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들이 입원했다. 벌써 입원한지 6일이 지났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잘 안쉬어진다는 아들을 동네 소아과에 데려갔더니 숨소리가 좋지 않다고 해서 약을 받아 먹이고 주사를 맞혔다. 어릴때부터 천식이 있던 아이라 단순 환절기 천식인 줄로만 알았다. 호흡기 약을 처방받으러 S중앙병원에 들렀다. 아이의 숨소리를 들어보더니 폐렴이 의심된다고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하셨다. 결국 폐렴 진단을 받았다.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약 처방만 받을거라고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갑자기 입원이라니. 아이 학교부터 가게 일, 개인적으로 약속되어 있는 일들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런 일은 언제곤 갑자기 나타나곤 한다. 하긴 언제든 입원할 준비를 하고 사는 사람은 없겠지. 복잡한 한편 내심 좋기도 했던 마음이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작년부터 한창 사준기에 접어든 아들은 집에서는 방문을 꽁꽁 닫고 밥먹을 때 외에는 나오지 않았다. 자연스레 아들과 소통이 줄었다. 며칠동안 아들과 단둘이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것과, 병원에서 꼬박꼬박 밥이 나올테니 집밥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에서였다.
사춘기 아들은 1인실이 아니면 입원을 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1인실 밖에 없다고 한다. 그때부터 심난해졌다. 안그래도 한창 긴축재정에 들어가 있는 우리집 경제에 1인실 입원비를 감당할 여력이 있을까 싶어서였다. 어찌할 수 없으니 1인실에 입원을 하기로 했다. 다인실에 자리가 나면 옮겨달라는 말과 함께. 남편에게 아이가 입원한다는 말보다 1인실을 사용한다는 말을 꺼내기가 더 조심스러웠다. 폐렴은 기본 일주일은 입원한다고 하던데 하룻밤 자는 데 18만5천원을 내야 하니 적어도 병실값만 백만원 이상은 부담을 해야 한다. 병원비야 보험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1인 병실료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
갑자기 입원한 것 자체를 억울해 하는 사춘기 아들을 어떻게 구워 삶아서 다인실로 옮겨야 할 것인지 나에게 숙제가 생겼다. 병실에 자리가 나면 옮기자고 슬쩍 이야기 꺼냈더니 그럼 퇴원하겠다고 한다. 영화에서처럼 링겔을 뽑고 집으러 도망칠거라나 뭐라나.
결국 내가 졌다. 남편을 설득하기로 했다. 소아청소년과라 거의 환자가 거의 어린 아기들이라 다인실을 사용하면 아이의 스트레스가 너무 클 것 같다고 했다. 어릴때부터 워낙 예민하기도 하니 어쩔 수 없지 않겠냐고. 남편도 알겠다고 한다.
아이가 입원하고, 아이의 아픔보다 병원비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이 더 불편했다. 조금만 불편함을 감수하면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 아쉬우면서도, 아이에게 이정도도 마음편히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을 후벼팠다. 아이를 설득해보고자 했을 때 무거웠던 마음이, 내려놓고 나니 차라리 편했다.
지난 몇달 남편이 아끼고 아껴서 돈을 조금 모았다고 하던데, 결국 고스란히 나가게 되었다. 돈이라는 건 그런건가보다. 생기면 나갈데가 생긴다고 하더라. 아이가 편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하기로 했다. 돈은 또 열심히 벌어서 모아야겠다. 그렇지만 혹시 다음에 입원할 일이 생기면 다인실만 자리가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