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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 whale Jul 14. 2020

막막한 순간을 돌파하는 방법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어렵게 느껴질 때

'일이 좀 풀린다'라고 느껴지는 순간을 만날 때가 있다. 소위 '운수 좋은 날' 같은 느낌이 든다. 막혔던 일이 예상보다 더 진척되고, 기대보다 결과가 좋을 때다. 지난 회사에서 시험 삼아 해본 일이 생각보다 잘 됐던 기억이 있다. 시장 상황을 충분히 알아보거나 경쟁 우위를 꼼꼼히 준비하지 못한 채 가볍게 온라인을 통해 판매 제품을 공개했는데 고객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 첫 판매가 이 정도면 몇 배는 더 팔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본격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매출 그래프가 횡보했다.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겪어보지 않은 일이 닥치니 막막함이 밀물처럼 차올랐다. 문제가 있는 부분을 진단하고 그에 맞춰 처방을 해야 할 텐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랐다. 아무것도 없을 때야 얼마라도 팔리니까 신기했지만, 어느 정도 매출 궤도에 올라서는 그것을 어떻게 유지하고 올려야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잘 써야 하는 것은 알겠는데, 어떤 기준으로 무슨 행동을 하는 게 좋을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작은 돌파구라도 찾기를 기도하며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기로 했다. 일단 시간을 들여 여기저기 흩어진 데이터를 모았다.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한눈에 알 수 있는 현황판을 만들었다. 매출 실적을 비롯해 그간 수집된 고객 정보, 운영 중인 팀 비용, 광고비 사용 현황, 채널별 실적들, 고객 후기를 엑셀 파일로 보기 좋게 정리했다. 데이터들끼리 연관성이 없나 들여다보니, 수익보다 광고비가 더 많이 나간 날이 제법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게다가 타사 제품보다 증정품이 적은 것에 불만을 나타낸 댓글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일단 먼저 발견한 것부터 고치자는 마음으로 하나씩 손을 봤다. 광고 실적은 일 단위로 체크하고, 증정용 스티커를 새로 디자인해 인쇄했다.


그런 크고 작은 일들이 끝을 모르고 솟아났다. 작게는 이미지 속 문구를 바꾸는 것부터, 크게는 땡볕에 재고 팔레트를 정리하는 일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에 매진했다. 지금 생각해도 답답했던 시간이 많았고, 굳이 다시 겪고 싶지는 않은 난관이었다. 그 터널 같은 시기를 버텼던 것은 남 모를 희망 때문이다. 이 과정을 통과해야만 만날 수 있는 미래가 있다는 믿음을 간신히 붙잡고 있었다. 멀리 보며 걷고 싶었지만 당장 내 앞의 한 걸음조차 너무 위태롭기에 자주 조급했다. 그냥 편하게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마음의 바닥에서 스멀거렸다.


이때 보이는 대로 생각하지 않으려 부단히 애썼다. 현실이 너무 고단하거나 노력에 비례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할지라도, 오감으로 느껴지는 부분에 마음의 뿌리를 내리지는 않겠다고 결단했다. 사실 말만 쉬웠지, 실제로는 뒤집히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레슬링 선수처럼 평정심을 지키려 몸부림쳤다. 여건이 조금 나아졌다 싶으면 마음이 풀렸다가, 나빠지면 금방 얼어붙는 나를 바꾸고 싶었다. 노력한다고 모든 것이 나아지지 않았다. 설령 나아져도 그 이유를 분명히 알지 못했다. 그러니 일이 내 마음의 주인 노릇을 하게 놔둘 수 없었다.


그 시간이 안 끝날 줄 알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다른 계절이 찾아왔다. 그 시절은 그저 추억이 됐다. 현재는 이전과 다른 마음으로 새 목표를 갖게 됐다. 불분명했던 시야가 또렷해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이따금 그 옛날에 느꼈던 막막함을 마주한다. 해보지 않았고, 누가 이래라저래라 가르쳐 주지 않는 진로 앞에서 괜히 외로워진다. 누가 대신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 외부적 영향에 떠밀려 가기에는 열정과 수고가 아깝다. 차라리 어떤 영향력을 만들지 고민하며, 한 걸음부터 당장 옮기기로 했다.


막막한 느낌이 저를 찾아올 때,
이전보다 조금 여유롭게 맞이합니다.
과거보다 좀 더 능숙한 몸과 마음으로
도전의 계절을 즐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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