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유튜버가 95억원짜리 강남 빌딩을 사들였단 소식은 모두의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들었다. 누군가는 부러워하고, 질투도 하고, 또 누구는 허탈감과 공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국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이러한 대형 유튜브 채널이 일정 이상의 수익을 내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청와대 민원까지 등장했다.
하루 최소 8시간씩, 가끔 야근도 주말 근무까지 하면서 365일 아무리 뼈빠지게 일해도, 1년에 1억 벌기조차 힘겨운 세상이다. 6살 꼬마 유튜버가 수십억을 벌었단 얘기를 들으면 "인생 헛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런 상대적 박탈감은 같은 직종의, 그러니까 일반 직장인보단 유튜버들이 훨씬 더 느낄 것이다. 비슷한 일은 하는데, 업종은 같은데 수익에 붙는 0의 갯수가... 차원이 다르다. 내가 이런 자괴감을 느끼려고 유튜브를 시작했나..싶을 때도 더러 있다.
보람이뿐만 아니더라도, 몇백만 구독자들을 보유한 유튜버들의 엄청난 고수익이 알려지면서 회사 그만두고 "아, 나도 유튜브나 해야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배수진을 완벽히 치고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건 상당히 위험한 생각이다. 연예인이거나, 돈이 아~~주아주 많이 있거나. 이 두 가지가 아니라면 일단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 무조건 잘 붙어있어야 한다. 유튜브 한답시고, 나도 성공 신화 만들어보겠다고 사표 쓰는 순간 유튜브의 덫에 빠져드는 것이다.
"유튜브하면 돈 잘 번다는데 유튜브나 한 번 해볼까?"
"나 입담 좋단 얘기 많이 듣는데, 어디 가서 썰 잘 푼단 소리 많이 듣는데, 유튜브 하면 잘 되지 않을까?"
"우리 할머니가 밥 참 복스럽게 먹는다고 칭찬해주셨는데 먹방하면 잘 하지 않을까?"
"완전 대박 아이템 있는데, 이걸로 유튜브하면 잘되지 않을까?"
그래. 꿈은 누구나 꿀 수 있다. 꾼다고 돈 드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이건 어떤 말과 같냐면.
"연예인하면 돈 잘 번다는데 연예인이나 한 번 해볼까?"
"무슨 연예인할까? 가수, 배우? 코미디언?"
연예인은 아무나 되기 힘든 거 다 알면서, 유튜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줄 안다. 아 물론 장벽은 없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 유튜버가 되는 건 맞다. 유튜버는 아무나 할 수 있지만 모든 유튜버가 보람튜브처럼 되는 건 아니다.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유튜브나 해볼까?"라는 사람들의 공통점.
'돈' 벌기 위해서다.
잠깐. 나는 왜 유튜브를 하면 좋은 점, 당장 해야하는 이유 등을 설명하면서, 일, 직장 다 때려치고 전업유튜버가 되진 않았을까?
맞다. 배수진을 치고 유튜브 세계에 뛰어든다해서 내가 반드시 잘되리란 보장이 없어서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왜 공무원이 최고라고 할까. 안정적이니까. 이번달에 내 자리는 다음 달에도 있고 10년 뒤에도 20년 뒤에도 내가 정년퇴직할 때까지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다르다. 단지 영상 몇개 조회수가 잘 나왔다고 해서, 내일 올릴 영상도 사람들이 많이 봐줄지는 업로드 전까진 전혀 알 수 없다.
유튜브 스타가 아닌 이상, 고수익은커녕 고정수익조차 장담하기 힘들다.
진입장벽이 낮은 건 유튜브의 큰 장점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시청자의 이목을 끌 수 있다.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얼마든지 후발주자들이 콘셉을 조금만 바꿔서, 혹은 재미에 영상미까지 더해 뒤따라올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결국 잘 됐다고 해서 그곳에 안주하면 안되고, 계속 끊임없이 아이디어 내고, 촬영과 편집에도 더더욱 공을 들여야만 한다. 유튜브 월드는 학연도 지연도 학벌도 스펙도 필요없지만, 그야말로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오랫동안 봐주느냐에 따라서 수익이 결정되는 무한경쟁체제이다.
