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치면 1층으로 갔어요. 한국으로 치면 2층이에요. (여기는 1층이 0층이에요.) 위에 올라가 보니 착시에 대한 전시가 이어졌어요. 뫼비우스의 띠도 있고요. 크고 작은 원들 사이에 조그만 동그라미가 튀어나와 보이기도 하고 쏙 들어가 보이기도 해요. 어떤 그림은 앞뒤로 몸을 움직이며 보는데 그림은 그대로인데 마치 그림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구요. 아래 커다란 빨간 연필은 천장 근처에서 두 나사 사이를 오가고 있어요. 사진으로 보면 절대 안 들어갈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러나 생각지 못했던 것은 냄새에 대한 착각이었어요. 각각의 향을 맡다 보니 평소 달콤한 과자나 사탕에서 느껴 보았던 향도 있고 무슨 냄새인지 알 수 없는 향도 있었어요. 그래도 분명한 것은 냄새도 착시현상처럼 착각 중에 하나라는 거예요. 예를 들어 노란색 바나나 우유를 마실 때 실제로 바나나가 거의 들어있지 않음에도 바나나 향으로 우리는 바나나 우유를 즐기기도 하니까요.
지나가다 보니 물방울 악기도 있네요. 버튼을 누르면 물방울 하나가 나와서 해당 소리를 내는 다양한 색깔과 재질의 용기에 부딪혀 소리를 내요. 그렇게 물방울이 만들어 내는 음악도 재미있네요.
어느샌가 둘째와 넷째는 탁자에 앉아 꼬여 있는 매듭을 풀기 시작해요. 다양한 모양의 매듭 중에 하나를 제외하고 다 풀 수 있다고 하던데 아이들은 매듭을 풀려고 한동안 씨름하더라고요. 옆에는 어린아이들 엄마, 아빠로 보이는 어른들도 함께 풀고 있었어요.
그 틈에 저는 얼음을 멍하니 바라보았어요. 조그만 얼음이 물에 떨어져 빙그르르 도네요. 서로 만나 부딪쳐서 더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하고요. 빙그르르 함께 돌다가 어느 순간 사라져요. 이렇게 얼음 멍~ 만 하는 게 아니라 위아래로 긴 회오리를 일으키는 물~ 멍 혹은 모래가 지나간 자국을 보며 모래~ 멍도 할 수 있어요. 첫째 아이는 화산 앞에 앉아서 화산~ 멍을 하며 한참을 바라보네요.
문 옆에 있는 비눗방울을 아이들이 지나칠 수 없죠. 큰 비눗방울을 만들어 한참 날리다가 뒤에 기다리는 아이가 있어 자리를 비켜 주고 생물관 쪽으로 갔어요. 역시 비눗방울 만들기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 중에 하나예요.
문을 나가니 바로 생물관이 나와요. 기다랗고 커다란 관 사이로 개미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번역기를 돌려보니 잎꾼 개미였어요. 개미가 잎을 잘라 잎을 물고 가는 것을 보면서 한국의 생태원이 떠올랐어요. 생태원의 잎꾼 개미 코스가 규모면에서 더 크고 초록색 나뭇잎을 옮겨 가는 개미들이 더 많아 시각적으로 확실히 더 눈에 띄고 선명하게 볼 수 있거든요. 예전 ‘알면 사랑하게 되지요?’ 책을 읽고 잎꾼 개미 보러 갔었죠.
생물관에서도 다양한 실험이 진행 중이었어요. 그중에 인상 깊었던 것은 쥐가 죽은 모습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화는 지에 대한 것이었어요. 사진은 못 찍었지만 죽은 쥐 근처에 벌레들이 쥐가 분해되는 것을 돕고 있었어요. 한 달 남짓 지나자 거의 털만 남아 있더라고요. 쥐가 어떻게 자연으로 돌아가는지 보여주네요.
생물관 안쪽으로 들어가니 현미경과 함께 관찰하기 좋은 재료들이 놓여 있었어요. 아이들이 자유롭게 현미경 관찰대에 놓고 관찰하기 시작해요. 나비 날개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물건을 현미경으로 관찰했어요.
이쯤 되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 피곤하더라고요. 다시 한번 0층 휴식코너로 내려가 쉬는 시간을 가졌어요. 집에서 가져온 오렌지며 과자며 몽땅 꺼내서 아이들과 먹으며 다리도 쉬고 머리도 쉬었어요. 그 와중에 냉큼 다 먹은 아이들은 천을 날리며 놀고 있어요. 체력 왕! 엄지 척을 날리며 엄마인 저는 한동안 쉬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