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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뤼에르 치즈 박물관

by 키다리쌤

그뤼에르 성보다 먼저 그뤼에르 치즈 박물관에 갔었어요. 한 달도 넘은 것 같아요. 지금은 기억을 더듬어 쓰고 있어요. 요새 생일 파티에 학교 행사 마라톤, 퀴즈의 밤 참석 등등 박물관 갈 시간이 없었어요. 냉장고에서 남은 음식 파먹듯이 평소에 다녀왔던 그러나 기록하지 못했던 박물관들을 정리해 볼 참이에요. 역시 치즈 박물관도 박물관 가족 패스로 들어갔어요.


들어가자마자 오른쪽에 레스토랑이 있어요. 저희는 점심을 먹고 간 후라 퐁듀 먹는 것은 생략했지만 점심쯤 가면 퐁듀 향기가 코를 자극할 것 같아요. 그러나 스위스에 와서 퐁듀 드시고 만족하지 못하실 수도 있어요. 사실 첫 번째로 가격이 비싸서 먼저 놀라고 둘째로는 치즈가 담긴 냄비와 잘라진 빵이 전부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실 거예요.

그래도 기대 없이 가신다면 치즈가 유명한 만큼 이 레스토랑에서 즐기셔도 좋고요. 요리를 할 수 있는 아파트를 구해 여행하신다면 퐁듀 치즈를 사서 퐁듀를 만들어서 먹어도 좋을 만큼 간단한 음식이에요. Migro 혹은 Coop 마트에서 쉽게 사실 수 있으니까요.


퐁듀를 뒤로 하고 들어가면 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한글 안내서가 있어서 참고했어요.) 소가 먹는 풀들의 종류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 냄새를 맡을 수 있게 해 놓았어요. 소들이 먹는 풀을 통해서 우유를 만들고 그것을 가공해 치즈를 만들어 내니까요. 풀들의 원래 향이 치즈에서 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게다가 스위스에서는 여기저기 산들에서 특유의 벨을 목에 달고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을 흔히 볼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품질 좋은 치즈를 만들어 내는 것 같아요. 소들도 갇혀 있지 않고 자연을 즐기며 살아가니까요.

시간을 잘 맞춰가면 치즈 만드는 과정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제가 갔을 때는 주말이라 동영상으로 그 과정을 지켜보았어요. (400리터 우유에서 35킬로의 치즈를 만들어요.) 먼저 우유는 32도로 데워진다고 해요. 그리고 그 지역 천연 발효재를 넣고 그 후에 레닛 (송아지 위)을 넣어 우유를 응고시켜요. 액체 상태의 우유가 50분이 지나면 고체 상태가 된다고 해요. 응고된 덩어리를 잘게 자르고 밀알 크기로 잘린 고체들을 57도 온도에서 보통 40~50분 가열되다가 감촉과 탄력성을 지켜보면서 틀모양에 옮겨서 운반돼요. 만들어진 치즈에 날짜와 공장 등록 번호가 표시되고 압력이 가해져요. 300킬로에서 900킬로의 압력을 받게 되고 16시간이 지나면 틀에서 꺼내요. 그리고 염분 20프로 섭씨 14도의 소금물에 약 20시간 담기면 완성이에요. 이제 숙성실로 옮겨져 5-12개월 숙성이 되어 양질의 껍질이 생기게 되지요. 숙성하는 동안도 애지중지 소금물도 바르고 규칙적으로 뒤집어줘요.

치즈 박물관에서 숙성 기간이 6개월, 9개월, 12개월 차이가 나는 조그만 치즈 조각을 주었는데 사실 저와 같은 초보자는 다 비슷비슷한 맛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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