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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전학

by 키다리쌤

뱃속 둘째 아기를 잃고 나니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기분이었다. 열심히 일하려고 선생님으로 아이들과 잘 지내보려고 노력하는 탱탱한 고무줄이 탁하고 끊어져 버린 느낌이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돈을 버는가'

'나는 여기서 일하는 것이 행복한가?'


질문에 답할 수 없던 나는 휴직을 결정했다.


어린이집 가기 싫어 몸부림치는 첫째라도 잘 키우자는 심정으로 학교에 휴직을 내고 돌아오는 마지막 날!

(1학기를 마치고 2학기 새로운 선생님이 오시기로 하셨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선생님도 너희들처럼 전학 간다"는 말을 했다. 남편이 있는 대전으로 내려갈 마음이었다.


그때 아이들은 하교하면서 칠판에 동그란 자석으로 내가 없는 틈에 "선생님 사랑해요"를 새겨놓고 갔다.

누가 했는지 언제 했는지 모르는 작품이지만 평생 그 이미지를 잊지 못할 것 같다.


한학기만 마치고 떠나는 나를 격려해 주고 위로해 주는 선생님이 있었던 반면


"그렇게 책임감이 없어서야 되겠느냐?"

"다음엔 그렇게 살지 마라."


훈계하시던 분들도 있었다.


혼란스러웠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인생에는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는 정답이란 것이 있는 걸까?'


모르겠다.

이것이 나에게는 최선의 결정이라 생각하며

휴직을 결정하고 기나긴 육아 휴직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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