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하면서, 애키우면서, 유튜브 어떻게 해요?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

by 기자김연지


다들 묻는다. 일하면서 어떻게 하냐고. "근무 시간에 딴짓하는 건 아니냐"고. 이런 소리 안들으려고, 행여나 책잡히지 않으려고, 터득한 방법이 있다.


"채널 오픈 전 최소 한달치는 만들어두고 시작하라"


유튜브는 구독 시스템이다. 구독에는 '정기'라는 수식어가 붙지, '비정기 구독' 이런 단어는 없다. '구독'은 구독자와의 '약속'이다. 그만큼 정기적인 꾸준한 업로드가 중요하다.
하지만 일하면서, 일주일에 두세번씩, 최소 한번이라도 꾸준히 올리기는 쉽지 않다.


애기가 없을 땐 그래도 잠 4시간으로 줄이고 퇴근 뒤, 또 주말을 포기하면 할 수 있다.

하지만 아기가 있으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돌도 안된 아가는 내 계획대로 밥을 먹거나 응가를 싸거나 놀아달라고 재워달라고 칭얼거리지 않으니.


매주 아이템에 쫓기지 않고, 꾸준히 영상을 올릴 수 있었던 첫번째 방법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는 것이다.

<기자 김연지>의 경우엔 매일 가는 취재 현장, 기기 리뷰나 언팩 행사 같은 어차피 써야하는 기사의 주제 등 완전히 별도의 것이 아닌, 일하면서도 혹은 일상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주제라면 정기적인 업로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유튜브를 하고 싶은데 뭘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나의 취미에서 찾아보는 걸 추천한다. 혹은 내 하루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주제로. 아무리 먹방이 대세여도, 뷰티가, 게임 유튜버가 성공하기 쉽다하더라도 내가 좋하나는 게 아니라면, 새로 배우고 익혀서 해야 한다면, 처음 몇편은 할 수 있겠지만 1년 이상 일주일에 두세개의 영상을 올리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채널 오픈 전에, 언제든 내보내도 괜찮을만한 영상을 최대한 만들어 두는 게 좋다. 최소 한달치. 만약 일주일에 두세개 영상을 내보낼 계획이라면 8개를, 일주일에 한개씩만 할 계획이라면 4개는 미리 만들어 놓고 시작해야, 조급해지지 않는다. 하다 못해 이번주차엔 어떤 영상을 몇개, 무슨 요일에 올릴 것인지에 대한 아주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두는 준비성이 필요하다.


직장인이라면 일주일에 몇번씩 야근도 하고 주말에도 출근하기도 하고, 출장도 가고, 결혼식에, 장례식에, 가족 생일, 친구 생일 등등 챙기다보면 주말이고 퇴근이고 없을 때가 허다하다. 그리고 사람이다보니 아플 때가 있고, 부모님이 편찮을 수도 있고 애가 아플 수도 있다. 휴가도 가야 하고, 때론 사는 게 너무 지쳐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러다보면 업로드를 놓치게 되고, 한 번 미뤄지면, 그 다음부턴 줄줄이 미뤄진다. 한두주만 타이밍을 놓쳐도 의욕과 흥미를 잃게 된다. 구독자, 조회수를 떠나 일하면서 투잡으로 6개월 이상 운영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이유다.


전업 유튜버가 아니라면, 비상시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둬야 한다. 주말에 시간이 좀 생긴다면, 일단 되는대로 촬영이라도 해두는 게 좋다. 편집은 어찌됐든 틈틈히 하면 되니까. 그럴려면 미리 콘텐츠 주제와 콘티도 준비해둬야 한다. 러프하게라도.


이렇게 콘텐츠 계획만이라도 잘 짜두면 촬영과 편집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게 일하면서도, 애키우면서도 병행이 가능한 세번째 방법이다.


"계획도 없이 영상 만드나?"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큰 고민 없이, 큰 주제만 생각하고 영상을 찍는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유튜브는 대본이 없는 그런 날 것의 맛이라나..


나도 그랬다. 그냥 "아 이런 거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카메라부터 켰다. 촬영이라도 해두면 짜투리 시간에 편집하면 되니까. 문제는 이런 경우 영상이 너~~무 길어진다. 계획없이 떠들다보니 얘기는 틈만 나면 딴길로 새고, 주저리주저리 했던 말 또하고, 버벅이기도 하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 했지?" 너무 많은 걸 담아내려고 한다. 무엇보다, 편집이 정말 힘들어진다. 내보낼 영상운 길어야 5분에서 10분짜리로 만들 예정인데, 찍어둔 건 1시간이다. 이걸 언제 줄이나..


뚜렷한 기획 의도, 시놉시스, 대본, 콘티 등등을 다 짜놓고 시작한 건 사실 나도 얼마 안됐다. "아, 뭐 그런 거 뭣하러 해~ 다 머릿속에 있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최종 편집물의 영상을 머릿속에 그리는 건 맞다. 하지만 상당히 구체적이어야 했다. 대본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사람들, 대본이 없어야 더 잘 된다는 사람이 있지만 2년 동안 해보니, 이런 기획 단계는 철골 구조물 같은 거였다. 연예인들은 그 자체가 철골 구조물이자 콘크리트여서 상관없겠지만, 평범한 일반인은 어쩔 수 없다. 계획을 잘 세울 수밖에.


