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월동 동화마을, 송도 센트럴파크
동화마을의 역사는 차이나타운과 개항장 일대만큼 길지 않다. 2014년으로 만 10년이 아직 되지 않았는데, 조성 사업의 이유가 젊은 층 인구 소멸에 의한 방지책인 것이다. 개항 이래 송월동은 꽤나 부촌이었으나 모든 곳이 그렇듯 노후화에 따라 젊은 이들이 떠나고 고령층만 남게 되었다. 빈집이 늘어가자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고전 동화를 테마로 벽화를 그리는 것을 시작으로 조형물 또한 눈에 띈다. 일부 주택은 개조되어 카페나 음식점으로 활용되고 있고, 현재 차이나타운과 함께 하나의 코스로 이어지는 관광지로 자리 잡음과 동시에 벽화마을 성공사례 중 하나로 남았다.
동화마을이라는 이름답게 동화의 주요 장면을 그린 벽화가 많다. 동양 사람들이 권선징악을 서양 보다 더 선호한다는 데이터를 담은 연구 결과는 어디 없을까. 셔터를 누르는데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메시지는 아이들에게나 좋지'하는 가슴속 깊은 울림을 들었다. 13mm 광각 렌즈를 챙겨 갔는데 지붕 위 익살스러운 도깨비의 큰 얼굴이 더 잘 드러날 수 있어서 출사 전 무리하게 구입하길 잘했음을...(지금은 당근 했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7월 한 달간 후지필름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전시회가 열렸는데 이 사진의 제목은 <Take Me, Jack>으로 써냈다. 사실 정말 올라가고 싶었다. 관광객이 너무 몰리던 시간이라 저 일대에서 한참을 서서 기다렸기 때문.
분명 송도에는 유원지 외에 별 볼 게 없기로 유명했는데 어느새 국제도시가 되어 인천 관광하면 빠지지 않는 손가락이 되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이곳 역시 고밀도 주거 상업구역이 밀집한 중앙에 쉴 수 있는 대형 녹지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공원 중심을 가로지르는 인공 호수 덕분에 분위기가 배가 될 수 있었다. 해수를 끌어 사용하는 것도 그렇고 바로 옆에 바다이기 때문에 해무가 자주 끼는 편. 수상택시나 보트, 카약을 탈 수 있는 것이 큰 매력이다. 근처에 높은 빌딩들이 많은데 시민들에게 전망대와 옥상을 자유로이 개방하는 곳도 있으니 촬영지로 제격이다.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센트럴파크에 K-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스폿이 있다. 한옥 건축물인 경원재 앰버서더. 사실 여기서 더 넓은 광각으로 촬영할 계획이었는데, 바로 뒤가 8차선 대로변이라 힘들었다. 경원재의 전체 모습을 담으려면 건너편 건물로 올라가는 것이 나을 듯하다.
방문 전 예상했던 맑은 날씨는 어디 가고 해가 지기 전부터 급격하게 해무가 끼기 시작하더니 이내 건물들이 흐릿해졌다. 하지만 밝고 선명한 야경보다 오히려 평범하지 않은 기상의 모습을 운 좋게 담아낸 듯하다. 높은 빌딩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이 해무를 만나 산란되는 모습에 이 사진의 제목은 Central Fog로 정했다.
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이 개었다. 일정을 마치고 귀가하려는데 꼬깔콘 파란 하늘 맛이 생각이 났다. 배고픔과 공허함은 동일한 것이라고 누가 그러던데.
- 원고에 싣지 못한 B컷은 인스타그램 @play_archive_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후지필름 공식 홈페이지에서 본 프로젝트에 함께 한 다른 작가분들의 멋진 사진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손가락으로 누르기만 하면 원하는 정보를 얼마든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나만 알고 싶은 것은 사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알고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진작가에게 촬영지도 마찬가지죠. 제가 기록한 장소가 희귀한 출사지는 아니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덧붙인 시선을 통해 진정한 출사의 맛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맛을 더해 줄 식당 정보는 이번 주말 출사를 계획 중인 당신을 위한 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