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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이 Oct 21. 2023

미세먼지와 인파 사이에서 눈치게임에 실패한 I형 인간

경남 부산 개금벚꽃길

   꽃이 만개하는 계절이 되면 사진작가들은 바빠진다. 특히 4월의 벚꽃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익히 알려진 출사지에서의 벚꽃이 만개한 사진을 찍었다면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만개 전에도 SNS 홍보용으로 쓸 수 있을 정도라 지체 없이 만개 시기를 예측하며 주간 날씨를 확인한다. 언젠가 예쁜 꽃 사진으로 유명한 모 작가에게 어떻게 그렇게 꽃의 질감을 잘 담고 표현하느냐 물었더니 꽃이 제일 만만하다는 답변을 해 주었다. 야경 같은 특정 풍경이나 인물, 혹은 테마가 있는 장르의 사진 보다야 쉽다지만 내가 지켜본 그들의 노력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지난 4월 꽃이라고는 평생 담아 본 적 없는 내가 몸소 체험을 해 봤는데 이거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래도 나이가 드니 잔꾀가 늘었는지 이번엔 방구석에서 편히 누워 개화 시기를 예측할 수 있었다. 출사 날짜를 얼추 정해둔 뒤 해시태그를 통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사진들을 확인했고, 그러다 출사지 근처 카페 사장님이 운영하는 계정을 발견했는데 다행히도 매일 아침 개화 상황을 찍어 피드에 공유해 주는 분이었다. 천사세요? 


   부산으로 벚꽃 출사를 선정한 나름의 이유 같은 건 없다. 그저 SNS 성지라 불리는 곳의 분위기는 어떨지 궁금했고, 마침 서울은 비가 와서 만개 시기를 예측하는 게 애매했다. 남편이 쌓아 둔 항공사 마일리지로 비행기도 타고 싶었고, 굳이 굳이 핑계를 더 만들자면 늘 부산은 10월에만 갔었던지라 영화제가 아닌 기간에 느긋하게 가서 여유를 즐기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계획대로 부산행 티켓을 예매했고 도착한 개금동에서는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과 사진을 찍으려는 많은 이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뽀얀 느낌을 내고 싶어서 미스트 필터를 들고 갔는데 필터가 필요 없을 정도로 대기 질이 좋지 않았고, 데크길 위에서는 삼각대 위에 스마트폰을 세워 놓고 각자의 콘텐츠 제작에 집중한 이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걸을 수밖에 없었다. 아... 그냥 낙동강 하구나 갈걸.  




   부산의 개금동에 위치한 이 벚꽃길은 주택가 사이 데크길을 따라 심어진 벚꽃나무를 찾는 이가 많다 보니 아예 지도상 지명이 '개금벚꽃길'로 등재된 곳이다. 총길이는 1km가 되지 않고, 경사가 있어 걸어 올라가기보다는 마을버스를 타고 개금아파트 정류장에서 하차한 뒤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것이 좋다.(나는 냉정역에서부터 걸어 올라가니 너무 힘이 들었다.) 평일 오전에도 사람이 많았으니 한가로이 둘러보고 싶다면 월요일이 그나마 나을 듯하다. 


그래도 만개한 벚꽃을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벚꽃으로도 유명하지만 데크길 옆 주택가들에서 오래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주택가와 함께 담아낸 이 사진은 내년 이맘때에도 쓸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다. 


부산은 역시나 지붕을 보면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엔 릴스용으로 쓸 세로 사진과 영상을 많이 찍었다. 약간 일본의 청량함을 내고 싶어서 보정은 옐로우 톤을 다 빼고 블루와 그레인을 추가했다. 


만개한 벚꽃 덕분인지 미세먼지라곤 조금도 느낄 수 없다. 다행인가...?





파니니브런치 개금점

¶ 부산 부산진구 진사로61번길 29 5동 1호 개금 파니니브런치

☎ 051-898-9900

화~일 11:00-21:00 (매주 월요일 휴무, 14:30-15:00 브레이크 타임)

벚꽃길 바로 옆 골목에 위치한 파니니브런치 개금점. 가격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정말 맛있다! SNS에서 실시간으로 개화 상황을 공유해 주던 곳이 바로 이곳!





원고에 싣지 못한 B컷은 인스타그램 @play_archive_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출사의 맛


손가락으로 누르기만 하면 원하는 정보를 얼마든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나만 알고 싶은 것은 사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알고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진작가에게 촬영지도 마찬가지죠. 제가 기록한 장소가 희귀한 출사지는 아니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덧붙인 시선을 통해 진정한 출사의 맛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맛을 더해 줄 식당 정보는 이번 주말 출사를 계획 중인 당신을 위한 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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