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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내 일을 위한, 더 나은 마음가짐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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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White whale May 06. 2020

경쟁심에 지지 않는 방법

보이지 않는 것에 집중하기

한 여름의 파리처럼 나를 맴돌며 귀찮게 하는 것이 있다. 경쟁심이다. 평소의 나는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나만의 길을 잘 걷고 있다고 여겼다. 무언가를 보고 듣고 배우며 주관적으로 정리한 기준에 맞춰 성실하게 잘해나가니 대체로 일을 잘 해냈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누군가와 비교되는 상황이 되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과거 직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부서 간 협의에 난맥이 생기면서 나와 같은 직무를 하는 사람이 바로 옆 부서에 새로 뽑혔다. 회사 내에서 팀 별로 각자도생 하는 분위기가 강화된 탓이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니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 지붕 아래 두 회사가 생긴 꼴이 되면서 체계를 이중으로 만들어야 했다. 당시 신규 직원을 뽑은 부서장이 내가 속한 부서의 장보다 연차가 높고 본인의 일을 합리화하는 목소리가 크신 분이었다. 내가 속한 부서에서 쓰던 회사의 공식 응대 번호를 그 부서의 신규 직원이 새로 시작하는 일에 써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그 번호를 사용했었고 회사의 핵심 아이템을 취급한다는 이유였다. 돕고 배려하기보다, 뺐고 빼앗기지 않으려 하니 공기가 딱딱했다. 결국 내가 새로운 전화를 등록했다.

부서 간의 알력은 크고 작은 시비를 만들었다. 신규 직원이 속한 부서는 회사의 온라인 계정을 새로 만들어 다른 아이템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동종의 상품을 우리 부서에서 너무 싸게 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일종의 프로모션으로 메인 상품을 구매하신 분에게만 싸게 파는 중이었는데, 이를 본품으로 파는 신규 부서는 이것이 판매를 저해한다고 한 것이다. 게다가 기존 응대 번호를 가져간 탓에 다른 부서 문의전화가 계속 들어온다며 불만이 많았다. 문제를 제기하는 쪽이나 당하는 쪽 모두 기분이 좋지 않으니 내부 협의 시간이 갈수록 길어졌다.

그러는 사이 나도 영향을 받고 있었다. 불합리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상대방에 대해 불쾌감이 들었다. 마주칠 때마다 자기주장과 합리화를 강변하니 굳이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는 몇 번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지만 말을 나눌수록 평행선만 확인하니 답답했다.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구조적인 변화가 경쟁심리를 자극하는 데다 상위 리더십을 통해 조율이 안 되는 상황이라 관계는 더더욱 풀리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대면할 것 같은 상황이 생기면 옆으로 살짝 피해 내 일만 신경 썼다. 처음에는 나라도 정신 차리고 해 보자는 의도만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나도 똑같은 사람이 됐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만 옳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은 척했지만 그 부서의 판매량이 많고 우리 부서가 적은 날은 마음이 불편했다. 내 직무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일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내가 업계와 시장에 대해 경험이 많아 우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와 다른 배경의 경험을 갖고 있던 신규 직원의 업무 방식을 마음속으로 폄하했다. 어느 날 비교하며 시기하는 마음에 화들짝 놀라 정신이 들었다. 저 사람이 나보다 잘하면 내가 나가는 것이 낫다는 생각은 어디서 온 옹졸함인가 싶었다.

그곳이 내가 딛고 일어나야 할 바닥이었다. 환경에 영향을 받은 것도 있지만 비교의식은 결국 내 선택이었다. 상대와 견주어 보는 시각은 나를 보이는 공간에 갇히게 만들었다. 내가 눈에 띄면 기뻐하고, 그렇지 못하면 슬퍼진다. 잠시라도 그 감정의 노리개가 되면 나는 물론 내면도 초라해진다. 그 변변치 않은 본성을 선택하지 않는 일을 가장 먼저 해야 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나다움을 지키고 나름의 몸가짐을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이따금 그 자리에서 다시 넘어졌다. 그러나 빨리 털고 금방 일어났다. 이것이 그 마음을 이기는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