진 사무실을 구했는데도 사무실에 갈 수가 없어요! 최근에 저희 직원이 "대표님 자리를 빼고 새 직원을 채용하는 게 공간 활용의 측면에서 더 낫지 않겠냐"라고 농담을 하더라고요.


업계 특성상 주말은 대부분 행사 현장에서 보내요. 콘서트나 페스티벌 등이죠. 이건 흥미로운 비하인드인데요. 행사와 연계된 클럽들에도 주기적으로 방문해 관계자와 인사해야 해요. 클럽과 행사 업계는 정말 가깝거든요. 클럽 측에서 다양한 행사를 열기도 하고, 운영자나 DJ 등 종사자들이 행사 업계에서도 일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니 아무리 바빠도 잠시라도 들러서 마케팅을 하려고 해요. 클럽은 보통 11시가 넘어야 열리는데, 업무를 마치고 들러야 하니 체력적으로 쉽지 않죠.


그래서 자기 관리를 엄청 열심히 해요. 저는 오래, 잘 살고 싶거든요. 현장에 나가는 것과 같은 특수한 일정이 없을 때는 밤 12시 전에 잠에 들어요.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6시에 일어납니다. 거의 군인처럼요. 매일 1시간 반 운동하고, 아침 식사를 한 뒤에 일을 시작해요. 이 루틴만 꾸준히 해도 몸과 마음을 어느 정도 지킬 수 있더라고요.


24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쓰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체력뿐만 아니라 자신감까지도 상승한다는 걸 느껴요. 잠들기 전마다 '이렇게 바쁜데도 운동하고, 밥을 챙겨 먹다니! 나 오늘도 이렇게 멋있었잖아!'라고 생각하는 게 루틴이에요. 아무리 안 좋은 날이었어도, 잘 해낸 게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근거 없이 내일은 더 좋은 날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잠들어요. 그게 아니라면 이 미친 일과를 버티기는 힘들 거예요.






Q. 보통 '환경운동가' 하면 떠올리는 스테레오 타입이 있잖아요. 이로 인해 힘든 적이 있었나요?


정치권에 있을 때도 청년 정치인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부러 옷도 신경 써서 입고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말로는 청년을 위한다고 하면서, 청년들이 싫어하는 디자인과 메시지를 내면 안 되잖아요.


환경운동가는 그런 스테레오타입이 더 강한데요. 일종의 히피처럼 입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죠. 화장기 없는 얼굴에 머리를 땋는다든지. 금주해야 할 것 같은 이미지라든지. 마셔도 막걸리 정도랄까요.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달라요. 환경운동가는 클러빙 하면 안 되나요? 저는 와인과 위스키를 좋아하고, 오늘은 테킬라 먹을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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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렇게 행동하면 '패션 환경운동' 아니냐는 오해도 받아요. 정말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 맞냐, 말로만 친환경 기업 아니냐는 거죠. 하지만 그런 분들도 커다란 쓰레기통 사이에서 유니폼을 입고 요원들을 진두지휘하는 제 모습을 보시면 생각을 바꾸시죠. 저는 환경 운동도 힙하게 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우리에게는 더 많은, 다양한 환경운동가가 필요해요.






Q. '완전무결하게 친환경적인 삶'을 사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시대예요. 이렇게 멋진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도, 환경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시나요?


그럼요. 환경운동가로서 자기 검열을 정말 많이 해요.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을 쓴다거나,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을 이용할 때면 마음이 안 좋죠. 하지만 타인에게만큼은 엄격한 기준을 들이밀지 않으려고 해요. 환경판이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서는 안 되잖아요. 환경운동에 등급이 나뉘어 있는 건 아니에요.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경운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입장도 상상해 봐야 하죠.


저는 텀블러를 여러 개 가지고 있어요. 옷에 맞춰 골라 들어요. 민낯으로 다닐 때보다 화장할 때가 많아요. 그러나 그 여러 개의 텀블러가 다 닳을 때까지 쓸 것이고, 화장품을 고를 때는 최대한 친환경적인,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브랜드의 것으로 구매해요. 이런 작은 실천이 모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어요.


