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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회고록

2022년의 마지막 끝자락에서.

어느덧 2022년의 마지막 12월이

성큼 다가왔다.


올 한 해를 돌아보니

참으로 파란만장한 한 해를 보냈다는

생각에 울컥하는 마음이 든다.


새로운 직업을 갖기 위해

공부와 실습을 병행하면서

나의 자존감은 밑바닥을 드러냈다.


새삼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를

실감하는 한 해였다.

전보다 말도 느리고

전보다 행동도 느리고

전보다 이해력도 떨어지고

전보다 습득력도 떨어지고

갈수록 직장생활이 힘들겠구나란

현실적인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힘겨운 실습과 시험이 끝나고

자격증을 받기까지 1년여 동안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그 상태로 실습을 했던 곳에

바로 취업을 했지만

지금까지도 업무가 힘겹다.


아침 출근길에 항상 스치는

횟집이 하나 있다.


그 횟집 수족관에는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들이 있다.

이상하게도 난 그 수족관을

쉬이 지나칠 수가 없어

물고기들과 항상 눈을 마주치곤 했는데.


며칠 전부터 커다란 참치 한 마리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 녀석은 꼭 수족관 구석에서

헤엄을 치지도 못한 채 바닥에 배를 깔고

입만 뻐끔뻐끔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현 모습이 겹쳐지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죽지 못해 숨만 쉬고 있는 것이

꼭 나 같았던 것이다.

주책없이 흐르는 눈물은 마스크를 덮쳤다.

직장 코앞까지 찌꺽찌꺽한 콧물을 훔치며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아보려 애를 썼다.


아… 우울증인가?

입구의 문을 열며 아무렇지 않은 듯

다른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고

그 하루를 또 버텨냈다.


그다음 날부터였을까?

횟집의 참치가 구석이 아닌 바깥쪽으로

몸을 틀어 밖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이 신기해서

참치와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나눴다.

마치 어제의 나를 알아보는 듯

참치에게서 약간의 생기가 느껴졌다.


그날 물고기의 시력에 관해 검색을 했다.

사람의 시력을 1.2라고 했을 때

물고기는 사람의 1/7 정도의

시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거의 형체만 알아볼 수 있는 정도일 게다.

그래도 참치가 나의 존재를

알아봐 준 거라 착각하고 싶었다.


한편 이런 생각도 들었다.

횟집 손님들이 참치를 찾지 않는 것이

참치에게 좋은 일일까? 아니면 나쁜 일일까?

어쩌면 어제의 참치가 오늘의 그 참치가

아닐 수도 있겠지.


톼근길에 건너편 횟집 수족관에

조명이 환하게 켜졌다.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덩치 큰 참치가 수족관을 활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


최근 힘든 현생을 뒤로하고

제페토에 빠져 사는 중이다.

화려한 커스텀을 하며 좋은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현생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풀고 있다.


마치 밤이 되면 수족관을 활보하는

참치처럼.


퇴근길, 조명이 환하게 켜진

수족관 속을 활보하는 참치를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또 그렇게 살아가 보자.

그래, 그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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