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고래 Apr 22. 2024

부캐 만들기

나보다 더 나다운

온라인 세계에 들어서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부캐를 만드는 일이다. 오프라인에서 내 이름은 '유진'이지만, 블로그에서 내 이름은 '라이팅시온'이다. 내가 정한 나의 온라인 정체성이다. 나의 또 다른 자아, 즉 페르소나를 부캐라고 한다. 그 부캐에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닉네임이다.


내 이름은 내가 지은 것이 아니라, 부모님께서 정해주신 이름이다. 좋으나 싫으나 나는 그 이름에 맞춰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물론 개명도 가능하다). 반면에 부캐의 이름인 닉네임은 내가 정한다. 한번 정하면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바꿀 수도 있고, 꼭 하나일 필요도 없다.


부캐를 정하기 위해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자. 이 순간만큼은 주어진 '나'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나', 또는 되고 싶은 '나'가 되어야 한다. 보이는 내가 아니라 나의 내면 깊숙이 숨어 있는 '나'를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부캐를 나보다 더 나다운 나라고 부른다.


부모님의 딸, 아이들의 엄마, 남편의 아내, 대표, 직장인, 아티스트 등 나에겐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주어진 다양한 역할이 있다. 혼자서 살아갈 수 없기에 관계 속에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진짜 '나'는 희생되기도 한다.


온라인에서만큼은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나'를 만나보자. 내가 오래도록 숨겨온 욕망, 이루고픈 꿈들을 하나씩 꺼내어 글로 써보자. 모르고 지나쳐 왔을 뿐 분명히 내 안에 존재해 온 '내'가 보일 것이다. 그동안 내 마음대로 살아보지 못했기에 나를 알아가는 과정의 처음에는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부캐 또한 ‘나’이기에 곧 익숙해질 것이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 나의 닉네임은 그냥 '시온이'었다. 특별한 뜻은 없었고, 중학교 때부터 학원에 오가며 자주 보았던 카페 이름이 '엘리시온'이었는데, 그 이름이 그렇게 예뻤다. 그때부터 온라인 활동을 하면서 닉네임을 '엘리시온'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줄여서 시온이라고 불러주었다. 나를 다정하게 불러주는 어감이 맘에 들어서 '시온'이가 되기로 한 것이다.


제주살이 일상을 주로 글로 쓰면서 '제주시온이'로 바꿨다. 나를 찾기 시작하면서는 나를 사랑하는 엄마라는 '러브미맘'으로, 디지털노마드를 꿈꾸면서는 '꿈디맘시온'으로 내가 찾은 나의 정체성에 따라 닉네임도 같이 바꿨다. 퍼스널브랜딩을 배우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한가지로 나를 대표할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엄청난 고민을 했고, 강의 마지막 브랜딩 발표날 쓰는 대로 사는 사람이라는 '라이팅시온'으로 변경했다. 지금까지 라이팅시온으로 살아가고 있다. 물론 앞으로도 얼마든지 나의 정체성과 닉네임은 변경될 수 있다.


부캐와 닉네임을 정하면 그대로 살아가게 된다. 온라인에서 활동을 해나가는 데 하나의 중심축이 되어준다. 나는 시온이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맘껏 하고, 살아가고 싶은 삶을 원 없이 살아간다. 매일 자신의 주어진 삶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쓴다. 되고 싶은 삶을 글로 쓰며, 꿈을 이루어 나간다.


먹고 사는 현실 속에서 아등바등하는 '유진'이와 온라인 세상에서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는 '시온이'의 괴리감이 너무 크지 않도록, 나는 쓰는 대로 살려고 노력한다. 글만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내가 쓴 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본캐와 부캐가 다른 듯 보이지만 절대 다르지 않다. 그 둘은 결국 '나'라는 같은 사람의 여러 모습일 뿐이다. 부캐(보이는 삶)와 본캐(진짜 삶)가 다르다면,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부캐는 반드시 진짜 내 모습 중 하나여야 한다. 진실하게 보여주는 부캐만이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다.



p.s 블로그와 다른 부캐를 만들기 위해 브런치 닉네임은 '나는고래'임 주의!

이전 02화 시작은 일단 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