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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의진 선생님 추천사

영웅은 난세(亂世)에 나온다. 2024. 11. 20.

by 김현희


<영웅은 난세(亂世)에 나온다.>


- 전교조 사무총장 1번 후보 김현희를 지지합니다.


1. 그와 만나다.


그와 나는 페이스북에서 처음 만났다. 그는 대전 지역의 초등학교 교사였고, 나는 서울 외곽의 고등학교 선생이었다. 둘의 나이 차이는 열 살도 넘는다. 어찌 보면 평소 노땅들이나 모인다고 비아냥 듣는 페이스북이라도 없었다면 그와 내가 연결될 일은 영영 없었을 것이다. 특히 주어진 공간 바깥으로는 한발도 떼지 않는 나 같은 인간과 내향형인 그가 스쳐 갈 일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다.


당시 그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날카롭고 독자적인 시각의 글들로 서서히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 그의 참신한 시각이 마음에 들어 그의 글을 꼼꼼하게 찾아 읽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속한 전국 규모 단체의 행사에 그가 찾아오면서 실제의 그와 처음 마주한 적이 있다.


글과는 다소 다른, 생경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그의 실물과 마주하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날카롭고 논리적이고 참신한 글과 달리 그는 발랄하고 털털하고 상상보다 훨씬 젊은 여자였다. ‘이렇게나 매력적인 분인 줄 몰랐어요’, 가 아마 그날 내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일 것이다.



2. 그는 매력적이다.


얼핏 매력이라는 게 꾸며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건 그리 만만하지 않다. 모두 살아온 세월이 있고, 각자의 경험이 존재하며, 그렇기 때문에 다들 스스로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자신에 대해서는 후하게 점수를 주고 다른 이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타인을 보면서는 어떻게든 트집을 잡으려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런 측면에서 그가 가진 ‘매력’은 분명 ‘똑똑하고 정의롭지만’ ‘재수 없지 않고’, ‘똘끼가 보이지만’ ‘귀여운’ 데서 오는 무엇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재미있게 놀 줄 알았다. 그것도 사람들과 함께! 그래서 그의 매력은 시기 질투를 유발하기보다 자기 주변으로 사람을 모으는 데 천부적인 재능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단순히 매력적인 인물에 그쳤다면 아마 내가 그를 추천하는 글을 쓰는 일은 끝끝내 없었을 것이다.



3. 판을 깔 줄 아는 그녀


페이스북에서 재미있게 ‘놀던’ 그는 그 재미를 넓혀 얼마 뒤 ‘전교조 페이스북 분회’를 만들었다. 우선 그 발상에 놀랐다.


맞아, 단위 학교별로 있는 ‘분회’라는 조직을 페이스북이라고 만들지 말라는 법은 없지.


그 낯설고도 생소한, 정체를 알 길 없는, 목적도 지향도 의도도 알 수 없는 사이버 공간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나도 그 사람들 중 하나였다.


내가 잘하는 건 판이 깔리면 신나서 노는 거였다. 한동안 그곳에서 농담 따먹기를 비롯해서 갖가지 재미있는 놀이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모여든 사람들도 신이 났다. 시도 올리고, 감상도 올리고, 각자의 생각도 올리고.


그곳에는 ‘반목일’이라고 아주 특이한 날이 하나 있었는데 목요일에는 서로가 모두에게 존댓말을 하지 않기로 한 거였다. 만약 실수로라도 존댓말을 하면 공개 반성문이라고 하는 벌칙이 주어졌다. 그 전에도 소통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던 공간이었지만 어쩐지 '반목일'이 되면 서로의 벽이 더 허물어지는 것 같았고, 선후배들 사이의 소통은 더 활발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반성문조차 즐기면서 썼다. 그러면서 알았다. 자연스럽게 외로운 섬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던 사람들조차 사실은 얼마나 소통에 목 말라 하고 있는 지를.


그러는 우리 모두에게 소통과 연대의 판을 깔아준 건 그였다.



4. 각자 사람을 보는 눈이 있다고 믿겠지만.


그가 이번 전교조 위원장 선거에 사무총장으로 출마했다. 나는 이제까지 결코 가깝다고 할 수 없는,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딱 그 만큼의 거리에서 6-7년 동안 꾸준히 그를 지켜봤다. 그렇기에 그동안 그가 받았던 찬사와 격려의 깊이, 그가 겪어냈던 말도 안 되는 비난이나 공격들을 다는 몰라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믿는다.


내가 사람을 판단하는 리트머스지는 언제나 ‘상황에 대처하는 자세’다. 찬사를 받는 자는 교만해지기 쉽고, 비난을 받는 자는 성내기 쉽다. 격려를 받을 때는 당연하게 여기기 마련이며, 공격을 겪어낼 때는 한없이 비굴한 표정을 짓게 되는 게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모든 상황에서 통찰과 논리적 판단과 겸손으로 자신을 담금질할 줄 알았고, 나는 긴 시간 동안 그것을 봐왔다. 그런 면에서 꽤 오랜 세월, 나의 리트머스지를 그가 훌륭하게 통과해 왔음을 단언할 수 있다.


이러한 그의 태도와 자세는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아닌,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진정성’에서 나왔음을 나는 안다. 문제 해결에 진정성을 가지고 뛰어드는 자야말로 이 시대의 리더가 될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 역시, 나는 알고 있다.


5. 영웅은 난세(亂世)에 나온다.


나는 교직에 나오면서부터 전교조 조합원이었다. 그러나 지난 세월,


언제나 안도 아니고 바깥도 아닌, 어정쩡하고 엉성하고 매우 어설픈 자리에서 슬프게 서 있었다. 조직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한 달 조합비 37,000원을 꼬박꼬박 내가며 수십 년을 그 자리에 있었던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교조는 내게 늘 애증의 대상이었다. 좀 잘해줬으면 하는 심정이 턱밑까지 차 있었지만, 그 심정과 달리 한 발 더 내디디고 싶지 않은 복잡다단한 속살 때문이었다. 슬프고, 아프고, 속상하고, 그런데도 너(전교조)밖에 없는 심정을 뭐라고 해야 하나. 이럴 때 그(김현희)가 나타났다.


진보든 보수든 진정성을 이길 수 없다. 이건 정파로 가도 마찬가지다. 가끔 자신들이 속한 정파에 매몰되어 정작 자신이 원래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왔는지를 잊은 자들은 알지 못한다. ‘저 인간’이 정작 얻는 것도 없는데 왜 저렇게까지 목숨을 걸고 뛰는지를.


김현희는 그런 사람이다. 정작 나이 먹은 내가 뒤로 빠져 어영부영하고만 있을 때, 이제 무슨 희망이 있느냐고 핑계만 대고 있을 때, 그는 뛰어들어서 밝고 맑게 외치고 있었다. 스스로 ‘긁지 않은 복권’이라고 말이다. 그의 말대로 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는 교육 운동이 더 이상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하고 위기라고 하는 시대, 가장 변혁적인 방식으로 전교조를 이끌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영웅은 난세(亂世)에 나온다. 그러나 난세(亂世)인데도 영웅을 알아보지 못하면 세상은 그대로 혼돈의 카오스가 된다. 전교조에게 김현희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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