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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라마 1

by 키다리쌤

오늘은 스키 방학이라 학교에 안 가는 아이들을 일찍 깨웠어요. 취리히 빈터투어에 있는 과학관에 가자구요. 스위스에서 아이들 박물관으로는 넘버원이라는데 한번 가봐야지 벼르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입장료가 어마어마해요. 어른 입장료 31프랑, 어린이 입장료 18프랑 (저와 첫째어른 2명, 어린이 3명) 이렇게 116프랑 입장료에 왕복 기차비가 그 정도이니 스키 타러 다녀오는 것과 비용은 비슷하네요. 어쨌거나 충분히 보고 오자며 부지런히 길을 떠났어요.


그래도 그 덕분에 11시가 되기 전에 도착했어요. 딱 11시부터 보여주는 쇼를 보기 시작했어요. 독일어라 전부 이해는 못했지만 아이들도 참여하는 즐거운 체험형 과학쇼 같았어요. 한가지 예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쇠옷을 입은 사람이 아이들이 내민 쇠칼을 집어 전기가 통하는 모습을 빛으로 보여줘요. 찌리릭 찌리릭~ 절대 따라하면 안 되겠지만 만들어낸 번개로 전기가 통하게 하는 실험 같아요. 이어 빛에 맞춰 일렉트릭 노래 한소절을 들려주기도 하구요. 찬송가의 한구절 같은데 여기 사람들도 음악소리 따라 독일어로 흥얼흥얼 저도 한국어로 흥얼흥얼 신기하네요.

쇠옷 입은 사람 일렉트릭 노래 한구절


쇼가 마치고 둘러보니 1층은 전기, 파동, 중력 등등과 관련된 체험이었어요. 이미 아이들은 흩어지고 없어요. 엄마인 저도 하나씩 하나씩 지켜 보기 시작했어요. 여러 과학 체험형 실험 도구들이 있지만 일일이 다 해 볼 수는 없도 없고 콕콕 집어서 해 봐야 알겠더라구요. 일일이 사진 찍아가며 체험했지요.


그 와중에 아이들이 좋아했던 체험은 전기 자극 체험이에요. strom 옆에 버튼을 계속 누르면 자극이 점점 세져요. 옆에 손을 올려 놓고 견딜 수 있을 만큼 하다가 손을 떼면 되는데 아이들은 누가 더 버티나 내기를 하네요. 둘째가 집에 오는 길에 이야기 하는데 이 체험은 생각보다 전기충격이 강하다고 해요.

전기 자극 체험

스위스에 대해 노파심에 미리 말씀드리자면 모험심이 강한 사람들이지만 아이들 관리는 부모의 몫으로 주어진다는 것을 미리 알려드려요. 체험 도구 중에 조그만 자석으로 자력을 실험해 보는 실험도 있었거든요. 3~4살 꼬마 아이들도 돌아다니던데 혹시나 작은 자석을 집어 먹으면 어쩌나 조바심 어린 눈길로 지켜 보고 있었어요. 한국적 마인드로는 혹시 모를 사고로 절대 과학관에 놓지 않겠지만 여긴 스위스잖아요. 매년 사람이 죽어도 아레강 호수에서 수영을 즐겨요. 심지어 사람이 떠내려 갈 수도 있지만 그것을 막는 펜스 하나 없지요. 스키장도 마찬가지구요. 절벽 근처에 떨어질 위험이 있고 실제로 다치기도 하지만 펜스가 없는 곳도 많아요. 생각이 다르다고 밖에는 정리를 못하겠어요. 아무튼 어린 아이들은 눈여겨 보셔야 한다는 말을 둘러 말하고 있어요.


저는 쇠 구슬을 떨어뜨리고 위아래로 한참 떨어지다가 점점 그 과정이 줄어 바닥에 닫기까지 과정을 지켜보았어요. 통통 튀다가 어느순간 타다다다다 거의 제자리를 튀다가 멈추어요. 신기하네요. 언제부턴가 둘째는 빙글빙글 도는 탁자에 디스크 세우는 것에 맛이 들었어요. 여러 아이들이 오고 가는 가운데 둘째는 여러 종류의 디스크를 세워 보기 위해 노력해요. 한동안 꽤 하더니 디스크들을 제법 잘 세우네요.

쇠 구슬이 위아래로 떨어지는 실험 빙글빙글 탁자 위에 디스크 세우기


이번에는 첫째도 따라왔는데 아이들 노는 거라 시시하다더니 어느 순간 사라져 열심히 체험해 보네요. 과학고에 한달 다닌 첫째는 과학 원리도 잘 알고 있어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어 좋아요. 언제부턴가 바퀴가 돌아가는 방향에 따라 의자가 움직이는 체험을 한동안 하더니 찍어달라기에 동영상으로 찍어 주었어요.

열심히 체험하는 첫째

12시 30분이 지나자 엄마인 저는 슬슬 배도 고프고 쉬고 싶은데 아이들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고 싶어해서 결국 오후 1시가 거의 다 되서 점심을 먹으러 갔어요. 안에 있는 식당에도 감자튀김과 치킨 너겟, 밥과 유럽식 반찬 그리고 피자 등등이 있었는데 아이들은 감자튀김과 치킨 너겟을 골랐어요. 감자튀김과 치킨 너겟 4개가 10프랑이 넘지 않아서 비싼 스위스 물가를 고려하면 식당에서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밥을 먹었는데 밥과 반찬을 퍼서 저울에 양을 재면 가격이 매겨져요. 유럽식 버섯 수프 위에 야채와 토마토 다진 요리에 밥을 슥슥 비벼 배를 든든히 채웠어요.


그리고 다시 위로 올라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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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