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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쌤 Oct 27. 2024

스위스에 적응 중

스위스에 온 지 3개월이 지났어요. 오기 전부터 힘들 것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상상 이상이었어요. 언어와 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용기 하나만으로 되지 않을 때가 있더라고요. 마치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IB에 대한 글을 더 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60년 된 IB학교라 기대가 컸나 봐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이 학교도 불량학생이 있고 공부하려는 열의가 있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학교는 아니더라고요. 첫째 아이가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 속에서 공부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어요. 이제 와서 학교를 바꿀 수도 없고 아이도 저도 적응하는 수밖에 길은 없어 보여요.


사실 오기 전에 영어 학원 선생님이 해 주셨던 조언이 딱 맞았어요. 국제학교는 돈만 있으면 누구나 갈 수 있고 과학고는 흔히 갈 수 없으니 과학고에 남기를 추천하셨거든요. 저는 경험이 없으니 IB학교이고 국제 학교는 좋을 것만 같은 상상에 사로 잡혀 있었나 봐요. 눈에 콩깍지가 벗겨지고 현실 속 학교를 보고 나니 한국과 다르게 16살부터 성인으로 인정받는 문화에 그리고 공부에 여유로운 유럽 고등학교 현실이 이래도 되나 싶은 것이 저는 어쩔 수 없는 한국 엄마인가 봐요.


아이들과 저는 한동안 아니 지금도 폭포 속을 지나는 기분이에요. 이 끝이 어디일지 알지 못하는 폭포를 맞으며 길을 걸어요. 하루하루를 살아 내고 아이들은 공부를 하고 저도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꿋꿋이 걸어가 볼 참이에요. 둘째 아이에게 오기 전에 약속했듯이 가족이 똘똘 뭉쳐 지나가면 서로가 서로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말이에요.


이 학교에 입시가 걸린 큰 아이는 과학 진로가 아닌 문과 쪽으로 진학하고 싶다고 해서 한동안 그것으로 다투었는데 그것은 제 욕심이었어요. 잘 나가는 아이를 보고 싶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아이의 엄마이고 싶은 욕심! 그러나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다시 아이 앞에 아이의 미래를 내려놓아요. 마음껏 공부해 보고 싶은 것 해보라고 했어요. 역사든 경제든 정치든 원하는 것을 진로를 선택하라고 말을 하면서 엄마인 나는 유학을 다녀온 사람이 아니라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말도 전달했지요.


이렇게 스위스에서 고군분투하며 적응하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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