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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 클레 미술관

by 키다리쌤

Zentrum Paul Klee (베른)

특이한 건축물로 유명한 파울 클레 미술관에 다녀왔어요. 사실 오늘도 싫다는 아이들을 겨우겨우 설득해서 데려 왔지요. 미술관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지 않잖아요. 역시나 아이들은 훅 둘러보았어요.

(입장료- 어른 20프랑, 아이- 7프랑)


3개의 봉우리로 만들어진 건물에 볼 수 있는 갤러리는 지하에 있어요. 신기하네요. 보통 우리나라는 중요한 것을 지상층에 놓는 경우가 많은데 지하에만 그렇게 크지 않은 갤러리가 있는 것이요. 그리고 자연 친화적인 건물이 시간이 갈수록 잔디가 덮여 자연과 어우러진 모습으로 바뀌는 것도 매력적이에요.

나무로 만들어진 미니어처 미술관 자연 친화적인 잔디가 덮인 건물

전시는 파울 클리의 인생 시기에 따라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요. 그림을 한참 보는데 둘째가 말했어요.

“이야아, 나도 이 정도는 그릴 수 있겠다. “


칸딘스키와 함께 추상화로 유명한 파울 클레 작품이 아이들 보기에는 쉬워 보였던 모양이에요. 단순한 모양과 색깔로 채워진 추상화를 쉽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형태를 분해해서 의미를 부여하고 거기에 맞게 배열하는 작업까지 아이들은 알 수 없겠죠. 그래서 집에서 유튜브를 통해 미술수업을 들었어요. (EBS-나의 두 번째 교과서-미술 7강 칸딘스키, 파울 클레- 복잡한 세상, 심플하게)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하나 더 찾아보니 김은지 교수님이 파울클레에 대해 “피카소보다 더 뛰어난 다가오는 새 시대의 새로운 예술을 대표하는 예술가-하이데거” 이렇게 소개해 주시네요.( 지식의 기쁨/ 김은지 교수) 파울 클레가 추상화라는 예술 시대를 열었잖아요. 늘 시작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는 사람들은 대단해요. 누군가의 생각을 따라한 것이 아니니까요.


전시실을 시대별로 보자면 청소년기에 그린 초기의 스케치 작품들은 거리의 풍경을 편안하고도 멋지게 표현했어요. 그러나 점점 나이 들어 세계 1차 대전과 같은 전쟁을 겪으며 전투 비행기 채색하는 일을 하며 군인으로 참전하지요. 이 시기에는 추락하는 비행기와 군인을 보며 안타까운 전쟁의 참상을 그림으로 그리며 알려요. 이후 바우하우스에서 교수로 일하며 점점 이해하기 힘든 추상화를 그려 나가요.


대표작 동그란 얼굴(세네치오) 그림을 비롯하여 스위스 산인 ‘니젠산’은 보기만 해도 친근하고 편안함이 느껴져요. 산은 뾰족하게 집은 네모로 표현했다고 하는데 캄캄한 밤 같은 배경과 산에 화사한 집들이 왠지 모르게 정겨워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 그럴까요?

스케치 작품 니젠산

작품들을 둘러보고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며 이것저것해 보자고 해도 아이들은 시큰둥해요. 확 트인 시야로 인해 카페도 머물기 좋지만 건너편에 위치한 쉼터에서는 물도 마실 수 있고 더욱 파울 클레의 작품과 어울리는 의자와 탁자로 구성된 공간에서 쉴 수 있어요. 스파클링 있는 물 한잔 마시며 카페쪽 지하의 창의 체험 코너로 넘어갔어요.

까페. (지하) 창의 체험 코너
쉼터. 물 나오는 곳

결국 지하에서 5프랑 내고 종이 램프 만드는 체험을 했어요. 그래도 종이 램프를 만드는데 한참을 이야기 나누며 그리고 자르고 붙이고 뚝딱거리며 완성하네요. 작품은 아래와 같아요. 집에서 안에 초를 넣고 불을 켜 보았답니다. (매달 체험 프로그램이 바뀌어요.)

지하에 위치한 다른 아틀리에도 토요일에 오후 2시, 오후 4시 아이들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시는데 1시간 미술 프로그램에 18프랑이에요. 아래 오른쪽 사진처럼 사람의 움직임을 표현해 보는 시간이 될 것 같은데 직접 해 보지 않아서 어떻게 하는지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어요.


아이들이 대충 보는 것 같았는데 집에서 파울 클레 유튜브를 보는데 ‘니젠산’ 등등 연신 나 저거 봤다고 흥분해서 이야기해요. 그러나 정작 엄마인 저는 미술관에서 아이들이 봤다던 작품들을 못 보았어요. 대충 본 사람은 아이들이 아니라 저인 것 같아 조만간 혼자 한번 더 갈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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