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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뤼에르 성

by 키다리쌤

Gruyères Castle

이번에는 그뤼에르 성에 다녀왔어요. 그뤼에르는 치즈로 유명한 곳이죠. 스위스에서 마트마다 그뤼에르 치즈를 볼 수 있으니까요. 예전에 치즈박물관을 다녀와서 이번에는 성만 다녀왔어요. 이곳에 오니 시옹성이 생각나더라고요. 처음에 시옹 성에 왔을 때 신기해서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했는데 그뤼에르 성도 비전문가인 제 눈에는 비슷비슷해 보여요


외국인들이 경복궁이나 창덕궁, 덕수궁에 갈 때도 비슷하겠죠. 처음에 갈 때는 신기해서 속속들이 살펴보다가 두 번째부터는 비슷비슷하구나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요. 자세한 내막은 다르겠지만요.


그래서 그런지 시옹성을 살펴보던 방식대로 오늘의 성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역시 이 성도 시대 별로 주인이 달랐어요. 시대별로 성의 용도에 따라 더해지거나 바뀌거나 덧붙여지는 모습이 보여요.


안내서를 찾아보니 처음 그뤼에르 성은 13세기 건축되었어요. 중세 시대 스위스 서부의 주요 귀족 가문의 하나인 그뤼에르 백작의 집이었다고 해요. 그러나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리다가 1554년 주요 채권자인 베른과 프리부르에 성을 양도해요.


그래서 1555년부터 프리부르 정부의 집행관들이 거주해 왔으며 1848년 불로 이전하고 매물로 나오기 전까지 행정 중심지 역할을 해요.


매물로 나온 이 성을 산 사람은 제네바 출신 보비 형제예요. 1849년 가족 및 친구들과 여름 별장으로 삼아 가족들과 친구들과 예술공동체를 설립하여 건물 보수 작업을 하기 시작하지요. 그러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 복원은 오래가지 못하고 1938년 다시 프리부르주가 다시 사들여 대중에게 공개하게 돼요.


입구를 통해 성을 들어가니 방 안에 큰 인형극과 앉아서 보는 인형극이 보여요. 여러 이야기 중 한 가지 골라 앉아서 보니 찰나 말라(Chalamala)라는 중세 후기 무언극 광대 이야기 더라고요. 아마도 성을 주제로 한 중세 역사적이면서도 신화적인 캐릭터들을 잘 활용해서 18세기 이후 관광객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 성은 그 무엇보다도 멋진 뷰와 커다란 사각형 세 개 속에 동그라미, 삼각형, 도형으로 만들어진 반듯반듯한 정원이 참 볼만했어요. 전망을 즐기다가 정원에 내려가서 둘째는 포켓몬을 잡고 쌍둥이는 아빠와 꽃 속에서 사진 찍기 놀이를 한참 즐겼어요. 엄마인 저는 꽃멍~ 경치 멍~ 때리며 정원을 즐겼고요.


전시 안내를 따라 읽다 보니 16세기 중반부터 영국 귀족들이 유럽의 곳곳을 여행하는 그랜드 투어에 스위스는 거의 포함이 되지 않다가 18세기 후반부터 관광지로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해요. 거기에 그뤼에르 성도 지나가는 방문객에게 문을 열어 한 몫했다고 하네요. 그 명성에 걸맞게 가구며 벽장식 모두 아름답게 잘 꾸며 놓았어요. 보비형제가 별장으로 구입해서 막대한 비용을 들였다더니 고급스럽고요. 부자들의 취미였을 것 같은 사냥총과 그 사냥으로 잡혔을 사슴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었어요. 벽 장식 양탄자 같은 태피스트리도 나뭇잎 모양으로 부와 명성을 상징하는 듯해요.

우아한 장식품들과 더불어 커다란 동전들이 전시되어 있어 자세히 살펴보니 보비 형제 중 앙투안이 조각가로 다양한 동전을 조각한 사람이었어요. 동전 중에 어디서 이 여인의 그림을 많이 보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스위스 2프랑 동전에 있다고 하네요. 스위스의 동전도 조각했다고 하니 스위스에서는 참 유명한 사람인 것 같아요.

집정관들이 행정 업무를 처리했을 것 같은 방에는 스위스 역사적 중요적 중요한 순간들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어요. 시옹 성에 이어 그뤼에르 성도 살펴보면서 문득 어느 순간순간의 스위스 역사인지 궁금해졌어요. 남편에게 스위스 역사 관련 책을 묻자 책 한 권을 건네주네요. 독일어로 되어 있는 아래 이 책을 말이죠. 구글 번역기를 돌려 보며 읽게 될지는 미지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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