저는 '그렇게 하지 마!'라고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가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에요. 어렵지 않다, 우리 같이 해 보자. 그런 목소리를 내면서요. 영웅적인 환경 리더십도 필요하겠지만, 환경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을 유입시키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너무 엄격한 환경운동가에게 다가가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Q. 최근 워터밤의 의뢰를 받아 행사를 마쳤어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요. 의뢰를 수락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물론 고민이 많았지만, 워터밤 같은 행사도 외면하지 않고 헤쳐나가 보고 싶었어요. 처음 의뢰를 받았을 때, 그린워싱을 가장 유의했어요. 나아지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서 그게 곧 친환경적이라는 뜻은 아니니까요. 의뢰를 수락하게 된 데는 여러 배경이 있었어요.


워터밤이 널리 알려진 건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지만, 사실은 10년도 넘게 진행되어 온 행사예요. 처음에는 그저 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케이팝을 즐기자는 취지로 시작됐대요. 그런데 해가 지날수록 주최사도 환경 문제를 인식하고 책임감을 느끼게 된 거죠. 워터밤에 등장하는 플라스틱 물총이나 물 사용량에 대해서요.


그래서 자체적으로 여러 시도를 하셨더라고요. 예를 들어 물총에 물을 담는 수도꼭지를 절수형으로 바꾸고, 비건 음식을 판매하는 식으로요. 또 물총에서 업사이클링할 수 있는 부분을 분리해서, 재활용 플라스틱 굿즈를 만들기도 했어요. 이렇게 다양한 과정을 겪다가 미닝에코에 도움을 요청하신 거예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의 컨설팅 비용이 저렴하지만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맡겨주셨다는 건, 행사를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려는 확실한 의지를 보인 거죠. 그래서 더 잘 해내고 싶었어요. 올해 서울 행사에서도 버려진 물총을 전부 수거했어요, 이 중 사용 가능한 물총은 지역사회에 기부했고, 고장 물총은 업사이클링 업체에 전달했어요. 이 플라스틱으로 앞으로 계속 재사용할 수 있는 워터밤의 구조물을 만들 계획이에요.


2_1.jpg 2024 워터밤, 탄소배출량 측정을 위한 노력


측정하지 않으면 개선할 수 없다는 게 저희의 모토예요. 그래서 워터밤의 물과 에너지 사용량을 모두 측정했고, 환경 임팩트 리포트를 작성해 홈페이지에 공개했어요. 이건 의외의 수치인데요. 워터밤 관객 1인당 평균 물 사용량은 전체 국민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의 약 5.8% 수준이에요. 사실 상시 운영되는 워터파크나 골프장보다는 훨씬 적은 물을 사용해요. 이는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이 워터밤뿐만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Q. K-환경이 더 널리 알려지길 바라신다고요?


한국의 각종 문화 행사가 인기를 끌면서, 외국인 관객이 늘고 있어요. 그래서 분리배출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많죠. 저희 요원들은 쓰레기통 옆에 상주하면서 분리배출에 대해 상세히 안내해요. 이 과정에서 분리배출 방법을 처음 배우는 분들도 많아요. 쓰레기를 버리면서 칭찬을 받으면 되게 좋아하세요. 한국에 관광을 와서 의외의 지식을 얻어가는 셈이죠.


블랙핑크 월드투어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연출됐어요. 이렇게 규모가 크고, 파급력이 높은 행사들에서 분리배출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 주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이것만으로도 환경에 기여하는 K-컬처가 확산하거든요. 음악이나 드라마와 더불어, 한국인들의 환경 의식도 정말 자랑할 만해요.


