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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 whale May 22. 2020

뒷담화에 물들지 않아야 하는 이유

그 어떤 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일터에서 마주치면 얄미운 분이 있었다. 둘째 아들이 군 전역을 앞둔 중년의 남성이셨다. 관리자로 일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신 터라 오랫동안 대리로 일하시던 분이었다. 회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다른 부서에 근무하셨는데 해가 바뀌고 부서 조정이 되면서 같이 일하게 됐다. 장난기가 많으신 통에 첫 만남부터 이런저런 농담을 주고받으며 금방 친해졌다. 그런데 얼마 안 가 업무 중에 자주 휴대폰을 만지며 쉬는 것을 본 뒤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바로 옆에 있는 다른 직원은 맡은 일로 분주했는데 그분은 본인 일이 끝났다고 쉬고 있었다.


좀 지나고 보니 평판이 엇갈리는 분인 것을 알게 됐다. 그분과 자주 어울리는 동료 사이에서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통했다. 반면 엉덩이 붙일 틈 없이 분주하게 일하는 분들 사이에서는 혹평이 많았다. 몇몇 상사는 그래도 맡은 일은 제때 잘한다며 인정하기도 했다. 부서장급인 내 귀에 들렸던 이야기다. 그런 와중에 유독 그분의 험담을 하시는 분이 있었다. 바로 옆에서 같이 일하던 연장자셨는데 자기 일만 하고 숨어버리는 태도에 불만이 많으셨다. 내가 근처를 지날 때면 살짝 찾아와 문제의 현장을 고발하셨다. 너무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분의 고자질은 일리가 있었다. 같은 시간 동안 한 공간에서 일을 하는데 본인은 일이 많아 쉴 틈이 없고 그분은 금방 일을 끝내고 쉬었기 때문이다. 일전에 이런 사유로 직속상관을 통해 업무 조정을 했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옛날로 다시 돌아갔다. 나도 그 말을 듣기 전에 쉬는 모습을 몇 차례 본 터라 그 말에 공감 가는 면이 있었다. 그분이 농땡이를 피우고 있는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둥, 윗사람이 근처에 있을 때만 쉬지 않고 일하고 자리를 비우면 세월아 네월아 한다는 둥 헐뜯는 말을 들으며 괜히 진지해졌다. 정말 문제로 느껴졌다.


어느 순간부터 그분을 향해 거슬리는 마음이 생겼다. 부서 안에서는 다른 영역을 맡고 있어 직접적으로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었다. 다만 뭔가 계기가 있을 때 그 문제를 부각하고 싶어 졌다. 한 번은 그분이 쉬고 있을 때 찾아가 내 업무에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굳이 부탁했다. 본래 뒷얘기를 하셨던 분이 해오셨던 업무인데 다른 일로 바쁘신 상황이라 쉬고 있는 그분께 부탁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분은 자기 일이 아니라며 단칼에 거절했다. 자신이 그것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말을 잘랐다. 문제라고 느낀 부분에 확신이 생긴 순간이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 행동이 적절하지 않았다. 그분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데 전혀 도움되지 않았다. 애초에 좋지 않은 마음을 갖고 말을 건네었으니 좋은 의도가 담길 리 없었다. 그렇다고 공동의 업무 목표를 달성하려 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분을 덜 쉬게 만들고 내 일을 덜고 싶은 마음이 컸다. 겉으로 비방한 것은 아니었지만 마음속에 있던 비난이 말과 행동에서 묻어났던 것 같다. 나 중심적인 판단이었다. 그분 외에 나와 다른 분은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정당화하면서 그분을 부정적인 면으로 단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모르는 사이 뒷담화에 물들었다. 그 말을 들을 때는 거의 동조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때 받은 인상이 낚시 바늘처럼 마음에 걸렸다. 그분의 일부를 보며 전부를 아는 것처럼 생각했다. 비난하고 지적하는 것이 상대방을 궁극적으로 바꾸지 못하는 것은 너무 명백한 일이었다. 하물며 내가 품은 마음과 섣부른 행동은 스스로를 우월하게 여기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냥 내 일에 집중하며 평소처럼 지냈다면 함께 이룰 목표와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할 때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게 그 분과 내가 함께 일했던 까닭이니 말이다. 


남을 단정하고 환경을 단언할 때
저를 정당화하는 시선을 발견합니다.
제게 미치는 외부 영향을 판단하기 전에
제가 외부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더 자주 돌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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