생각해보자. 유튜브는 왜 유튜버에게 돈을 줄까? (구독자 천명이나 시청시간 등 일정 조건 충족시) 돈을 주기에 앞서, Broadcasting Yourself. 영상을 만들기만 하면 내 영상을 전세계에 보내준다. 공짜로.
유튜브가, 구글이 원하는 건 단 한가지.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사람들이 오랫동안 머무르게 하는 것이다.
유튜브에 영상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청자들은 유튜브에 계~속 머무르게 된다. 영상 하나만 봐도 비슷한 영상 혹은 내 취향에 맞는 추천 영상이 뜬다.
소위 '유튜브 알고리즘'이라고 하는 것은 이렇게 시청자 관심사에 적중한 영상들을 다음 영상에 노출하면서 또다시 유튜브를 보게 한다. 유튜브에 시청자를 붙잡아 두는 것이다. 구글은 사실, 이런 식으로 시청자를 붙잡아두는 유튜버에게 돈을 주는 셈이다.
유튜브 수익을 결정하는 건 조회수도 있지만 '시청시간'이다. 똑같은 10분짜리 영상이라 하더라도 A의 영상은 1분만 보고 B영상은 9분을 봤다면 두 광고 앞에 붙는 광고의 단가가 달라진다. 스킵할 수 있는 광고 등 유형도 다르다. 보람튜브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보람튜브의 주시청층은 바로 아이들다. 착한 아이들은 영상을 처음부터 끄읕~까지 다 본다. (단언컨데, 일반인, 성인대상(?) 영상의 경우, 대다수 시청자들은 오른쪽 더블터치(10초 스킵), 혹은 언제든 조금이라도 재미가 없다, 지루해진다, 하면 곧바로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영상 처음부터 끝까지 눈도 깜빡거리지 않고, 보여주는대로 다 본다. 아이들은 영상이 끝난 뒤 뜨는 추천 영상도 곧바로! 자연스럽게 누른다. (그 유튜브 누가 틀어주나요... 저도 마찬가지에요..밥먹을 땐 뽀로로죠ㅠㅠ 집에선 안틀어주지만 외식이라도 하면 뽀통령밖에 없더라구요...)
상대적 박탈감이 크니 대형 유튜버들 수익규제해달라, 청원까지 나왔지만, 대통령은 못한다. 시청자는 할 수 있다. 안보면 된다. 비추버튼을 누르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좋아요' 보다 많아야겠지만, '싫어요'가 많아지면 유튜브 알고리즘은 해당 영상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서 추천 빈도를 줄인다. 그럼 노출도 안된다.
그럼, 여기서 또 이런 생각이 들겠지.
"키즈 채널 해야겠네?!"
<기자 김연지> 말고 <엄마 김연지>도 운영중인데, (엄마 김연지에도 놀러워주세요 ^^:;) 결혼 5년만에 임신을 알게된 순간부터, 출산을 준비하는 과정, 출산할 때, 산후조리하고, 아이가 자라는 모습 등을 소소하게 담아내고 있다. '우리 아기 성장 앨범 만든다'는 생각으로. 당연히 유튜버 입장에선 <엄마 김연지> 구독자가 더 확 늘고, 조회수도 잘 나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육아채널엔 댓글이 달리지 않는다. 유튜브 정책 때문이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증가하면서 아동이 나오는 영상에는 댓글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키즈 채널엔 댓글이 막 몇백개씩 달리던데 이상하게 <엄마 김연지>엔 댓글이 안 달려요ㅠㅠ 아기가 안 나오고 저만 나오는 영상에도 안달려요..)
같은 키즈채널, 베이비 채널이라도 다르게 적용되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댓글이 안달려서 그런지 노출도 안되고, 수익은커녕 구독자님과 소통을 못하는 게 가장 힘든 부분이다.ㅠㅠ
아기가 나오는 영상엔 수익화를 하지도 않았다. 엄마인 내가 나오는 영상엔 광고가 나오지만, 애기 보려고 들어왔는데 광고가 먼저 나오면 좀 그럴 것 같아서... 그런데 이런 건 유튜브가 알 바가 아니다.. (수익화를 안해서 노출이 안되는 건가;;) 어찌됐든 노출이 안되니까 구독자도, 조회수도, 잘 늘지 않는다.