DSC05458.jpg 블랙핑크 콘서트 현장에서, 분리배출 방법을 안내하는 모습


K-pop의 역할이 생각보다 커요. 예를 들어 최근 국내의 한 대형 공연장 주변에서 택시 불법행위가 번져 화제가 된 적 있어요.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악용해, 바가지를 씌우는 택시가 많아졌다는 거죠. 여기에는 공연 주최사의 책임도 있어요. 셔틀 운행을 안 하면, 관객들이 다 택시로 몰릴 수밖에 없어요.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짧은 거리를 택시로 이동하면서, 탄소가 어마어마하게 배출되죠. 셔틀 운행은 단순히 관객의 편의를 위한 것을 넘어, 대규모 행사를 주최하는 데 따르는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서울에서 3일간 진행된 워터밤은, 서울의 주요 교통 거점 12곳과 행사장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를 운영했는데요. 행사 기간 9천 명에 가까운 관객이 셔틀버스를 셔틀버스를 이용하면서, 자가용을 이용한 것에 비해 22,285kgCO2eq.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는 효과를 냈습니다. 이건 30년생 소나무 2,448그루가 1년간 흡수할 수 있는 온실가스 양과 같아요. 생각보다 그 효과가 크지 않나요?






Q. 힘든 일상에서도 나를 살아가게 하는 취미가 있다면?


원래는 취미 없이 일만 하는 워커홀릭이었어요. 그러다가 집에 XBOX라는 게임기를 들인 뒤로 게임에 재미를 붙였어요. 그런데 게임기를 쓰려면, 집에 있어야 하잖아요? 여유롭게 앉아서 게임할 시간이 없어서 사용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물론 모바일 게임을 할 수도 있지만, 저한테 스마트폰은 업무기기에 가깝지, 여가용 기기는 아니거든요. 게임용으로는 영 손이 안 가요.


그러다 누가 휴대용 게임기를 빌려줬어요. 이동 중에 잠시라도 즐길 수 있다면서요. 이마저도 자주는 못 하지만, 그래도 가방에 항상 넣어 다녀요. 이상하게도 게임기가 가방에 들어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이 생기더라고요. 아무리 바빠도 '나는 언제든 취미를 즐길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라는 신기한 마음이 들죠.


요즘에는 사무실에서 요원들과 함께 모여 건강한 밥을 먹을 시간만 기다려요. 현대 사회에서는 배달 음식에 의지하거나 불가피하게 외식해야 하는 일도 잦잖아요. 그래서 사무실에서 먹는 점심만큼은 깨끗하고 건강하게 먹기로 결심했어요. 저희 요원들과 함께 '미닝에코 정식'이라는 걸 만들었는데요. 잡곡밥에 샐러드를 얹고, 닭가슴살과 낫또를 올려서 비건 소스를 둘러 먹는 거예요. 이렇게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때가 가장 행복해요.






Q. 환경 운동이라는 게, 전 인류의 조별 과제라는 생각도 들어요. '일상에서 이것만은 꼭 지키면 좋겠다' 권하고 싶은 소소한 실천이 있나요?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행동은 생각보다 많아요. 때로는 보이는 것과, 실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때도 있는데요. 예를 들어 쓰레기를 분리하지 않고 마구 버렸을 때 느끼는 죄책감이, 자가용을 탈 때의 죄책감보다 크기 마련이잖아요. 하지만 대중교통을 한 번 더 이용하는 게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는 것보다 더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해요. 만약 '뚜벅이'라면, 자부심을 느끼셔도 됩니다.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환경운동을 고르자면, 소고기 덜 먹기를 추천하고 싶어요. 요즘에는 환경을 생각해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채식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만약 채식을 실천하기 어렵다면, 소고기가 아닌 닭고기나 돼지고기로 메뉴를 바꿔보세요. 탄소 배출량을 고려했을 때 굉장히 유의미한 노력이에요. 어차피 비싼데, 조금 덜 먹으면 좋잖아요. 생각보다 실천하기 쉽답니다.






Q. 10년 전의 나와 10년 후의 나, 어떤 모습일까요?


10년 전의 저도 지금과 그리 다르지 않았어요. 학부생 때도 환경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고, 대외 활동이나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했죠. 당시 피스보트라는 글로벌 NGO의 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전 세계의 평화주의 운동가가 한데 모여 토론하는 거예요. 당시 주제는 '인간 안보'였어요. 보건, 환경, 교육 등 인간을 지키는 모든 방안에 대해 다루는 자리였죠. 저는 한국 대표로서 참여해, 세월호에 대해 발언했어요.


