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오늘의 다짐
이른 아침에 눈을 뜬다. 눈은 떴으나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간혹 이런 경험을 하곤 하는데, 유독 긴 연휴를 보내고 난 이후 더욱 그렇다. 알람이 없이도 일어나는 것 하나만은 제깍 제깍 잘했던 나인데,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 건지 이제는 몸이 잘 따르지 않는다. 침대 옆 시계가 정각 6시라고 알려준다. 이제 일어날 시간이다.
나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가 입 밖으로 나왔다. 그렇지만 오늘은 분명한 수요일. 게다가 연휴 동안 멈춰있었던 여러 일들로 더욱 바쁜 하루가 될 것이다. 그런 마음을 느낀 적이 있는가? 과정의 인내는 피하고 싶지만 결과의 달콤함은 포기하지 못하는 마음. 그걸 옛 어른들은 ‘도둑놈의 심보’라고 하셨다. 예전에 보았던 영화가 생각이 났다. 제목은 생각나지 않는데 내용은 힘든 순간이 있을 때 두 눈을 질끈 감으면 그 순간이 후다닥 지나가버린다는 상상이다. 주인공은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두 눈감기를 시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눈앞에 있었던 어려운 상황이 지나고 난 뒤였다. 당장이야 피하고만 싶었던 상황을 피했으니 얼마나 좋을까만은 결국은 주인공의 후회로 끝난다는 것은 보지 않은 사람도 알 수 있는 결말이리라. 왜냐하면 스스로 해결한 상황이 아니었기에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알 수 없고 당연히 그 결과는 나비 효과가 되어 더 큰 문제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수시로 두 눈 감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머리하 하얗게 샌 주인공과 훌쩍 커버린 자녀들, 그리고 그 자녀들 곁에 있어주지 못한 주인공이 두 손을 움켜쥐고 돌아가고 싶다고 소리치던 모습이다. 물론 당연히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아침 출근길, 코 앞에 다가오는 숨이 상쾌하다. 나는 매일 편도 25km를 운전하는데, 이 30분이 나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시간이다. 매주 월요일, 목요일에는 친가에 수요일에는 처갓집에 전화를 하고 화요일에는 좋아하는 목사님의 설교를 듣는다. 그리고 금요일에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노래를 감상한다. 이렇게 매일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영화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런 비슷한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지? 나 혼자 생각해 본다. 혹시 나에게도 저런 능력을 주겠다는 기회가 찾아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선택의 결과는 자명하지만 그래도 고민이 되는 건 나는 그 능력을 주인공보다는 더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교만한 마음 때문일까? 분명한 것은 좋든 싫든 이것이 내 삶의 일부분이고 내가 책임져야 할 순간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순간이 쌓여 내 삶을 이루기도 한다.
역설적이게도 당장은 막막하고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순간이 지나고 나면 아름답게 변해있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사람들도 그렇다.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기가 가장 좋았고 행복했고 즐거웠던 순간보다는 예전에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을 더 많이 이야기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면 슬픔이 아니라 웃음이다. ‘그땐 그랬지’하고 껄껄 웃는다. 나에게도 그랬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10년 전 배낭을 메고 유럽으로 떠났던 여행을 추억하면 지금 기억되는 건 스위스로 가는 기차 안에서 역무원과 싸운 일, 스위스에서 네덜란드로 가는 중 폭설로 독일에 갇혔던 일, 벨기에에서 런던을 향하는 유로스타를 타려다가 계속 연착되어 발을 동동 굴렀던 일 그런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을 지금은 영웅담에 가까운 톤으로 이야기한다. 삶이란 그런 것이구나.
혼자 되뇐다. ‘금요일이었으면 좋겠지? 하지만 수요일인 오늘을 살아내지 않고는 금요일은 오지 않아.’ 웃으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대신 오늘의 이 마음을 글로 써야겠다. 오늘도 내게 주어진 이 시간과 일에 감사한다. 나를 기다리는 학생들과 내 손이 필요한 곳곳에 아낌없이 쏟아붓자. 그리고 금요일을 쟁취하겠다. 우리의 삶은 그런 것이지. 하루하루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오늘의 다짐이라고 거창하게 부제를 달았지만 결코 거창하지 않다. 그저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고 그 삶을 응원한다. 당신의 삶도 그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