앞서 설명했지만, 잘되는 영상(채널)은 계속 잘되고, 안되는 건 잘되기 힘든 그런 구조다. 모든 건 유튜브 알고리즘신의 간택을 받아야..
보람튜브가 잘됐다고 해서, "키즈 콘텐츠 해야지, 나도 애랑 유튜브 해서 돈이나 벌어보자" 이렇게 무작정 뛰어들지 말라고 당부드린다.
어디에서든 세계 1%는 돈 잘 번다. 같은 회사에서도 내 월급은 적지만 사장님 월급은 많지 않은가. 보람튜브도 전세계 수많은 유튜버들 중에 상위 1%일 뿐이다. (흠.. 1%는 아니고 0.001% 정도??)
유튜브에서 '구독자 몇만명 수익 공개' 이런 영상 많이 봤을 것이다. 유튜버들이 정말 현실적인 얘기를 해주고 싶어서, 자랑하고 싶어서 이런 영상을 찍기도 하지만, 유튜브 수익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 영상은 조회수가 많이 나올 걸 미리 알고 찍는 경우도 많다. 이를 본 사람들은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나도 유튜브 해볼까?, 지긋지긋한 직장 때려치우고 돈 좀 벌어볼까?"라는 환상에 빠져든다.
보람튜브 신화가, 대형 유튜버들의 수익 공개는 부러운 게 아니라 무서운 것이다. 구글(유튜브)은 계속 "너도 유튜브 해서 돈 벌어봐" 이런 환상, 혹은 망상을 심어준다. "유튜브 하면 너도 쉽게(?) 놀면서(?) 먹으면서 돈 벌 수 있어"
절대 아니다. 구글의 노림수에 빠져들면 안된다. 특히 잘 다니던 직장에 사표 던지고 유튜버에 올인한다? 유튜브는, 구글은 그렇게 사람들에게 현혹시켜 놓고 이들의 성공여부엔 조금도 관심없다. 구글 입장에선 유튜브에 영상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 것이다. 유튜브 영상이 많아지려면? 유튜버가 많아져야 한다. 유튜버들이 도중에 포기 안하고 꾸준히 영상 올리도록 하기 위해 돈도 좀 주고, 실버버튼, 골드버튼도 주고, 그걸 또 받으면 받았다고 자랑하는 영상을 찍도록 한다. "저 해냈어요~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라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상이 많을수록, 자주 올릴수록 사람들이 유튜브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유튜버들이 돈 잘 번단 얘기에 혹해서 구체적인 계획없이 처음부터 회사 그만두고 전업으로 한다는 건 정말 무모한 행동이다. 다짜고짜 "연예인하면 돈 잘 버니까, 좋은 집에 사니까, 나도 연예인 해야지" 이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유튜브가 주는 환상에서 벗어나라! 레드썬~!!!
유튜브를 해서 잊었던 나 자신을 찾고, 하루하루 즐겁고, 재밌게 산다는 건, 이게 주업이 아닌 취미여서 가능한 것이다. 유튜브를 하고 싶다면, 절대 '돈'을 보고 시작하진 않길, 당부드린다. 오직 '돈'이 목표라면 실패하기 쉽다. 콘텐츠가 세상에 없던 것이거나, 끼가 많고, 장비를 이미 다 갖추고 있고, 촬영 좀 해봤거나 금손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직장 다니던 평범한 사람들이 보통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진 않으니..
또 한가지 놓치는 게 있다. 유튜브. 그냥 보기엔 놀고 먹으며 돈 버는 것 같지만, 플랫폼 변화를 빠르게 캐치해서 초기에 선점을 했거나, 원래 촬영이나 편집 센스가 있는 사람이거나, 독보적인 콘텐츠, 아이디어가 있던 사람들이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성공하는 것이다.
유튜브를 하고 싶다면, 내가 잘하는 게 뭔지, 유튜브를 통해 뭘 보여주고 싶은건지 등을 진지하게 시간을 들여 고민해보길 바란다. 남이 해서 돈 벌었다는 것을 좇지 말고,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거, 이것만 생각하고 이것만 하고 있으면 심장이 뛰고 눈이 반짝이는 것. 이게 뭔지부터 잘 생각해야 한다. 준비가 됐다면 과감히 추진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