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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재 선생님 추천사

9회 말 전교조, 2024. 11. 21.

by 김현희

<9회 말의 전교조,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 정체된 전교조, 선수 교체 -


- 김현희를 응원해 주세요 -


전교조는 지금 선거 시즌이다. 2년 임기의 위원장/사무총장, 시도 지부장들을 뽑는다.


나는 몇해 전 교직을 떠났지만, 누가 뭐라든 마음은 여전히 전교조다. 그러나 퇴직 조합원은 교사가 아니어서 선거권/피선거권이 없다. 그런데도 저절로 선거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지금 전교조는 시즌 폐막을 앞두고 마지막 9회 말 경기를 치르는 야구선수와도 같다. 괜찮은 성적을 올리면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있지만, 여기서 망치면 2군 탈락이다.


사실 그동안 전교조의 성적은 별로 좋지 않았다. 처음 등장할 때는 화려했지만, 언제부턴가 타선이 침묵하는 대신 폭투와 범실이 잦아졌다. 그런데도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감독도 선수도 바꾸지 않았다. 당연히 성적은 계속 하위권을 맴돌았다.


팬들이 떠난 빈 자리가 점점 커지고 다른 신생팀이 승승장구 하는데도, 전교조는 기존 라인업을 바꾸지 않았다. 그 라인업은 80년대 질풍노도의 시대를 겪으며 자연스레 획득된 후천적 형질이었다.


옛날처럼 NL과 PD를 말하는 사람은 사라졌지만, '민족해방'과 '노동해방'은 여전히 그들의 삶의 모토였다. 그러나 그들은 민족과 노동을 해방하는 대신, 자기 자신을 시대착오적인 도그마에 가두어 버렸다.


그들은 오랜 세월 고착화된 인맥으로 언더그룹을 만들고, 선거 때만 되면 그럴 듯한 사탕발림으로 팬들을 속였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고, 팬들은 홈 그라운드에서 찬밥 신세가 되었다. 그런 취급을 받고도 구장을 떠나지 않은 게 차라리 기적이었다.


그러던 전교조 선거에 파란이 일고 있다. 그 주인공은 현재 전교조 대전지부장 김현희다. 그는 2년 전 기존 정파를 가볍게 무시하고 대전지부장에 출마해서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깜놀하게 만들었다.


갑.툭.튀.


그렇다. 그는 어느날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정파의 도움 없이도 지부장직을 잘 수행했고, 대전지부를 즐겁게 일 잘 하고, 뭔가 재밌는 일이 끊이지 않는 '이상한 곳'으로 바꾸어 버렸다. 다른 곳은 조합원이 점점 줄고 있다는데, 대전은 거꾸로 늘었다.


그러던 그가 이번에 두 번 째로 갑.툭.튀. 를 했다. 위원장 후보로는 아직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이번에는 사무총장 후보로 나섰다. 사무총장은 위원장을 보좌해서 전교조의 실무 집행을 총괄하는 자리다. 위원장이 얼굴이라면 사무총장은 머리와 팔다리 쯤 된다.


그가 내 건 공약은 "정체된 전교조, 선수교체"다. 역시 그 답다. 가리고 치장하는 법이 없다. 이것이 문제다 싶으면 돌직구로 들어가 핵심으로 직행한다. 요컨대 "그동안 수고하셨다. 마운드를 나에게 넘기고 이제 벤치에서 쉬시라"다. 전교조 정체의 최대 원인을 현 집행부의 무사안일, 무능력으로 본 것이다.


출마를 결심하기 전, 그와 꽤 긴 시간 전화 통화를 했다. 주로 그가 말했고 나는 들었다. 말로는 정체라지만 어쩌면 침몰하고 있는 지도 모르는 거함 전교조. 그는 얼마 남지 않은 골든타임을 이대로 허비할 수는 없다고 했다.


나는 기존 정파를 넘어 대세를 바꾸기가 쉽지 않고, 당선돼도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악담'을 해주었다. 그는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하하하" 터뜨리더니 "나도 알아요" 했다. 알고도 하는 일을 어떻게 말린단 말인가?


하긴, 김현희가 전교조의 구원투수가 되면 재밌는 일이 많아질 것 같다. 고개가 저절로 끄덕거려지는 기발한 상상력, 힘없는 조합원이라고 무시한다 싶으면 불 같이 화를 내는 정의감(?), 작은 기쁨에도 어쩔 줄 몰라 눈물을 흘리는 순진무구함...


무엇보다도 조합원의 삶과는 거리가 먼 그들만의 정파논리에 휘둘리지 않을 거라는 점은 특히 중요하다. 초중등 교사와 조합원의 요구를 바탕으로 교원노조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하는 전환점을 만들 수도 있겠다.


할 줄 아는 모든 음식에 바나나를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기괴한 취향 하나만 빼면, 김현희는 함께 있으면 즐겁고 힘이 나는 사람이다. 지금 전교조에 필요한 구원투수는 바로 그런 사람이다.


내 바람은 이렇다.


♡ 김현희가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아 마운드에 서면 좋겠다.


♡ 김현희가 구원투수가 되어 다음 시즌에는 전교조가 다시 화려하게 부활하면 좋겠다.


♡ 저를 아는 모든 분들이 김현희를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 물론 주위에 전교조 조합원이 있으면 전화하셔서 블라블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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