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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 whale Apr 20. 2020

남의 돈을 내 돈처럼 쓰려면

만 원을 쓰는 나만의 원칙은 무엇일까

부자가 되려면 돈을 버는 것 못지않게 잘 써야 한다는 말은 공공연한 비밀 중 하나다. 너무 당연한 말이어서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만큼 기본 원칙을 잘 세우고 꾸준히 실천하라는 교훈은 버릴 것이 없다. 꼭 부자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두 가지 규칙을 갖고 산다. 하나는 번 것보다 많이 쓰지 않는 것, 또 하나는 꼭 필요한 것에만 돈을 쓴다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꽤 까다로운 조건이라 여겨질 때가 많다. 일단 기본 지출을 제외하면 여윳돈이 별로 없을 때가 많고, 꼭 필요한 것만 산다면 살 물건이 거의 없다.


이런 기준을 내가 맡은 일에 적용할 계기가 생겼다. 오랫동안 직원의 입장으로 일할 때는 일한 시간에 맞춰 받는 임금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이전 직장에서 분리 회계를 하는 팀의 수장으로 일해보니 주인의 입장이 무엇인지 일부나마 느끼게 됐다. 팀의 매출에서 소속 팀원의 월급과 이런저런 필수 비용을 제외하고 나서야 최종 이익이 얼마인지 나온다. 회계적으로 당기순이익이라고 하는데 내가 일할 때 쓰는 보이는 비용 말고도 보이지 않는 비용이 많다는 것을 이때가 돼서야 알았다. 내 월급이 어떤 구슬들이 꿰어져 완성되는지 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알 수 있었던 것은 회사 일에 경제적으로 기여할 때 개인에게 돌아가는 성과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회삿돈을 공적으로 얼마를 쓰든 같은 월급을 받는다고만 생각했다면 별 책임감 없이 썼을 듯싶다. 그러나 회사로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얼개를 알게 되니 꼭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게 됐다. 혹여 세부적인 비용 목록을 모르거나 기여도에 따라 얼마를 더 얻을지 알 수 없다 할지라도, 적어도 맡은 영역에서 조금이라도 더 남는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 졌다. 기왕이면 고용주가 내 월급을 아깝지 않다고 여기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또 하나는 돈을 잘 쓰는 만큼 더 많은 예산을 관리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십여만 원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 천만 원이 넘는 돈을 관리할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마찬가지로 내가 현재에 벌고 쓰는 것을 잘 관리하는 만큼 미래에 더 큰 역할을 맡을 수 있겠다는 것이 보였다. 이것은 말 그대로 불현듯 깨달은 것이다. 회사의 필요로 돈을 쓸 때마다 내 지갑에서 돈을 꺼내 쓰듯 신중하게 관련 부서와 얘기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결제하는 금액이 크다 할지라도 별말 없이 대리 결제가 이뤄졌다. 그것은 내 결정에 대한 작지 않은 신뢰였다.


이 과정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은 돈을 중복으로 쓰지 않는 일이었다. 공구나 장갑 하나까지 살림을 챙기니 이런 것까지 볼 수 있었다. 같이 일하는 대다수가 샀던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잃어버려 다시 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다 얼마 후 다른 곳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소모성 비품은 예상보다 금방 사라지거나 닳았다. 제자리에 잘 정리하고 조금만 아껴 써도 덜 할 텐데, 잠깐 쓰면 없어지니 부족한 상황이 일상이 됐다. 넉넉히 사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돈줄을 쥐고 있는 내가 사놓고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받아가게 했다. 그제야 나아졌다.


물론 이런 발견과 습관이 회사에 큰 이익을 가져다준 것은 아니었다. 회사가 나에 대해 더 낫게 평가하는 항목도 아니었다. 다만 맡은 돈이 크든 작든 허투루 쓰지 않는 사람이 타인의 돈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을 갖추게 될 것이란 신념을 좀 더 분명히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문득 글자로만 봤던 수천억 단위의 돈을 맡게 된다면 어떨까 상상해볼 때가 있다. 펀드 매니저가 아니더라도 그럴 일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는 이왕이면 큰돈을 간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길 원한다. 그럴 때마다 결국 만 원을 쓰는 원칙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신념을 갖는 것을 넘어
입증하는 사람이 되길 희망합니다.
돈에 관해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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