토론이 흘러가다가, '내가 막고 싶은 위기'라는 주제까지 닿았는데요. 저는 동물권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사실 그때는 '동물권'이라는 단어 자체도 잘 쓰이지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다들 제 말을 듣고 웃더라고요. 동물의 권리가 인간 안보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요.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환경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생명 다양성이에요. 어쩌면 지금 제가 이야기하는 의제들도 10년 뒤에는 누구나 아는 아주 핫해질지도 몰라요.


저는 요즘 너무 행복해요.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고,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있고, 건강을 챙길 여력이 있죠. 앞으로도 이대로만 살고 싶어요. 초심을 잃지 않고, 가치를 되새기며 살고 있으면 좋겠어요. 당시 피스보트에서 10년 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었거든요. 최근에 그 편지를 열어봤는데, '10년 후의 나도 지금과 똑같이 살고 있으면 좋겠다'라고 적혀있더군요. 오늘의 저도 10년 후의 저에게 같은 메시지를 띄우고 싶어요.






Q. 스스로 MZ하다고 생각하세요?


93년생인 저는 정확히 MZ의 중심에 있어요. 실제로 MZ세대 전체를 아우르며 일하고 있기도 하고요. 40대 동료들에게 "오우, 역시 MZ라서 그런가?"라는 식의 말을 종종 들어요. 저는 이걸 'MZ당하다'라고 표현하곤 해요. 욕처럼 들릴 때도 많거든요. 하여튼, 저는 종종 MZ당하곤 한답니다.


MZ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저에게 있어 세대의 기준은 문화예요. 밀레니엄과 Z세대를 잇는 과정에서 인터넷 세상이 폭발적으로 커졌고, 온라인 소통이 동시다발적으로 퍼졌죠. 사진을 공유하고 음악을 다운로드하고 게임을 하는 거대한 문화가 그때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같은 시대를 겪었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어우러질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굳이 MZ와 기성세대를 나눠서 생각할 이유는 없죠.






Q. 나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쓰레기 치우는 날라리. 제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적어둔 소개 문구예요. 날라리라는 말이 제 눈에는 귀여워요. 양아치까지는 아니고, 딱 날라리 정도. 환경운동가의 스테레오 타입대로 보자면 저는 되게 불량스러워 보여요. 딱 환경계의 날라리 같죠. 특히 타고나기를 심한 곱슬이거든요. 그래서인지, 첫인상만 봐도 되게 자유로운 이미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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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이런 제 머리가 싫었어요. 그래서 초등학생 때부터 재작년까지 매직 스트레이트를 끊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빅챱' 운동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나의 곱슬머리를 그대로 인정하고, 예뻐해 주자는 거죠. 그 후로는 매직을 끊고, 본연의 모습으로 지내게 되었어요.


지금은 제 머리 스타일에 엄청 만족해요. 자연 히피펌이잖아요. 사업가로서 이미지의 강점이 되기도 하고요. 이동진 평론가의 빨간 안경처럼, 저에게는 뽀글뽀글한 머리가 있는 거죠. 환경을 사랑하는 뽀글머리 날라리로 남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독자분들이 제 인터뷰를 보고 미닝에코의 요원으로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지원자가 꽤 많아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요즘인데요. 무엇보다 환경에 대한 관심과 감수성을 가진 분들을 찾고 있어요. 그리고 송혜교 작가님의 글을 보시는 독자분들은 이미 저희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계신 분들일 거라고 생각해요.


애플리케이션 '엑스파일(안드로이드, 아이폰)'을 설치하시면, 지금 당장 지원 가능한 행사 아르바이트 목록을 확인하실 수 있어요. 환경과 한 발짝 친해지고 싶은 분이라면 인스타그램블로그에 들어와 보시길 권합니다. 힙한 친환경의 세계, 경험해 보지 않으실래요?





Edited by 송혜교

인스타그램에서도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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