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혜교 Nov 27. 2022

나는 내 눈치를 보기로 했다

아주 최소한의 갓생을 향하여


 우리는 자꾸만 타인의 눈치를 보고 산다. 오늘따라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과장님은 당연하고, 심지어 단골 백반집 사장님이 시무룩해 보이면 그날따라 괜히 반찬을 싹싹 긁어먹게 되는 게 평범한 소시민의 삶이다. 그러나 자신의 눈치를 보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나와 평생 함께 살 사람은 나임에도 불구하고.


 게으르니스트가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나 자신의 눈치를 봐야 한다. 삶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이 아닌 내 비위를 맞추는 것이다. 주로 이런 식이다. ‘게으른 혜교님, 너무 힘드시면 계획을 줄여보겠습니다. 부디 이번에는 이대로 포기하지 마시옵소서.’




저의 최애는 접니다

 게으르니스트의 성취는 나의 감정을 읽어내고,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비위를 잘 맞추는 데서 시작한다. 게으름을 이겨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과도하게 큰 목표를 잡지 않고 소소한 계획을 추구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목표를 삭제하는 건 어쩌면 실패일지 모르지만, 계획을 바꾸는 건 그저 경로 변경이다. 내가 세운 계획이 내 비위를 상하게 한다면, 서둘러 눈치를 본 뒤 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매일 퇴근 후 옷을 건다, 매일 다섯 개의 영어단어를 외운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치자. 그러나 오늘 유난히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면, 옷 같은 건 대충 소파에 얹어두고 자고 싶을 때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게으름은 현대 사회인에게 매우 흔한 증상이다. 이런 날에는 나 자신에게 병가를 내자. ‘제가 좀 힘들어 보이네요, 아무래도 오늘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침표가 아닌 쉼표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며칠 병가를 냈다고 해서 회사를 아예 때려치워야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프거나 극도로 귀찮을 때는 며칠 쉴 수도 있다. 그러나 다시 돌아갈 자리는 있어야 한다. 며칠 계획을 이행하지 못했더라도, 언제나 제자리가 있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게으름의 최대의 적은 완벽주의다. 게으르니스트와 완벽주의는 거리가 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완벽하지 않을 바에야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지닌 사람도 아주 많다. 100일 챌린지에서 하루 구멍이 나면 그대로 던져버리는 식이다. 이러한 상태를 '소극적 완벽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100일을 채우겠다는 계획이 이미 실패해버렸잖아? 쿨하게 포기한다!"라며 완수조차 하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삶은 100일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100일을 맞이할 것이다.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흔히들 모든 관계의 베이스는 신뢰라고 말한다. 이 원칙은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친구가 하루 정도 약속을 어긴다고 해서 연을 끊지는 않는 것처럼, 오늘 하루 약속을 어겼다고 해서 나 자신을 쓰레기로 볼 필요는 없다. 게으름이 도져서 잠시 병가를 낸 것뿐이다. 어제 쉬어서 오늘은 몸과 마음이 좀 나아졌는지, 오늘은 할 마음이 좀 드는지. 완전한 삶을 꿈꾼다면 가장 먼저 내 눈치를 보자.




게으르니스트's 한 마디

"자신의 눈치를 보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나와 평생 함께 살 사람은 나임에도 불구하고."


소소한 일상과 각종 소식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어요!

➡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