대본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본은 그냥 내가 말 하려는 걸 쭈욱~ 글로 풀어낸 것일 뿐이다. 구체적인 기획 의도, 시놉시스, 컷별(상황별) 대본, 콘티가 필요하다.

기획의도는 "그래서 뭐, 무슨 말 하고 싶은데?" 이 영상의 주제를 한 마디로 추려낸다. <갤럭시폴드, 240만원의 가치가 있을까?>에 대해 보여주기로 했다면, 갤럭시폴드의 기능과 사용성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할 것이다. 단순히 접고 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 영상에서 핸즈온뿐만 아니라 이를 만져본 다른 사람들의 반응, 이걸로 유튜브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유튜버가 이걸 쓴다면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다른 앱도 접고 펼치는 기능이 잘 될까 등을 리뷰해봤다.


[갤럭시폴드] 솔직 체험기, 240만원 가치 있을까 https://youtu.be/Qebs6CfUxm0

시놉시스는 장면별 상황을 글로 적는 거다. 예를 들어 오프닝에선 바로 내가 나와서 소개할 것인지, 영상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앞에서 짧게 보여줄 것인지, 그 다음장면 전환은 어떻게 하고, 핸즈온 할 땐 뭐부터 보여줄 것인지, 펼쳤을 땐 어떤 앱을 실행해볼 것인지, 이 장면에선 어떤 말을 할 것인지..등 장면이 들어간 대본을 쓰면, 이 상황에선 어떤 멘트를 해야할 것인지 뭘 다뤄 볼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촬영 시간까지 확 줄어든다. 콘티는 대략적으로 장면을 시각화하는 건데, 반드시 꼭 이렇게 촬영 편집하진 않더라도, 컷의 구성, 카메라 각도 등을 잡는 단계다. 예를 들어 오프닝에서 갤럭시폴드를 클로즈업 하며 시작할 건지, 갤럭시 폴드를 잡고 있는 나를 풀샷으로 잡을 건지, 어떤 앱을 실행하는 장면엔 폴드를 위에서 아래로 찍은 장면을 쓸 건지, 내 표정도 같이 나오게 정면에서 혹은 측면에서 찍을 건지, 이 장면에선 어떤 배경음을 넣을 건지, 이동하거나 화면 전환할 땐 어떻게 움직일 건지 등. 이런 걸 그리고 가면, 촬영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콘티까지 세부적으로 잡고 촬영까지 마쳤다면 편집은 시간 문제다. 시놉시스에 없었던 얘기나 기획 의도와 상관없는 멘트는 팍팍 쳐낸다. 영상 확대, 축소, 자막 등등 효과가 필요한 부분엔 고민없이 과감하게 넣는다. 이정도로 준비했다면 썸네일로 할 장면은 그저 따라온다. 제목도 마찬가지. 영상 촬영부터 유튜브 업로드까지 일사천리로 시행된다.


아무리 세세하게 짜도, 촬영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애가 생긴 뒤 내 목표는 아이가 잠든 사이 영상 촬영을 마치는 것이다. 아이와 놀아주면서 카메라와 조명 세팅을 천천히 조금씩 하고, 잠들었다~ 하는 순간, 이불 잘 덮어두고, 카메라 앞으로 달려와 On 버튼만 켠다. 아이가 낮잠을 많이 자면 1~2시간도 자긴 하지만, 내 딸은 30분? 낮잠은 이거밖에 안 잔다. ㅠㅠ .. 그래서 2~30분 동안 촬영 셋팅부터 조명, 오디오 체크부터 마무리 멘트까지 모두 끝내야만 한다. 20분동안 하고 싶은 얘기를 질서있게 다 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주절주절 혼잣말하기' 30분 촬영 미션을 마치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다.


아기와 놀아주면서, "오늘 엄마는 이런 걸 찍을 거야~ 이건 어떤 내용이냐면.. 주절주절.. 이 다음 뭘 말하려 했지? 아 그거지.." 대본 그대로 달달 외운다기보단 키워드를 순서대로 짚으면서 원테이크로 찍을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한다. 어차피 아직 말못하는 아기랑 하루종일 놀아주려면 나만 계속 말해야 하니까 할 말도 부족한데(;) 잘됐다 여기고.. 아가를 사장님이라 생각하고, 프레젠테이션 한다는 생각으로 열의있게.!!


기획만, 구상만, 멘트만 잘 정리하면 촬영과 편집에 드는 시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현장에 나갈 때도, 어떤 장면이 필요한지 충분히 생각하고 머릿속으로 상세하게 그려두면 촬영 시간도 줄어들고, 집에 와서 '아 맞다 그것도 찍어야 했는데' 한숨 푹 쉴 일도 없다. ㄹ

keyword
이전 17화보람튜브, 부러운 게 아니라 무서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