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했다고 벌써 연말이지?’라는 푸념과 ‘연말에 뭐하지?’라는 설렘이 혼재하는 시기. 연말이 되면 많은 사람이 새해 계획을 세운다. 대체로 독서, 운동, 영어 공부 등 자기 발전을 위한 ‘갓생 플랜’들이다.
여기서 ‘갓생’이란 무엇인가? 포털사이트 오픈사전에서는 신을 의미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의 합성어라고 설명하고 있다. 보통의 경우 누가 봐도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진취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갓생 산다’라고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명상 후 영어를 공부하다가 출근을 하는 사람이라거나,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헬스장에 가서 체력을 다지는 사람들. 누가 봐도 의지력과 실행력이 대단한, 조금 다른 삶을 사는 부류들.
미라클모닝? 출근하는 게 미라클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주로 다루고자 하는 ‘갓생’은 조금 다르다. 먼저, 만약 당신이 주 5일 이상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회사에 머무는 직장인이라면, 당신의 삶은 높은 확률로 이미 충분히 힘들다. 과감하고 멋진 계획을 세우기 전에 현대 사회인의 과도하고 막중한 업무를 전제로 두고 시작하자.
게다가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똑같은 직장인이라도 매일 왕복 3시간 거리를 오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출근 30분 전에 일어난다.
한편 매일 만원 지하철에 탑승하거나 환승구간마다 전력 질주를 하는 사람이 있고 통근버스 시간만 맞추면 늘 앉아서 출근할 수 있는 사람도 있다.
각자의 갓생을 살아요
이처럼 다양한 삶의 패턴 속에서, 모두에게 똑같은 ‘갓생’을 추구하라고 다그치는 건 옳지 않은 일이다. 갓생 살기 계획을 수립하기 이전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나의 힘듦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귀가하면 오후 7시가 훌쩍 넘는 사람이 퇴근 후 헬스장에 가서 2시간을 운동한 뒤 다음 날 5시에 기상한다면, 그건 미라클모닝이 아니라 그냥 미라클이다. 근육은 붙을지 몰라도 높은 확률로 수면 부족이나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러니 미라클모닝, 독서, 영어 공부 등 정형화된 갓생을 새해 목표로 설정했다가 실패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모두에게는 개별화된 갓생이 필요하다. 특히나 게으르니스트에게 성실히 성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본디 게으름은 필히 빠른 포기나 엄살을 불러온다. ‘오늘은 진짜로 하기로 했지만... 안 한다고 큰일이 나지는 않지.’라는 식으로 넘어가거나, ‘매일 빠지지 않고 운동하다가 힘들어서 죽은 사람 없는 거 확실해?’라며 힘듦을 곱씹기 일쑤다. (이건 내 얘기다.)
한 걸음씩, 아주 최소한의 갓생
이 글에서 정의하는 ‘갓생’이란, 내 삶의 키를 원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돌려놓는 삶이다. “에이, 그 정도를 가지고 무슨 갓생?”이라고 비웃는 사람도 있겠지만, 작은 성취를 모으는 일은 결코 쉽지도, 하찮지도 않다. 그동안 새해 목표를 몇 월 며칠까지 지켜냈는지를 생각해보자. 좋은 습관이나 성취에는 복리가 적용되므로, 아주 살짝씩 방향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새해 목표를 야무지게 설정하고는 일주일이 되기도 전에 포기하는 것은 나의 연례행사였다. 일찍 일어나기는 이틀 정도 실천했고, 다이어트는 양심껏 5일 정도 했다. 하지만 2년 전, 처음으로 12개의 새해 목표를 빠짐없이 이루는 데 성공했다. 올해도 대부분의 목표를 이루며 지냈다. 나에게 맞는 갓생 루틴을 찾은 덕분이다.
그러니 이번에야말로 진정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 성취하고 싶다면, 조금 더 마음에 드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면 ‘아주 최소한의 갓생’ 시리즈를 함께 끝까지 읽어주시길. 게으르니스트는 뭉칠수록 강해지고 무엇이든 함께하면 조금 더 수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